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가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큰일나는가
2023년 중순, 나는 이제 막 건강을 회복하고 있었다. 요가와 캠핑, 독서에 몰두하며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던 시기였다. 그 무렵 나는 SNS를 열심히 해보기로 결심했다. 해야만 하는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나와 남편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우리 삶을 다시 그려보고 싶었다.
우리가 꿈꾸는 삶은 도시의 분주함보다 자연과 가까운, 조금 더 여유로운 곳에 있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속도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삶. 그를 위해서는 언젠가 지방으로 이주해야 할 것이고, 자연스레 가장 큰 고민은 수익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오랫동안 우리의 삶의 터전이 되어 주었던 ‘대구’라는 지방 대도시를 벗어나, 귀농이나 귀촌을 해야할 것 같았다. 그러려면 가장 큰 문제는 ‘수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에는 농사를 짓지않는 한 일자리가 귀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캠핑을 다니며 더욱 피부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한적한 곳일수록 학생의 숫자는 더욱 귀할 것이니, 영어나 필라테스 강사로는 먹고살기가 더욱 힘들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무엇보다 그 시점의 나는 더이상 그런 일들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온라인 수익화>였다. 스마트스토어, 온라인 강의, 프리랜서 플랫폼 등 여러 방식이 있었지만, 가장 익숙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SNS였다.
남편과 나는 ‘사진 동호회’에서 처음 만났다. 사진 실력과 상관없이 남편은 사진이 오랜 취미였고, 집에는 사진기 2대와 액션캠을 비롯한 삼각대도 있었다. 이미 캠핑을 다니면서 사진을 남기곤했기 때문에, 나에게 크리에이터 되기는 ‘안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2023년 중순부터 시작한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그해 12월이 되도록 팔로워 250명을 넘지 못했다.
많이 실망하지는 않았다. 별로 잃을것도 없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이고, 난 대책없이 모든 직장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몸이 아파서 예전처럼 일할 수도 없었고, 정신적인 부담이 조금만 오면 아직도 숨이 가빠왔다. 더 나빠질 것도 없었다.
작은 기적은 - 솔직히 나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 해 여름 우리는 강릉으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모두 활용해서 신나게 해보자는 마음이었고, 마음껏 캠핑하고 여행하고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우리는 여름 휴가 후 진행된 한국관광공사 이벤트에서 1등으로 선정되어 ‘로컬 힙스터’라는 이름으로 따로 화보도 촬영했다. 물론 남편외의 사람과 진행된 촬영이라 굉장히 뚝딱거리고 말았지만. - 인스타그램에 ‘로컬힙스터’라는 태그를 검색하면 내가 나온다. 다른 사람은 왜 없어졌는지 모를일이지만.
또 평소 즐겨입던 애슬레저 브랜드인 ‘뮬x 웨어’의 이벤트에 참가했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내가 콘텐츠 하는 거 아무도 모르는데 - 팔로워가 적으니까 - 열심히 요가하는 김에 챌린지에 참여해서 콘텐츠도 만들고 상도 받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한 달간의 인증 끝에 1등으로 선정되어 제주도 왕복 항공권에 해당하는 상품권도 받았다.
어느날은 남편과 심하게 다투고 극적으로 화해를한 날이었다. 어렵게 화해하고 나니,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협찬’제안이 왔었다. 닭고기 브랜드였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나에게 닭가슴살을 지원해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사장님은 자신이 성공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조건 성공한다고 하시며, 그 후에도 여러번, 잊을만하면 ‘닭고기 보내드릴게요!’하면서 연락하셨다.
이 모든 것이 팔로워 250명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일어났다. 그리고 물론 위의 세 경험은 팔로워와 무관한 이벤트이였지만, 그때 받은 경험과 피드백은 나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들을 깨달았다.
1. SNS는 큰 자본 없이 나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수단이다. 나라는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를 보여줄 수 있다.
2.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웃거리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을 아무도 안 보는 것 같지만, 누군가는 꼭 지켜보고 있다.그리고 나의 생각에 공명하는 것은 사람이든 사건이든 나에게 끌려올 것이다.
3.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 전까지 SNS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외모가 준수하거나 끼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훨씬 어린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겐 나만의 이야기가 있었고, 내 사진 실력은 부족했지만 장비도 있었다. 우울증에 걸린 이야기나 퇴사한 이야기가 창피하거나 흔한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나의 팔로워가 되었다.
4. SNS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다. 경력이 단절되면 세상과도 단절되는 느낌이 든다. 30대가 느끼는 퇴사 이후의 단절감은 좁아진 생활반경에 비례하여 더욱 큰 고립감을 느끼게 만든것 같다. 그런데 SNS는 세대도 국가도 초월한 소통이 가능했다. 실제로 가장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은 나와 10살, 15살 차이가 나는 크리에이터이다.
크리에이터는 SNS를 무대로 활동하고, 그런 삶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SNS 특유의 비교와 박탈감, 자괴감에 빠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콘텐츠 제작이 재미없게 느껴졌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치유와 연결, 실험의 즐거움이 있다. - 그 극복기는 나중에 얘기해 보려고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sns로 성공하기가 어느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이 길의 다음이 궁금하다. 경단녀로서 크리에이터가 된 지금,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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