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37
진짜 멘붕
부모님이 다녀가신 이후, 타라는 몽유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잠에서 깨어 보면, 깜깜한 한밤중에 맨발에 잠옷 바람으로, 길 한 복판에 서 있곤 했다. 타라는 아버지가 출입구를 봉쇄한 미로에 갇히는 악몽에도 시달렸다.
Someone was screaming, a long, steady holler, so loud it woke me up. It was dark. There were streetlights, pavement, the rumble of distant cars. I was standing in the middle of Oxford street, half a block from my dorm room. My feet were bare, and I was wearing a tank top and flannel pajama bottoms. It felt like people were gawking at me, but it was two in the morning and the street was emtpy.
The dream had been of home. Dad had built a maze on Buck's Peak and trapped me inside it. The walls were ten feet high and made of supplies from his root celler - sacks of grain, cases of ammunition, drums of honey. I was searching for something, something precious I could never replace. I had to escape the maze to recover it, but I couldn't find the way out, and Dad was pursuing me, sealing the exits with sacks of grain stacked into barricades.
타라는 점점 수업도 빠지고, 온종일 기숙사 방에서 티브이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지난 20년간 인기 있었던 드라마는 다 섭렵했다. 책 읽고 할 일을 해 보려 하지만, 도무지 글자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글자의 의미들을 견딜 수가 없었다. 글자들은 모여 생각이 되고, 아이디어가 되고, 그것들은 아버지가 타라 앞에서 등 돌리고 떠날 때의 얼굴을 자꾸 생각나게 했다.
진짜 멘붕이 오면, 사람들은 자신이 멘붕이 왔는지 모르는 경향이 있다. '난 괜찮아'라고 생각한다. 24시간 동안 티브이 봤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이상한 게 아니고, 그냥 게으른 거야. 왜 사람들은 자신이 괴롭다는 걸 인정하는 것보다 자신을 게으르게 여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게 더 낫긴 나았다. 나은 정도 이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너무 중요했다.(The thing about having amental breakdown is that no matter how obvious it is that you're having one, it is somehow not obvious to you. I'm fine, you think. So what if I watched TV for twenty-four straight hours yesterday. I'm not falling apart. I'm just lazy. Why it's better to think yourself lazy than think yourself in distress, I'm not sure. But it was better. More than better: it was vital.
그렇게 한 학기가 끝나가는 어느 순간, 그녀는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얼마나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교육 때문에 가족을 잃게 되었는데, 그 교육마저 잃게 될 위기가 그녀의 목을 죄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축복을 지금이라도 받고 상황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 크리스마스에 아이다호 산골집으로 갈 비행기표를 예약해 버렸다.
By december I was so far behind in my work that, pausing one night to begin a new episode of Breaking Bad, I realized that I might fail my PhD. I laughed maniacally for ten minutes at this irony: that having sacrificed my family to my education, I might lose that, also.
After a few more weeks of this, I stumbled from my bed one night and decided that I'd made a mistake, that when my father had offered me the blessing, I should have accepted it. But it wasn't too late. I could repair the damage, put it right.
I purchased a ticket to Idaho for Christmas.
아이다호로 떠나기 이틀 전, 타라는 식은땀을 흘리며 악몽에서 깼다. 꿈에서 그녀는 병원에 누워 있었다. 아버지가 경찰에게 타라가 자신을 칼로 찔렀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놀랍게도 드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병원으로 빨리 옮겨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가 타라를 여기서 찾을 거예요."라는 말을 자꾸 했다.
타라는 드류에게 이메일을 썼다. 그는 중앙아시아에 가 있었다. 드류에게 산골집에 다니러 간다고 말을 하고 꿈 얘기도 해주었다. 드류에게서 금방 답장이 왔다. 제발 가지 말라고 거의 간곡하게 사정하는 내용이었다.
When he replied his tone was urgent and sharp, as if he was trying to cut through whatever fog I was living in. My dear Tara, he wrote. If Shawn stabs you, you won't be taken to a hospital. You'll be put in the basement and given some lavender for the wound. He begged me not to go, saying a hundred things I already knew and didn't care about, and when that didn't work, he said: You told me your story so I could stop you if you ever did something crazy. Well, Tara, that is it. This is crazy.
