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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희 Aug 19. 2021

 마스다 미라 '주말엔 숲으로'


김치찌개파와 된장찌개파.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어 본다면 나는 된장찌개파가 되고 싶다. 똑같은 얼음틀 속에 얼려진 얼음들도 미세하게 결이 다르듯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도 일상의 결 또한 다르다. 칼칼하고 자극적인 김치찌개보다 구수하고 담백한 된장찌개가 같은 일상을 담은 작품들을 좋아한다. 같이 보던 남편을 꿈나라로 보내고 마는 그런 영화에서 나는 눈물바다를 만들고 '팬트하우스'는 오래 보기 힘들어도 '라켓 소년단'은 내가 만든 것 드라마처럼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닌다.


소소한 일상을 다룬 작품들 중 누구에게라도 쉽게 권할 수 있는 책이 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들이다. 쓰윽쓱 간단하게 그린 듯한 소박한 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과장된 비유가 없이 '담담하고 부드럽게' 다가와 마음을 스르륵 훔쳐가는 그녀의 문장들은 따뜻하다. 삶의 통찰을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담아내는 글은 추운 날 몸을 데우는 코코아 한 잔을 마실 때처럼 마음도 훈훈해지는 것 같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만족스럽지만 특히 사랑하는 작품은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2'이다. 심각한 입덧 기간을 보내고 있을 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다가 만났다. 처음 읽은 마스다 미리의 책이었다.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하고 흐뭇하게 웃음 짓게 되는 두 부부의 이야기. 정말이지 100% 내 취향의 친구를 만났구나 싶었다. 작가의 솜씨, 아니 작가의 마음이 예쁘고 또 예뻐서 한 편 한 편 아껴 보았다. 입덧의 아픔을 잠시 잊고 결혼 생활을 돌아보는 것이 행복했다.


그러나 그 책은 집에 놀러 온 지인의 손에 들려보내고 난 후 다시 사지 않았다. 한 번씩 펼쳐보는 책은 '주말엔 숲으로'다. 시골로 이사한 프리랜서 번역가 하야카와, 출판사 경리부의 커리어우먼 마유미, 여행이 좋아 여행사에 취직했으나 점점 사람이 싫어지고 있는 세스코. 이 세 친구의 일상과 주말을 그린 작품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일상을 겪느라 지친 마음을 숲에서 위로 받는다. 그리고 돌아온 일상에서 숲에서 익힌 지혜가 저절로 삶에 적용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주말엔 숲으로 p32~33

▷세스코, 슬슬 라이트를 켤까?
▶정말이네, 어느새 이렇게 어두워졌지?갑자기 어두워지는구나.
▷응, 맞아.
▶밤의 숲은 역시 조금 무섭네.
▷응
▶아이쿠, 위험했어!!
▷세스코, 헤드라이트는 2~3미터 앞을 비추는거야.숲에는 들이나 나무 뿌리가 있어서 어두울 때는 발밑보다는 조금 거 멀리 보면서 가야해.
▶아, 그렇게 하니 정말로 걷기가 훨씬 편해
▷다행이네. 앞으로 5분만 걸으면 차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어.
▶끝이라고 생각하면 쓸쓸해지는 법인가봐
▷우리, 멈춰서 라이트를 꺼보자.
▶완전히 깜깜해.
▷응
▶네가 안 보여.
▷안 보여도 옆에 있어.
▶응


건더기가 많지 않은 맑은 된장국을 천천히 먹고 원기를 회복하는, 휴식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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