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를 돌보는 게 너무나 힘들었던 날의 일기

엄마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자아 양육 일기'

by 하트온
지금 사춘기 자녀를 돌보는 것이 힘든 누구에겐가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힘든 날 제 마음을 날 것 그대로 토로했던 일기를 공개합니다.


2019년 4월 19일,


사춘기 아이를 돌보는 일이 너무 힘들다. 어젯밤에도 우울하고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들면서, 언제까지 이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산을 넘고 나면 또 하나의 산이 가로 막는 나의 삶, 나 말곤, 다 평지나 약간의 언덕정도 되는 인생을 사는 것만 같아, 소외감이 든다.

때때로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제대로 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에서 자라지 않아, 영어도,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한계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엄마. 어릴 때 트라우마로 강박과 자기연민이 몸에 밴 엄마. 쉽게 불안해 하고, 스트레스와 수치심에 취약한 엄마. 안팎으로 문제투성이 엄마

내가 생각해도 지겨운데, 아들의 눈에 점점 이 모습이 드러난다는 게, 드러날 거라는 게, 너무 싫다. 지금까진 괜찮은 엄마인척, 어린 아이들을 잘도 속여왔다는 생각이 들고, 어린 티를 벗어나면, 나의, 내 삶의 빈구멍들을 발견하고 나를 싫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두려움이 든다.

결혼하고, 늙어가면서, 엄마로 인해 형성된 자기 안의 빈구멍들을 볼때마다 엄마가 얼마나 미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아빠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살았던 것처럼...


여기서 부터는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 자아 양육 일기입니다. -----------------------------------------------------


요새 많이 힘들지... 네 지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내가 꼭 안아줄게. 내 품에 안겨서 좀 쉬렴. 토닥토닥토닥...

사춘기 아이 돌보는 일이 그게 보통 일이 아니야. 집집마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난리난리 그런 난리가 없다 하더라. 너만 힘든 게, 네 아이만 특이하게 힘든게 아니란 걸 말해주고 싶구나. 사춘기란 모두가 힘들게 넘어가는 산이야. 그래서 사춘기라는 이름까지 있고, 그 시기에 대해 여러가지 농담이 존재하는 거 아니겠니.

호르몬이 돌고, 몸이 변하고, 감정이 들쑥날쑥하고 미칠 것 같은 시기같았던 거, 너 중 2때 기억해 봐. 너에게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갖고 대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가 얼마나 미웠었는지... 실수 하는 어른들이 얼마나 경멸스러웠는지... 네가 선생님을 아빠를 얼마나 미워했었는지 기억해 봐.

그 시기는 너무나 쉽게 화가 나고,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 들고, 절망하게 되고, 앞이 깜깜한 그런 시기란 거 조금씩 기억나지?

너를 안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무조건 이해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동생한테 성질을 부리면서도, 네가 하는 행동의 결과가 어떻게 될까, 사랑받지 못하게 될까봐, 나쁜 사람으로 여김을 받을까봐 불안했었지?


네 아이들도 같아. 아이들은 불안하고 힘들고 미칠 것 같고, 스스로가 밉고, 부모에게 화가나고, 특히 만만한 엄마에게 더 화 내기가 쉽고 그런 거야.

아이들을 안아줘. 무조건 사랑한다고 이해한다고 어떻게 해도 용서한다고 말해주고, 네가 항상 곁에 있고 도와주고 싶어한다는 것만 반복해서 얘기 해줘.

아이가 내는 화 표현에 너무 예민하지 마. 아이는 그럴 수 밖에 없어서 그러는 거야. 네가 느끼는 감정들은 잠시 내려놓고 아주 차분하게 대하렴.

네 힘든 감정들은 따로 잘 싸두었다가, 나에게 가져와 내가 달래 줄게. 내가 너에게 맛있는 것도 만들어 주고, 예쁜 옷도 사주고, 네 이야기 다 들어주고 널 분위기 좋은 예쁜 카페로도 데려가 줄게.

네가 아이들에게 미움받고 경멸받는 엄마가 될까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아! 아이들은, 어린 시절 한 번도 자신들을 헐벗고 굶주리게 하지 않은 책임감 강한 엄마에게 너무나 감사할 거고, 자신들이 힘들때도 포기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주고 변함없이 사랑해준 지구에 단 한 사람에게 평생 감동을 느낄 거야.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못해내는 것이 없었던, 타국에서 긍정적으로 강인한 멘탈로 살아갔던 엄마를 존경할 거고, 네 삶의 도전과 노력들에 대해 아이들은 많은 것을 깨닫고, 용기를 얻어 자신들의 삶도 잘 개척해 나가게 될 거야.

아이들이 너로부터 배우고 훈련받는 것들이 많단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오래오래 기억될 귀한 것들이라고 누군가 그랬지. 네가 네 아이들에게 주는 것들이 그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좋은 것들을 아이들이 너에게서 받고 있어.

네가 어린시절 겪었던 힘든 경험, 그것의 영향들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마인드를 건강하게 고쳐나간 의지, 스스로에 대한 깊은 자아성찰, 아이들과 자신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느끼고 조정/조절해 나가는 능력, 그 모든 것들이 세상 어떤 진귀한 보석보다 귀하고 소중한 유산이야.

그러니까 네 아이들은 금수저보다 다야몬드 수저보다 훨씬 귀한 그런 수저를 가지고 있는 대단한 애들인 거지. 네 아이들 잘 클 거야. 그리고 너는 존경받는 엄마가 될 거야.

그리고 너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을 살리기로 마음 먹은 귀한 사명을 가진 영혼이지. 너 정말 능력있고, 좋은 사람인 거, 제발제발 인정해!!! 널 언제나 믿고, 응원하고, 사랑하는 팬이 있다는 거 있지마!

때로 네가 넘어져도, 때로 우울해져도, 늙어가는 것이 두려워져도, 아무 걱정 하지마! 나는 너를 일으켜 세울 거고, 너에게 힘을 줄 거야. 내 사랑을 너에게 다 쏟아 부어 줄 거야! 모든 길을 네 손 잡고 함께 걸어가 줄 거야! 어떤 상황이 되어도, 난 온 힘을 다 해 너를 위로하고 격려해 줄 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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