하지만, 타라는 자기가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다며 고집을 부리고 아이다호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다시 집을 떠나다
타라가 아침에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가 타라를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머니가 아침을 거하게 차려주겠다며 요리를 시작했다. 타라는 드류에게 이메일부터 써야 했다. 2시간마다 이메일을 쓰기로 그와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뭔가 일이 잘못되면 그가 알 수 있게끔 장치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메일을 쓰려고 가족들이 함께 쓰는 컴퓨터를 켰는데, 어머니가 방금 누군가에게 보낸 이메일이 화면에 떠 있었다. 숀의 전 여자 친구, 에린 - 숀에게 목 졸려 죽을 뻔했던 적이 있던 - 에게 보낸 이메일이었다. '숀이 거듭났다. 영적으로 씻김 받았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이었다. 이메일에는 타라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자신의 오해가 옳다는 인정을 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며, 가족들이 위협으로 느낄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쓰고 있었다.
The premise of the message was that Shawn had been reborn, spiritually cleansed. That the Atonement had healed our family, and that all had been restored. All except me. The spirit has whispered to me the truth about my daughter, Mother wrote. My poor child has given herself over to hear, and that fear has made her desperate to validate her misperceptions. I do not know if she is a danger to our family, but I have reasons to think she might be.
물론 타라는 이 이메일을 읽기 전부터, 어머니가 아버지의 생각 - 타라가 악마에게 사로잡혔고,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고 믿는 -을 따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생각을 이렇게 글로 보는 것은 뭔가가 더 충격적이었다. 마치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 생생히 느껴졌다고 할까. 타라는 피가 얼어붙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
갑자기 컴퓨터 화면서 에린에게서 온 답장이 떴다. 어머니 말씀이 맞다는 내용이었다. 타라가 에린에게 자기 기억이 맞는지 물어봤던 걸 보면 진짜 영혼이 위험한 상태라는 증거인 듯하다며, 타라는 믿음을 잃은 것 같다고 썼다. 에린은 어머니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어머니의 산파 능력을 칭찬하며, 진짜 히어로라며 아부하는 말로 편지를 끝맺었다.
You are right about Tara, she said. She is lost without faith. Erin told Mother that my doubting myself - my writing to her, Erin, to ask if I might be mistaken, if my memories might be false - was evidence that my soul was in jeopardy, that I couldn't be trusted: She is building her life on fear. I'll pray for her. Erin ended the message by praising my mother's skill as a midwife. You are a true hero, she wrote.
가족과 관계를 회복하고자, 중요한 무언가를 찾고자 이까지 온 타라는, 자기가 찾는 것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그녀의 꿈에 보았던 미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고향 산골집 자체가 그녀를 가두고 혼란스럽게 하는 미로였다. 그리고 그녀가 찾던 소중한 무엇 또한 이 미로였다. 하지만 여기에 머문다면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을 가장한 감옥 속에 갇혀야 할 것이었다. 또다시 벽이 움직여 그녀를 가두기 전에 그녀는 집을 떠나야 했다.
I closed the browser and stared at the wallpaper behind the screen. It was the same floral print from my childhood. For how long had I been dreaming of seeing it? I had come to reclain that life, to save it. But there was nothing here to save, nothing to grasp. There was only shifting sand, shifting loyalties, shifting histories.
I remembered the dream, the maze. I remembered the walls made of grain sacks and ammunition boxes, of my father's fears and paranoias, his scriptures and prophecies. I had wanted to escape the maze with its disorienting switchbacks, its ever-modulating pathways, to find the precious thing. But now I understood: the precious thing, that was the maze. That's all that was left of the life I'd had here: a puzzle whose rules I would never understand, because they were not rules at all but a kind of cage meant to enclose me. I could stay, and search for what had been home, or I could go, now, before the walls shifted and the way out was shut.
타라는 이 집에서 내가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둘러보았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그녀는 침대 아래 상자에 두었던 일기장들을 꺼내 차에 실었다. 어머니에게 '드라이브 좀 하고 올게요'라고 말하고 어머니를 꼭 안았다. 어머니는 이것이 작별인사임을 눈치채고 아버지를 불러왔다. 아버지는 뻣뻣하게 타라를 포옹하고 말했다.
