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으로 날아간 아이

추락 사건 전말

by 하트온

낙하 사고로 머리가 깨졌다


아이들과 타잔 놀이를 시작했던 기억. 창문에 올라갔던 기억. 그리고 다음은 시멘트 바닥에 누워있는데 엄마가 나타난 장면, 그리고 엄마가 나를 업고 뛰어가는데, 내가 자꾸 토하는 장면. 내 머리에서 피가 뜨겁게 흘러내리는 느낌. 내게 남아 있는 그날의 기억은 이렇게 툭툭 끊어진 단면처럼 남아 있다.


그리고 오랜 병원 입원. 사람들이 사 온 우유와 바나나. 엄마의 놀라서 파래진 초췌한 얼굴. 그 얼굴을 만들어서 두고두고 미안했던 죄책감. 점점 감정이 기억보다 더 큰 자리를 차지하며 뭉뚱그려지고 변형된 기억이 내 마음을 조아 온다.


눈이 파란 새벽빛처럼 어두운 방을 환하게 밝힌다고 느껴질 정도로 초롱초롱하고 영특해서 온 집안의 기대를 받았던 아이였다고 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나는 그 사건 이후의 나 자신밖에 남아 있지 않다. 나는 자주 멍 때리며 먼산을 바라보고, 눈치 없어도 심하게 없는 사람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느껴왔을 뿐이다. 가는 귀가 먹었냐는 말도 많이 들었던 걸로 봐서, 나는 사람들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경향 또한 분명히 있다는 것을 오래전에 자각했다.


나는 내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릴 때 그 추락 사건이 있었다는 것에 원인을 돌리는 사고 습관이 생겼다. 실제로 나는 보통 사람보다 떨어지거나 많이 다른 영역들이 꽤 있다. 이런 영역들은 곧장 사회생활 적응에 몹시 방해가 되기 시작한다. 처음엔 건강하고 멀쩡하게 보여 환영을 받는데, 점점 눈치 없이 굴고 딴 데 정신 팔다가 오해를 사서, 집단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단 리더의 눈밖에 나버리는 것이다.



뇌기능이 좀 손상된


내가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난다. 보통 사람이라는 말이 불러오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너무 많게 느껴지는 것이다. 빨리빨리 돌아가지 않는 머리에 답답하고, 말도 어눌해서 답답해진다.


나는 자체 기준을 좀 낮추기로 했다. '정상인의 기준'이라는 것을 치워내고, 나에게 맞는 내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사람이 많이 멍하고, 주변에 돌아가는 게임을 파악하는 눈치 제로에, 영리하게 필요한 관계를 맺어 가는 능력 제로라도 '괜찮아'라고 시원하게 결론 내리기로 했다.


보통의 환경에서 보통 사람들과 잘 지내며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거두어 냈다. 차라리 내가 좀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찾아다니고 스스로 만들어 내기로 했다. 휠체어를 타야 하는 사람이 보도턱을 피해 다니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나도 나에게 '턱'이 되는 것들, '턱'이 되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기로 했다.


그렇게 피해 다니다 보면, 많은 기회들이 떠나가기도 한다. 저 '턱'만 넘어냈으면 저 자리에 금방 오르는 건데 싶은 아쉬운 순간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아쉬워하는 일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낳을 뿐이다. 나는 나를 보호하는 일을 모든 것 위에 우선으로 두기로 했다. 내가 '턱'을 피해 다니느라 놓치는 기회들은, 나 자신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기로 했다. 모든 지나간 기회들은 나를 위해 포기한 것이니, 결국 괜찮다.



느리지만 그래도 간다


드디어 <나를 사랑하는 훈련>과 <뭄바이 관종 여우>의 출간 기획서와 시놉시스를 완성하고, 원고를 정리해서 투고 준비가 끝났다. 글을 이리저리 수정하고 완성하는데 몇 년, 기획서 완성하는데 몇 년, 드디어 2022년은 투고의 해가 될 전망이다. 나와 맞는 사람들과 출판사와 만나 출간까지의 시간도 무척 오래 걸릴 것이라 각오하고 있다. 수많은 거절과 거절감의 고통도 따르리라 예상하고 있다. 다 괜찮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 될 지라도, 그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데 의미를 두면, 모든 것이 다 괜찮다. 나의 책을 손에 들기 원하신다는 한 분의 독자님을 생각하며 나아가고 있으니, 그분의 손에 책 한 권 들려드리는 그날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려도 나는 나아갈 '계획'일뿐이다.


내가 보통 사람에 비해 속절없이 느리고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떤 상태 어떤 몸으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 해 훈련하는 장애인 운동선수들을 나는 마음에 항상 떠올린다. 내가 어릴 때 창문에서 떨어진 사건으로 보통 사람보다 뇌가 조금 더 손상된 운명이라 해도,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나아갈 것이라고 마음먹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훈련해서 늘 한계를 이기고 성장해 나가리라 결심한다.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조금 성장하는 것에도 크게 기뻐하며 하하 웃으며 나아갈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났으니까. 살아 있는 동안은 신명 나게 끊임없이 나아갈 것이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unionbsv)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라클 모닝보다 중요한 아침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