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나의 글쓰기 목표

내 글을 사랑하기

by 하트온

나도 출간하고 싶다


하지만 출간 자체가 목표가 아니게 된 지는 오래되었다. 사실 출간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내 이름 석자가 들어간 종이책 한 권이라도 낼 수 있으면 얼마나 뿌듯할까. 내 책이 서점에서 매년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가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막연하게 출간을 꿈꿨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출간 제의를 받으면 알게 된다. 내가 정말 내가 쓴 이 글들을 출간하고 싶은지. 내 글들이 출간될 준비가 된 것인지. 내 글이 이대로 책으로 나와도 되겠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몇 번의 출간 기회를 고사한 적이 있었고, 그때 아쉬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깨달은 바가 있다.


내가 내 글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지 않으면 나 스스로가 출간을 허락할 수 없는 것이구나!



적어도 지금 글은 쓸 수 있다


그나마 지금 감사한 것은 적어도 지금 글을 매일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나에게 '작가'- 글 쓰는 사람 -라는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게 붙들어 주고 있다. 2015년쯤 찾아왔던 출간 기회들을 고사하고 나는 이후 오래도록 글을 쓸 수 없었다. 내가 쓰는 글이 다 너무 미웠다. 출간할 자신이 있는 글을 쓰지 못하는 내 글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마다 몇 줄 겨우 쓰고 그다음 문장을 이어나가기 전에 뇌가 너무 피곤해져서 졸리는 기현상까지 왔다. 그렇게 시작만 하고 다시 들여다볼 수 없는 부끄러운 글들만, 마음을 제대로 전할 길을 몰라 쓰다가 구겨버린 짝사랑 연애편지처럼 잔뜩 쌓여가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가 일상을 탁 때려 생각이 이리저리 분산될 수 없게 집안에 가두어 준 덕분인지, 나는 올해 늦봄 즈음부터 매일 글을 쓸 수가 있었다. 그 덕분에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고, 이후 글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글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는 사실 하나가 지금 나에게 주는 안정감과 행복감의 정도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스스로 출간을 허락할 수 있는, 출간하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매일 읽고 또 읽어도 자랑스럽고 좋은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나는 매일 글을 열심히 쓰고 있지만 한 편의 작품으로 잘 정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내가 쓴 글에 다시 들어가 다듬고 수정하고 싶은 가치가 느껴지는 글, 작품으로 느껴지는 글, 독립 출판을 해서라도 꼭 펴내서 널리 읽히게 하고 싶은 글이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브런치 북을 일곱 권이나 만들었지만, 그 브런치 북들을 그대로 책으로 발간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존감, '글존감'이 너무 낮은 걸까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글이 문제인지, 내 글을 향한 내 시선이 문제인지. 글에 관한 가치관, 나에게 글의 의미를 재정비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돈을 공부해 보면 돈이 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감정과 생각, 철학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글도 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작가의 삶과 인간을 향한 시선, 마음 씀씀이와 사고의 습관, 소신, 철학, 시대정신 같은 것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내 글이 내가 담고 싶은 그 모든 것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자신이 없어서 출간할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섯 살 아이처럼 나아가고 싶다


첫째가 다섯 살이 었을 때, 자기 나름의 책을 만들어 출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나중에 더 다듬고 더 깨끗이 잘 그려서 출판하자고, 아니면 페이스북에 올려보면 어떨까 제안하며 달랬지만, 아이는 그러면 자신은 더 이상 다섯 살에 책을 낸 사람이 되지 못한다고, 지금 자기가 그린 그림을 누군가 보고 카피해 버리면 오리지널의 가치가 없어져 버릴 거라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부모의 소신과 자신감이 아이보다 턱없이 부족했으므로 그 책은 출판되지 못하고 아직 아이의 개인 상자 안에 들어있지만, 다섯 살의 그 자신감이 나는 부러웠다.


지금 부족한 내 모습 그대로, 내가 느낀 것을 열심히 쓰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 있게 내 밀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문제는 글이 아니라 소신을 가지고 내 글을 봐주지 못하는, 내 글을 믿어주지 못하는 나인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키우고 양육해 온 것처럼, 내가 귀한 존재임을 믿게 된 것처럼, 내 글을 그렇게 따뜻하게 품고 키우고 양육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내 글을 믿어주는 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내 글을 사랑하기, 그것이 나의 2021 글쓰기 목표다! 그래서 2022에는 내 글을 출간하고 널리 홍보해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 줄 가치가 있다고 확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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