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비인가 봐!
저는 덕후 기질이 다분합니다만, 사람이 몰리는 곳은 가지 못해서 나의 스타를 어디든 찾아다니며 응원하고 후원하는 진정한 덕후는 될 수 없어요. 물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누구나 사람이 몰리는 곳은 가지 않지만, 저는 코로나 전에도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못했어요.
어릴 때 부산에 살았지만,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여름 해운대를 가 본 적이 없고, 롯데 야구팀이 유명했지만 사직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본 적이 없어요. 지금 제가 사는 곳도 스타 선수들이 많은 유명 야구팀의 홈 경기장에서 10분 거리여서, 아이들 학교에서 야구 티켓을 나눠 줄 정도로 야구 게임이 늘 장안의 화제인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만, 저는 한 번도 아이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간 적도 없어요.
짐작하셨겠지만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어릴 때, 몇 천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계단을 오르내리며 바글바글 움직이는 한 반에 70명, 열 두 반, 여섯 학년 초등학교의 아침 조회 시간. 아직도 그런 걸 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빈혈이 있어서 픽 하고 잘 쓰러지던 아이였는데, 많은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더욱 숨이 가빠지고 어지러웠어요. 계단을 올라가다가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쓰러지면 아이들에게 밟혀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느꼈었어요. 아이들이 다 이동하고 마지막까지 기다렸다 혼자 교실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학생들을 교실로 이동시키고 싶은 그때의 선생님들은 저 같은 아이의 입장을 돌아봐 줄 여유가 없었어요. 결국 어느 날 저는 계단에서 쓰러지고 말았어요. 다행히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남자 선생님 한 분이 저를 발견해 안아 들고 양호실로 뛰어가고, 여자 선생님들이 와서 내 팔다리를 주무르고, 그렇게 괜찮아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빈혈도 없고, 훨씬 많이 건강해졌지만, 제 마음은 여전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갈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운동 경기나, 음악 콘서트를 가 본 경험이 아직 전혀 없어요. 한동안은 제가 그런 경험이 없다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렸고, 뭔가 끝내지 못한 숙제 같은 느낌으로 남아, 운동 경기를 보고 왔다거나, 콘서트에 다녀왔다거나 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괜스레 제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었어요.
이번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나는 원래 인생 자체가 코로나 상황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지금 이 팬데믹 상황은 마치 내 개인적인 인생 경험을, 전 세계인이 함께 경험하고 있는 상황처럼 느껴집니다. 뭔가 약간 공평해진 느낌이랄까요. 물론 코로나로 벌어진 모든 인명 및 재산 피해 상황에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오해는 마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이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휴가철에도 북적이는 공항이나 역을 피하기, 장거리 여행 자제하고 되도록 집에 있기, 실내보다 사람 몰리지 않는 자연으로 나가 즐기기... 제가 늘 하던 것을 사회 전체, 세계 전체가 다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신기하기만 합니다.
오늘은 한평생 사회적 거리 지키기 인생을 살아온 제가, 좋아하는 유명 스타 연예인 덕질을 내려놓고, 오랫동안 입덕 해 온 스타들을 소개해 드리려고요.
자연을 돌아다니며, 자세히 보니 세상에 어찌나 아름다운 나비들이 많은지, 이 세상 나비들만 구경하고 다녀도 시간이 모자라겠다 싶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늘 새로운 나비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 아이들의 학술명 따위는 모릅니다. 알아도 기억도 못하고요. 느낌 오는 대로 제 맘대로 이름 붙여 줄 뿐입니다.
저의 스타들에게 마음껏 입덕 하셔도 됩니다. 팬 사인회는 자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언제든 참여 가능하시고요. 자연보호와 친환경, 꽃 키우기를 생활화 하심으로써 이 스타들을 마음껏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도 찾아와 하트온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