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방

by 권희대



물고기도 어항도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물레방아 서있다.

다음 종착지는 고물상이 될 게 뻔한 소파와 가끔씩 주파수를 잃어버리는 텔레비전과 더이상 갈 곳이 없어 밀려온 늦은 오후가 주인공이 빠져나간 춘화의 배경처럼 정지해 있는 곳.

정다방은 서울시 종로구의 한 귀퉁이에서 시간의 먹이가 되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낡은 것들은 태어난 곳인양 이곳을 찾아오지.

혼잣말처럼 내뱉어도 마음을 끄덕이는 노인들은 응시의 제왕들. 지팡이 같은 물음표는 이미 버린지 오래. 삶이 가르쳐 준 게 내일도 쓸모있을지 모르겠다는 표정들 속에는 어항속 물고기의 생활이 어른거린다.

어차피 오늘의 운세로 가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 꽁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남은 생이 사라져갈테니.

노인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늘 가장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수초를 헤치듯
다방을 나가면
펼쳐지는 눈먼 자들의 도시.

사람들은 증발하지 못한
물기처럼 걷고 있다.
한때나마 반짝였던 무언가를 품고서.

분명한 것은
이제 그것조차 노인에게는 없다.

늙은자들은 서로서로
그 공백을 확인하러
정다방에 간다.

그곳에서는 모두들 푸근하게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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