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늦게 났지만 나보다 일찍 늙어버린 나의 종(種) 다른 동생, 미르를 보며 썼던 시이다.
미르는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잠 자기를 좋아했다.
엄마 옆을 가장 선호하기는 했지만 때로는 거실 소파 위를 별장처럼 누리기도 했고, 어떨 때는 내 방 베개를 침대 삼아 곤히 잠들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 미르는 종종 코를 골았다. 숨을 내쉴 때마다 옅게 새어나오는 코골이를 가만가만 듣고 있노라면 꼭 밥솥의 밥이 익는 소리 같기도 하고, 풍선 인형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소리 같기도 했다. 잠을 자느라 코가 다 말라버리면 바보 같은 강아지가 참 건조하게도 잠을 잔다며 까맣고 동그란 코를 닦아주기도 했다. 녀석은 언제나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잤고 곱슬거리는 청동빛 털은 그 애가 숨 쉴 때마다 천천히 오르내렸다. 귀를 갖다대면 나보다는 좀 빠른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로 말미암아 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개가 잘 만든 인형이나 조각 따위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남들이 다 자는 늦은 새벽에 홀로 리포트를 쓸 때면 미르는 또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내 방을 찾아와서 내 방 침대 위를 차지하고 잠을 청했다. 그 때마다 나는 '미르 왔어?'하면서 손님맞이를 핑계로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애를 끌어안고, 쓰다듬고, 네가 너무 예쁘다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참 신기한 일이지. 개 한 마리가 내 방을 찾아와 잠을 청했을 뿐인데 나는 그것이 그토록 소중하고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