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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각화 Jun 15. 2024

대지

이 땅에 놓인 모든 것의 어머니.  조건 없이 품어준다.

두 다리로 딛고 서있는 이곳.

이곳은 땅이다.


대자연 앞에서 나의 눈으로 자연을 빙 둘러보고 서있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이곳이 대지이다.


大地

사전적인 의미로 대지는 '대자연의 넓고 큰 땅'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대지는 이번 브런치북의 하나하나 작은 자연의 주제들로 잡았던 나무, 풀, 꽃, 돌, 물을 품고 있다.

그러한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하니, 대지에 대한 다른 말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대지는 이 땅에 놓인 모든 것의 어머니다.




추운 겨울이 끝나갈 무렵 차가운 눈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면, 싹이 돋고 꽃 피우며, 이어 열매를 맺고 그늘을 만들어주다 먹을 것을 내어주는 무수히 많은 식물들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다. 갓난 생명이 어미의 젖을 있는 힘껏 빨아들이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과 물을 섭취하듯이 식물들은 뿌리를 이용하여 땅으로부터 양분과 수분을 필요한 만큼 빨아들이며 성장을 한다. 


대체로 일 년생의 식물들은 땅으로부터 얻을 것을 얻으며 성장을 하다 열매를 맺으면 고스란히 내어주고, 그러다 생을 다하면 어미의 품인 땅으로 돌아간다. 다년생의 식물들은 끊임없이 더 깊게 땅으로 파고들며 이전보다 더 많은 양분과 수분을 땅으로부터 얻는다. 물론 잎으로 태양으로부터 많은 양분을 얻기도 하지만...



땅으로부터 얻어진 식물들 중 먹을 수 있는 것을 섭취하고, 자연에 내어놓은 열매들을 얻으며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곤충들과 동물들은 땅 속에, 혹은 땅의 위에 터전을 잡고 살아간다. 작은 단위의 자연이라 표현했던 나무, 풀, 꽃, 돌이 있는 곳에 곤충들과 동물들은 서식을 하며 먹을 것을 얻고 살아가는 터전을 마련한다.


농장을 하다 보면 돌을 들어 올려 치우는 경우가 있는데, 올릴 때마다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돌 아래의 곤충들이 화들짝 놀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돌을 들어 올렸을 때 많은 곤충들이 자리하고 있어 처음엔 징그러워 놀랐고, 몇 년을 걸치며 텃밭 농사를 짓다 보니 그러한 나의 행동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조심스럽다.


그곳은 곤충들이 숨어있기 딱 좋은 곳인 모양이다. 촉촉해서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몸의 수분을 뺏기지 않을 수 있고, 천적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도 있으며 그 땅아래에 자신들이 원하는 먹거리가 풍부하니 내가 걷어치우지만 않았다면 더없이 좋은 집이었을 텐데, 가끔은 필요에 의해 치우지만 많이 미안하다. 나의 손길이 느껴짐과 동시에 곤충들은 여기저기로 도망가기 바빠하고, 새로운 집터를 찾아 분주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게 땅은 어떠한 조건 없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모든 것을 품는다. 선별하지 않고 차별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도태되는 것을 억지로 끌어안지도 않는다. 생을 다하면 다하는 대로 다시 땅속의 양분으로 품어내고, 실컷 이용할 수 있게 내어주며 그 모습 그대로 품어준다.


어머니가 자식을 낳아 키움에 예쁘고 밉고의 차별 없이 있는 그대로 품고 키워내는 모습처럼, 땅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품으며 가져갈 만큼 실컷 가져가라는 듯 가로막음도 없이 얻어 갈 수 있도록 자신을 펼쳐내어 준다.


땅이 땅에 놓인 모든 것의 어머니로서 내어주고 있는 것처럼, 그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배우기는 어렵다. 그리고 내가 나의 자녀에게 땅만큼 내어주고 품어줄 수 있는 큰 마음을 지녔을 리도 만무하다. 다만, 어미로서 차별 없이 안아주고 보듬으며 하고자 하는 일에 아낌없이 지원하고 격려할 수 있는 정도의 마음은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의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땅이 떠오르고, 땅 하면 어머니가 생각났던 것은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품는 모습 때문이었다.


하늘 주제의 글에 표현을 했었던, 하늘을 보면 아버지가 떠올랐던 것은 그리움이었지만 땅을 보며 어머니가 떠오르는 것은 뚜벅뚜벅 걷고 있는 내 곁에, 내가 서있는 이곳에 땅처럼 늘 함께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지금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정신적인 든든한 버팀목으로 살아가는 힘을 보태주고 계시는 어머니.


대지가 땅에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로 다른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품고 내어주며 자리하고 있듯이, 나의 어머니 또한 어떠한 조건 없이 나를 있는 힘껏 응원하시며 바라보실 뿐, 채근질하거나 막아서거나 밀어붙이는 등 무언가 더 보태지 않으신다. 그러면서도 토닥토닥 말없는 토닥임으로 품어주시는 어머니이시기에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늘 팔 벌려 펼치고 있는 대지처럼 느껴진다.




땅에게서 배워야 할 마음가짐과 함께, 땅에게 갖는 가장 큰 마음이 있다. 바로 감사함이다.

땅으로부터 나는 많은 것을 얻고 있다. 

작물과 열매들을.


아이들과 함께 자연 먹거리를 얻는 시간을 갖기 위해 임대형이지만 주말농장과 산림농장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다. 내가 하는 것이라곤 주말에 들러, 혹은 너무 더운 날에 주중에 들러 물을 주는 것뿐 거의 자연의 힘으로 작물들자라난다.



* 주말농장의 작물들 *



* 산림농장의 열매들 *


이 작물들은 땅의 힘과 함께 태양, 바람, 물과 같은 많은 자연의 힘으로 성장한다. 서로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성장이 가능한 작물들.


만, 대지가 오늘의 주제인 만큼 오늘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내어준 대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더 깊이 전해본다.


 


작물 사진 외 모든 사진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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