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징표
나무는 내 것, 나는 나무의 것
나는 이 세상의 모든 나무가 나에게 속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이 세상의 모든 나무에게 속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나무에게 내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하는 편이다. 모든 나무가 내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편이다.
나무와 내가 하나가 되어 살아온 역사는 길다. 나는 세찬 바람에 무기력하게 흔들리는 어린 나무를 보고 눈물을 쏟던 어린아이 시절부터, 수년 전 마을 사람들의 결정으로 베어버린 나무 한 그루를 마음에 내내 그리고 사는 지금까지, 나는 늘 나무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린 아들들을 데리고 밖에 쏘다니던, 어른다운 교류 없이 '어미 동물'로만 살아가던 고되고 외롭던 시절에도 나는 항상 나무를 찾아갔다. 나무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아장아장 아기 걸음마를 연습하게 허락했으며 , 좀 더 자란 아이에겐 잎과 열매라는 장난감을 내어주고, 어린 소년들에겐 타고 올라갈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비를 막아주고, 너무 강렬한 땡볕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 아래서 우리는 땅을 파고, 나뭇잎과 열매로 소꿉장난을 하며, 미술 작품을 만들며, 셈을 하고 글을 배우며 놀았다.
덕분에 내내 나무와 함께 있었던 아이들의 마음에도 항상 '우리 나무'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나무' 하나를 정한다.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는 친해지기 힘들어도, 처음 보는 나무와는 금방 친해질 수 있다. 어디를 가도 '우리 나무'가 굳건히 서 있으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확신하는 손자들처럼 당당해진다. 어디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집이 된다.
나무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환영해 주는 든든한 친구다. 이 세상에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안심하고 갈 수 있다.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할 일을 해 낼 수 있다. 의지할 마음이 있으니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다. 외롭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언제까지나 우리는 서로를 지키는 존재가 되기로 한다. 나무는 내 마음을, 나는 나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기로 우리는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