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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희 Mar 23. 2022

계절의 소리

어느새 봄이왔지만

개구리 소리

매미 소리

귀뚜라미 소리


귀에 도착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은......

존 케이지의 ‘4분 33초’


매일 새벽에 한 문장 쓰기를 한다.

하얀 종이를 마주하고 있으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지만 하루에 500원씩 저금하는 것 마냥 뿌듯하다.

필요할 때 꺼내 쓰고 또 담아 두고 하는 나의 분홍 돼지저금통.

오늘은 무엇을 쓸까, 펜을 들고 앉았는데 똑딱 똑딱 시계 소리만 무심히 간다.

역시 500원짜리 하나 벌기도 만만치는 않다.

이 책도 뒤적이고 저 책도 뒤적이고 그러다 보면 문득 또 거짓말처럼 한 문장을 쓰고 있다.


작년 8월 1일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읽고 쓴다.

여름이라 사방 문을 열어 두고 거실에 앉아 있으면 해 뜨기 전부터 매미 소리가 요란했다.

그런 매미 소리도 아이가 깨고 하루가 시작되면 틀어 놓기만 한 라디오 소리처럼 매미소리가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집 안 티비 소리도 밖의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새벽, 매미소리를 배경음악으로 틀고 책을 읽는 시간이 참 귀했다.


9월이 시작되고 비가 한 차례 다녀가자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락을 하던 매미 대신 발라드 가수 풀벌레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빨리 가버려 가을이란 이름을 붙였던 건 아닐까싶게 가을이 빠른 발길로 지나가버렸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열려있던 문들을 꽁꽁 닫았다.

무료로 듣던 배경음악을 끄고 고요한 겨울을 지나가있는 중이다.

그 고요함 속에서도 책장 넘기는 소리, 옷에 몸이 스치는 소리, 커피 내리는 소리, 타닥타닥 자판 두드리는 소리들이 함께 있었다.

겨울, 내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란 음악을 무한 반복 연주하는 계절.

이런 상념들이 겨우 오늘도 문장 하나를 만들어냈고 나는 공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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