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글을 쓴다는 자체가 철이 없지만
좋아하는 것과 충분한 시간을 보낸 카페 사장 최준
최준은 커피가 좋아서, 와인이 좋아서 여러 나라를 돌며 유학했던 풍부한 경험을 가진 카페 사장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는 삶, 자신의 내면이 내는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행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나는 항상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삶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주도적이지 못한 삶 속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잊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의 내면 밑바닥에서부터 들려오는 가냘픈 목소리가 항상 있었다.
'언젠가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
나는 그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었어야만 했다. 먹고살 길을 먼저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항상 글에 대한 욕구는 뒤로 밀려나야 했고, 돈이 되는 기술을 먼저 배워야 하는 조급함에 독서에 대한 갈망도 밀려나야 했지만, 그래도 내가 그렇게까지 외면하고 매정했을 필요는 없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가 그랬던 만큼,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직장 생활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작가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하는 바가 있다. 일과를 마치고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남는 시간에 스스로의 꿈과 열정에 충실히 사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고 자유롭게 느껴진다. 만에 하나, 인생 2회 차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주말엔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고, 카페에 앉아 글을 쓸 것이라고 결심한다. 글을 쓰는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꿈을 도닥거리며 살아갈 것이라고 마음먹는다.
물론, 나로서는 모든 것이 나름의 최선을 다한 결정이었다. 비빌 언덕은커녕, 자칫 잘못 뒷걸음질 치다간 절벽 아래로 떨어질 일 밖에 없는 내가 처했던 환경에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전에, 생계를 위한 보험을 먼저 마련해 놓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내가 젊은 날을 보험 인생에 다 던졌던 덕분에 지금이라도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최준은 부모 재산 덕을 본 건지, 본인이 능력이 있었던 건지, 일단 가서 부딪쳐 보고 돈을 벌며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는지, 카페는 본인이 차린 건지, 누가 차려준 건지 아직 모든 것이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기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사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자신을 속인 적 없고, 자신에게 충실했던 사람들의 당당함과 여유가 그에게 있다. 그의 가까이에 다가갈수록, 그와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너는 충분히 아름답고 예쁜 사람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라는 메시지에 감동을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아끼고 돌보는 마음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 전파되는 것이 아닐까.
나도 그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최준이 커피와 많은 시간을 보낸 커피 전문가 카페 사장이 된 것처럼, 나도 글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냈었더라면, 한 번도 글과 헤어져 살았던 시간이 없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작가 지망생 생활에 올인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기라도 매일 써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다.
그래서 더욱 나는 지금이라도 매일 글쓰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스스로를, 스스로의 꿈과 바람을 소중히 여겨주는 일이며, 내 내면의 목소리를 모든 것 위에 두고 충실히 그 말에 따라주는 일이다. 그래서 최준처럼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내 안에 듬뿍 채워지고 흘러넘쳐, 내 글 속에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공감, 독자의 마음에 가 닿는 진심어린 격려로 진하게 스며 나오기를 바란다.
김해준의 최준 같은 캐릭터 그리기
카페 사장 최준은 김해준이 만든 독보적인 캐릭터다. 김해준이 만든 캐릭터는 최준만이 아니다. 쿨제이라는 또 다른 캐릭터가 있다는 걸 최근에 발견했다. 쿨제이는 2000대 초반 동대문 시장에서 옷 파는 패션 청년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쿨제이와 카페 사장 최준, 이 두 개의 캐릭터는 같은 사람이 연기한다는 걸 믿기가 힘들 정도로 각 캐릭터의 개성이 너무나 강하다. 서로 닮았다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캐릭터 연기를 보고 있으면, 단순한 개그 콩트가 아닌, 현실을 그대로 잘라 붙여 넣기 한 것 같은 현장감이 생생한 극사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가 그리는 캐릭터는 무척이나 섬세하고 정확하다. 말투, 사고방식부터, 옷차림과 자세나 행동까지, 관찰력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을 독창적 캐릭터로 재구성해 표현하고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가는 창의력도 대단하다 싶다.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으니, 스토리는 인물의 행보 따라 술술 풀어진다. 카페 사장 최준의 경우는 비대면 데이트를 한참 하더니, 지금은 낭만적인 러브송 다 찾아 부르고, 로맨틱 컨셉의 광고 다 차지하고 자신의 열정 따라 사는 삶이 불러온 모든 기회들을 다 감당하느라 매우 바쁜 눈치다.
나의 소설 캐릭터도 최준처럼 그렇게 살아났으면 좋겠다. 드라마나 영화로도 살아나고, 사람들의 토론 속에서도 살아나고, 시대의 획을 긋고, 세상의 관심이 집중될 정도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철이 없게 느껴져도 좋으니, 브런치에서 열심히 글 쓰며 최준 라이프를 살다가, 최준에 버금가는 캐릭터를 완성하고 싶다.
사진 출처: https://www.eyesmag.com/posts/134174/haejunkim-3-identity-int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