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누군가를 안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의 내면까지 다 안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인 것 같다.
어느 한 단면만을 아는 것이거나, 그 단면조차도 알지 못하여 고개를 저을 때가 있으니.
때로는 내가 나를 아는지도 모르는 순간과 맞닿는다.
자연의 한 점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크고 넓다.
영국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이 세계다'라는 말과 함께, '당신 자신이 하나의 소우주다'라는 말을 남겼다.
세계에 대해 말하지만 세계를 다 보지 못하였고, 우주에 대해 말하지만 우주는 나의 눈으로 내다본 적도 없다.
학창 시절 윤리 교과에서 한 사람은 우주와 같다고 배웠다. 나의 눈으로 한 번도 직접 내다본 적도 없는 우주. 한 사람이 우주와 같다는 것은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넓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 아닐까?
대자연 앞에 하나의 점. 그럼에도 우주로 빗대어지는 한 사람.
자연의 한 점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자연의 범주에 넣는 것이 어폐일지 모르나, 자연으로부터 배움을 얻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던 이번 브런치 북에서, 배움으로 이끄는 큰 영향력을 지닌 자연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를 떠올렸을 때, 너무도 당연하게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람이 자연에 포함이 되는가, 작은 단위 자연의 하나로 볼 수 있을까는 보는 이의 시선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나의 관점으로 자연의 범주에 넣어보려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직접 보여주며 배움을 주고, 바른 길로 이끌어 준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 선후배, 직장 동료, 학생들, 남편, 나의 자녀들까지. 이들 모두에게서 배움을 얻는다.
학창 시절 한자시간에 한자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셨던 문장.
三人行必有我師(삼인행필유아사)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라는 공자의 말씀.
모든 사람이 좋은 사람일리 없고 길을 가는 세 사람 안에는 옳은 사람과 그릇된 사람이 포함되어 있어, 옳은 사람을 통해서는 좋은 것을 본받고 그릇된 사람을 통해서는 나쁜 것을 경계하게 하여, 반드시 스승이 되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 가르침은 가치관이 생겨나던 그 시절의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살아오며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말씀이 되었다.
누굴 바라보며 본받을 점이 없다고 함은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처럼 그릇된 행함을 하지 않아야 함을 배우는것.
기간제교사로 고등학교에 재직하던 시절 학생들과 처음 만나 나의 소개를 하고 마음에 담고 살아가던 말씀이라 저 문장을 써놓고 사람을 바라봄에 늘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을 학생들에게 일러줬었다. 한자교사도 아닌 정보컴퓨터 선생님이 한자를 써놓고 말을 하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만큼 꽤나 나에겐 깊이 전달되었던 말씀이었다. 내가 전했던 말을 잊지않고 졸업후 만난 제자의 입에서 저 말씀을 해주셨던 선생님이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듣고, 모든 학생들은 아닐지몰라도 몇몇 아이들에게는 나처럼 저 문장이 마음 깊이 담겼겠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한 사람이 모든 면에서 좋을 수만 없고, 모든 면에서 나쁠 수만은 없다. 그리고 좋은 점이 때로는 나쁜 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모든 사람의 언행 하나하나는 가르침이 되어 다가온다.
사람에게는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
꽃과 같은 사람, 나무 같은 사람, 바다 같은 사람, 땅 같은 사람, 물 같은 사람, 돌 같은 사람
그리고 한 사람 안에도 저 모습들, 꽃, 나무, 바다, 땅, 물, 돌 등의 모습이 스치고 보이기도 한다.
한 사람 안에 모든 자연이 드나든다.
앞서 발행했던 작은 단위의 자연과 관련한 주제글들에서 내가 느꼈던 배움과 나의 생각이 어떻게 흐르는지 써 내려갔던 글들을 떠올려보면 그러한 것들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하거나 상황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사람은 늘 배울 대상이 된다.
나무처럼 자라고 또 자라는 성장하는 모습
풀처럼 지칠 줄 모르는 끈기
꽃처럼 자신만의 빛과 향을 품고 피어났다 지는 삶
바다처럼 치유를 해주기도 하며, 그 사람을 통해 내가 보이기도 한다.
하늘처럼 닿을 수 없는 존재로 느껴질 때도 있고
돌처럼 단단한 모습으로 살아가며
물처럼 유연한 사고로 살아간다.
그리고 대지처럼 조건 없이 품어주기까지...
한 사람에게 저러한 자연의 모습이 다 들어있다고 본다면 사람이 얼마나 큰 자연인지 경이롭게 바라보이며, 대자연 앞에 하나의 점이지만 표현 불가한 커다란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들어가다 보면 어쩜 이것은 철학적 관점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싶기도 하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세상. 살아갈 앞날에 함께 해야 할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 모두는 배움을 주는 존재이기에 가치롭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경험을 통해 배우고 사람을 통해 배우기에 배움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끝이 없을 것 같다. 나에게 배움을 주신 모든 분들을 떠올리며 깊은 감사를 드린다.
[에필로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사람과 있기에 자연이 좋았듯, 역으로 자연과 함께였기에 좋았던 날들이다.
살아가는 환경 안에는 자연이 항상 곁에 있었고 나를 포함한 자연과 자연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은 정겹고 아름다웠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을 누리며 그것을 당연하지 않은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나로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음도 느껴졌던 시간, 앞으로도 발전하는 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브런치북 제목으로 ≪자연, 너를 통해 배운다≫라는 거창한 이름을 적고 좁은 식견으로 글을 썼다.떠올렸던 나무, 풀, 꽃, 사람에 이르기까지 배움과 연관 지어 생각을 적어내는 기쁨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브런치북의 작은 주제들로 나열한 자연 이외에 태양, 달, 별, 바람, 빛, 공기, 숲 등 많은 단위의 자연들이 있음에도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이번 브런치 북을 여기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훗날에 좀 더 넓은 안목과 식견으로 자연을 둘러보고 바라보며 같은 주제의 글을 적어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발전한 나의 모습일지 더 편협해진 나의 모습일지 알 수는 없지만 오늘의 행복감과 벅참을 그날에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솟는다. 보다 세상을 둘러보고, 직접 담은 사진들을 첨부할 수 있을 만큼 자연 속으로 더 많은 걸음도 내딛고 싶다.
지난 나의 삶을 회고하는 첫 번째 브런치북 수기글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두 번째 브런치북을 마무리하면서는 연재 종결의 기쁨을 얻는다. 수기글을 쓰면서는 나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보듬으며 글을 썼다면, 이번 브런치북은 나의 시선으로 바깥을 둘러보며 글을 썼던 것 같다.
뜻깊은 시간을 갖게 해 준, 브런치라는 글의 장이 있어 감사하다.
부족한 글임에도 읽어주시고 라이킷과 댓글로 응원해 주신작가님들과 구독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덕분에 이번 ≪자연, 너를 통해 배운다≫ 연재를 종결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점점 한여름이 되어가며 한낮에는 많이 덥습니다. 더위에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매일이 즐겁고 기쁜 날 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