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킨셀라의 Love Your Life 읽는 중
진정한 사랑을 찾는 방법
책의 삼분의 일 정도를 읽으면서, 주인공 에바가 어떤 캐릭터인지를 관찰하는 중이다. 그녀는 작가 지망생이자, 아로마 떼라피를 공부하는 학생이자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이 많은, 의욕은 넘치지만 아직 제대로 집중하여 완성한 커리어는 없는 그렇지만 해맑고 희망에 찬 20대 요즘 영국 아가씨의 모습이다. 그녀는 해롤드라는 유기견을 데려와 사랑으로 키우고 있는 애견가이며, 채식주의자이고, 자신이 꾸민 작은 아파트 공간을 자랑스러워하는 선호하는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다. 또한 그녀에게는 3명의 든든한 절친 - 가족 같은 지원군이자, 잘못된 선택을 할 땐 서슴없이 알려주는 거침없는 비평단-이 있다.
에바의 친구들 중,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들은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를 이용해서 만날 남자를 고른다. 'Deal Breaker'- 이것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조건들, 가령 너무 멀리 산다거나, 내가 싫어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 를 정하고 거른 후 남은 남성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데이트를 하기로 결정한다. 에바는 친구들이 그런 식으로 사람을 골라 만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찾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령 10분 이상 걸리는 지역에 사는 사람을 다 잘라 낸다면, 11분 거리에 사는 사람 중에 정말 나와 잘 맞을 사람이 있었는데 걸러진다면 어떡하냐고 반문한다. 또한, 내 조건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정말 사랑하게 되었다면, 사랑으로 극복할 수도 있는데, 너무 처음부터 정확한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좀 아니지 않냐며 반론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에바는 사람은 직접 만났을 때 느껴지는 느낌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골라 만나는 것은 아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녀는 눈동자를 연예인 브레드 피트의 눈동자로 '뽀샵'해서 올렸던 남자를 오프라인으로 만나 크게 실망한 경험도 있어, 요즘같이 사진 조작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사진을 믿고 판단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주장한다.
휴양지에서 한눈에 반한 남자
에바는 이탈리아의 조용하고 유서 깊은 한 수도원으로 '글 수련회' 같은 모임에 참여하러 떠난다. 그곳의 규칙은, 그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그 단체에서 나눠 주는 옷만 입어야 하며, 이름이나 개인 정보를 밝혀서도 안되고,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며, 글쓰기에 집중하며 글에 관한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에바는, '무술 훈련 수련회'가 일정이 취소되어, 리펀드를 받는 대신, '글 수련회'를 시도하기 위해 참여한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한눈에 그 남자에게 반하게 된다. 결국 에바와 그 남자는 서로의 이름도 직업도 사는 곳도 알지 못한 채 서로에 대해 마음대로 상상하며 사랑에 빠져버린다. 이탈리아에서의 짧은 일정 동안에 갈 때까지 다 간 뜨거운 연인 사이로 발전한 그들은 수련회가 끝나는 동시에, 관계에 변화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
진짜 서로의 모습을 알게 되면서
알고 보니, 에바와 그 남자- 진짜 이름은 매트 - 는 둘 다 같은 도시, 북부 런던, 그것도 서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런던에 돌아와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아직 서로가 눈에 콩깍지가 덮인 상태라 서로에 대한 호감을 잃고 싶지 않기에,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를 이해해보려 하지만, 점점 그것이 쉽지 않다. 매트는 에바가 상상한 직업도, 이름도, 식습관, 취향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에바의 애견 해롤드에 대한 매트의 태도도 그녀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 매트 또한 짐작했던 것과 많이 다른 에바의 진짜 현실 조건들에 당황하기 시작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설이 삼분의 이가 남은 것을 고려하고, 에바와 메트가 주인공인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게 분명하리라 믿고 짐작하건대, 아마도 두 사람은 큰 갈등을 맞이하고, 헤어졌다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를 처음부터 다시 알아가면서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소설을 마무리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사랑에 과학 기술 발달을 포함한 여러 학문의 발달이 도움이 될까
고도로 기술이 발달하고, 사람 성향과 감정과 관계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어느 때보다 치밀하고 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내 사람, 나의 천생연분, 찰떡궁합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건지 확실히 모른다.
삶 속에서 스치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 눈에 보이는 몇 가지 조건이 크게 호감을 끌어 만나보기로 결심하기도 하고, 단순히 외모적 매력에 끌리기도 하고, 온라인 상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가 잘 맞는 것을 느껴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내가 고르기보다 신뢰하는 누군가가 소개해 주는 사람을 믿고 결혼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미 결혼을 - 소개로 - 한 입장인지라, 요즘 데이팅 사이트/앱들이 만남에 얼마나 활용되는지는 피부로 느껴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짐작컨대, 아마도 앞으로는 사람들의 조건과 취향과 성향 모든 것을 고려하여 필터링하고 맺어주는 데이팅 사이트/앱의 기술이 더욱 발달할 것이고, 그런 기술의 도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온라인 쇼핑이 편리해도, 옷만큼은 입어보고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에바처럼 데이팅 앱이 아무리 편리해도, 사람은 만나서 끌리는지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만나서 가족이 되는 일에 무엇이 중요하다고 믿는지, 사랑관과 가치관에 따라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겠다.
에바의 연애 과정을 관찰하면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는 무엇을 깨닫게 될까 궁금하다. 만남, 관계에 현대 기술의 이기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느끼게 될까. 아니면, 사랑은 맞지 않는 모습, 단점까지도 함께 맞추어 가는 것이라고 익숙하한 결론을 새삼 내리게 될까. 과연 기술 학문이 더 발달할 미래에는 나에게 더 맞는 사람을 만나기가 더 쉬워질까, 여전히 미스터리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