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산문집 <느림보 마음>을 읽으며
선물에는 값을 매길 수 없다. 선물은 마음의 포장이기 때문이다. 좋은 선물은 그러므로 시중의 상품이 아니다. 내가 최근에 받은 선물 가운데는 목걸이가 하나 있다. 조각칼로 손수 나무를 깎아 만든 물고기 목걸이였다. 그런데 그는 물거기의 몸에 비늘 대신 꽃잎 세 개를 새겨 나에게 주었다. 비릿함 대신 꽃잎의 향기를 담아 준 것이다. 나는 이 목걸이를 내 서재에 걸어두고 있다. 몇 시간 동안 조각칼을 들고 나무를 다듬어 나갔을 그를 생각하면 너무나 고맙다.
좋은 선물은 받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간곡함이 있기 때문이다. 빈 병에 담은 들꽃이나 무늬가 없는 아주 평범한 하얀 커피잔이나, 향기가 없는 종이 카네이션이나 겉으로는 분명 볼품이 없다. 그러나 그 선물을 가꾼 사람의 마음은 세속의 저울로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이다. 선물을 가꾼 사람의 마음은 산처럼 크고 바다처럼 깊기 때문이다. 진심이 들어 있는 선물이 메아리처럼 파도처럼 이 세상에 많이 오갔으면 좋겠다.
문태준 산문집 <느림보 마음> 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