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한 귀퉁이에 소박히 새겨진 그 자욱에는 변비같던 많은 시간의 낱알과 하릴없던 상념의 어느 조각과
진상 고객에게 미처 발설하지 못한 험한 말 한 뭉텅이와 냉방병 한 줌이 녹아 있습니다.
아! 그대를 만나기까지 시계의 초침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달려왔는지요!
그러나 오랜 기다림도 무색하게 그대는 홀연히 하늘로 돌아가버립니다그려 옷과 화장품과 어떤 시인의 아름다운 시집 한 권을 남긴 채...
아! 그대는 좋은 월급이었습니다 실로 그러했습니다...
2012년 썼던 시 한 편.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벌었던 돈이 무척 소중하고 애틋했던지 그 애절한 맘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월급은 채망 위의 모래성처럼 어렵사리 손에 쥐이고 쉽사리 흘러나간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의 나는 용돈이나 벌어 쓰는 정도였다면, 지금의 나는 나라는 한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1인 가구의 가장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월급과 나는 더욱 긴밀해졌다. 월급이 없고서는 서울이라는 이름의 도시 정글을 살아나갈 수 없으므로, 나는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 월급을 극진히 모셔야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