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을 걸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올 가을만큼

붉은 단풍을 기다린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가을엔 정말 예쁜 단풍을 보고 싶었다.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무력감과 슬픔이

조금은 무뎌질까.


이기적이다 누가 욕할지 몰라도.

'나 여기 생생하게 살아있다'

어떤 존재라도 내게 증명해 주길 바랐다.


KakaoTalk_20221106_204238338.jpg 담양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의 잔잔한 호수


하지만 올 가을 나무들은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나뭇잎에 예쁜 알록달록 물을 들이지 않고

그냥 시들하게 잎사귀를 떨어뜨려 버렸다.


마치 우리와 함께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더 귀하고 덜 귀한 생명이 있을까만은..

우리는 또

참으로 귀하고 어린 수많은 생명을 잃고 말았다.


정해진 애도의 기간을 보낸다 한들,

우리가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보낸다 한들,

슬픔이 쉬이 사라질까.

우리의 일상이 이전과 같을까.


KakaoTalk_20221106_211037400.jpg 담양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


이른 아침 조용한 가로수길을 걸으며

잔잔한 호수와 투명하게 빛나는 물빛을 보며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보며


깊이 애도합니다.


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이 된 분들께

슬픔에 빠진 유가족분들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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