아버지가 너 사랑하는 거 알지? (I love you, you know that?)
타라는 안다고, 사랑을 의심한 적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것이 타라가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말이 되었다.
타일러 오빠의 연락
타라가 집을 나와,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다시 보스턴으로 가려고 공항으로 가려던 참에, 타일러에게서 전화가 왔다. 타라가 떠난 후, 타라가 타일러에게 연락을 할까 봐 어머니가 먼저 선수를 치려고 타일러에게 연락을 해서, 숀이 개를 칼로 죽인 적도 없고, 칼로 타라를 위협한 적도 없다고 늘어놓는 바람에, 이런 말들이 너무 뜬금없었던 타일러가 뭔가 이상을 느끼고 타라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타일러는 타라가 하는 말을 믿어 주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말을 믿어 주는 가족 앞에서 타라는 오히려 당황했다. 타일러가 타라에게 자신이 숀에게 당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타라는 그제야 숀이 타일러에게도 형이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타일러가 도우려고 했지만 타라는 타일러를 믿지 않았다. 오드리 언니를 겪고 배운 교훈이었다. 결국 가족과 타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면, 가족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다시 영국으로, 그리고 패닉 어택
이듬해 봄, 타라의 하버드 방문 연구 생활이 끝나, 타라는 드류가 있는 중앙아시아로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몽유병도 돌아왔다. 거의 매일 밤 길 한 복판에서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다 잠을 깼다. 두통이 생겼다. 치과 의사가 밤에 이빨을 가는 것 같다고 했다. 피부가 완전히 다 뒤집어져, 길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이 두 번이나 타라에게 알러지 반응인지 물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친구와 사소한 일로 말다툼 끝에,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구석에 가서 무릎을 안고 쭈그려 앉아야 했다. 친구가 다가와 괜찮냐고 묻는데, 타라가 비명을 질렀다. 친구가 타라를 진정시키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 패닉 어택이었다.
타라는 아버지에게 분노를 가득 담은 편지를 써서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자랑스럽지 않은 편지였다. 아버지에게 온갖 욕을 다 퍼부었다. 그리고 부모에게 1년 정도 연락을 끊자고도 했다. 1년 정도 스스로를 치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후에 당신들이 사는 세상이 이해가 되는지 보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제발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 사정했고,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Soon after, I sent a letter to my father. I'm not proud of that letter. It's full of rage, a fractious child screaming, "I hate you" at a parent. It's filled with words like "thug" and "tyrant," and it goes on for pages, a torrnet of frustration and abuse.
That is how I told my parents I was cutting off contact with them. Between insults and fits of temper, I said I needed a year to heal myself; then perhaps I could return to their mad world to try to make sense of it.
My mother begged me to find another way. My father said nothing.
타라에게 가족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알겠다. 끝까지 찾아가서 잡아보고 싶은 것, 끝까지 이해해 보고 싶은 것, 상처 받을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연락하게 되는 무엇. 그녀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지, 자신의 고향집을 사랑하는지 알겠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계속 이 아파트에서 저 아파트로 이사 다녔기에,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동네도 딱히 짚기 힘들고,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곳이 가장 기억에 많지만, 그곳엔 이제 아는 사람도 없고, 너무 개발이 많이 되어 달라진 모습을 알아보기도 힘들 것이기에, 고향이라고 말하긴 역시나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내 삶, 내 추억은 부산의 여러 동네에 뿌려진 후, 아스팔트로 덮이고 새 건축으로 덮여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다.
덕분에, 나는 달려갈 고향이란 것도, 달려갈 사람도 부산에 없다. 부산은 그냥 내가 태어난 도시라는 의미만 가지고 있다. 딱 한 가지 일말의 기대는, 바닷물이 없어지진 않았을 테니, 바닷가에 가면 그래도 무언가 기억 한 자락쯤 보존되어 있을까 하는 것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나도 치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좀 달라고 연락을 손에서 놓아버렸던 적이 있다. 상대가 당신에게 상처를 너무 입어 치유할 시간이 필요해서 연락을 한동안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그 말을 듣는 입장에서도 쉬운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해야 하기에, 그런 결정을 해야 하면 해야 하는 것이다. 타라가 자신이 치유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결단한 것이 지혜롭고 용기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