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께 근황 전합니다
계절의 변화를 겪는 것은 자연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요즘 저는 사람의 시간에도 계절이 있구나 깨닫고 있습니다.
저의 시간, 지금 제가 지나고 있는 이 계절은, 모든 생명활동이 멈추는 꽁꽁 얼어붙은 '겨울'인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팔다리를 뻗어 움직여 보려 해도 움직일 수 없고, 도무지 힘이 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눈물이 나고, 억울하고, 나 자신을 깊이 병들도록 몰아간데 대한 죄책감이 들고, 언제까지 이 상태에 머무를까 두려움이 절로 밀려오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이 계절에 조금 더 적응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자연 겨울도 3개월은 주어야 하니, 그만큼의 시간만이라도 인내해 보자고 스스로를 토닥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멈추고 가만히 있어 보자고, 기다려 보자고 받아들이고 동면하듯 죽은 듯 묵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던 길을 완전히 멈추고 보니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 마음속 깊숙이 켜켜이 쌓여있는 감정 응어리들- 지난 세월 동안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 도 보이고, 저라는 사람 본성이 생긴 모양도 그대로 드러나는 듯합니다. 두 달 가까이 글을 쓰지 못하고 있으니, 글이 제게 무엇이었는지도 더 적나라하게 솔직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가 그나마 즐기며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무엇으로 꼭 붙들고 있었던 글. 저 삶에 마지막 보루 같았던 글. 매일 같이 쓰던 글을 어쩔 수 없이 멈추고 보니, 제가 그토록 귀하게 생각했던 글도 예상치 못한 큰 파도 앞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인 것만 같습니다.
요즈음 저의 근황을 독자님들께 전하려는 노력으로, 중구난방으로 흩어지는 의식 조각 같은 글을 남기고 갑니다. 겨울잠에 빠져 생각이 지나치게 땅속에 가라앉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지난 두 달간 댓글 남겨 주신 독자님들께 일일이 답장을 못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도 덧붙입니다.)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alanajord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