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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리 Mar 02. 2021

회사에서 잘릴까 봐 두렵다면.

부정적인 피드백이 무섭다면.

어렸을 때는 정말 많은 것을 무서워했다. 학교 화장실에서는 귀신이 나올까 봐 절대로 마지막 칸에 가지 않았고, 변기에 앉았을 때는 절대로 위를 보지 않았다. 여덟 살 때, 하굣길에 집까지 가는 새로운 루트를 발견해내고 싶어서 다른 길로 들어서다가 매번 길을 잃었다. 작은 아이의 시야에는 사방이 다 똑같아보였고, 길을 잃고 집에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너무 커서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중학생 때는 수학 시험이 가장 무서웠고, 고등학생 때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제일 두려웠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무서웠다.


회사원이 된 지금은, 회사에서 잘리는 것이 제일 무섭다.


일이 조금 적응이 된 요즘은 예전만큼 지적을 많이 받지도 않고 쓴소리를 자주 듣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회사 일만 생각하면 속이 불편하다. 학교와 회사는 다른 종류의 소속감이다. 학교와 달리, 회사에서는 그들이 나를 원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때문에, 내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항상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서울 때도 있다. 돈 버는 게 쉬운 일은 없다더니, 남들 하는 대로 취업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나에게 그저 돈 버는 일이 되고 만 것 같다. 자아실현의 꿈은 어디로 갔나. 지금의 연봉에 적응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로 커리어를 쌓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매일 같이 한다.


열정 없는 일을 했을 때 부정적인 피드백을 수용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 일이 나에게 의미 없게 느껴진다면, 그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어느 정도의 trade off 인 것이다. 이미 나의 한 부분을 업무에 갈아 넣은 상황에서 업무 결과 하나하나에 지적을 당하기 시작하면, 그 피드백이 내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원이 되기는커녕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골칫거리가 될 뿐이다. 내가 진정 잘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 어느 쓴소리도 달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이라면 오히려 내가 먼저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려고 발 벗고 나서지 않을까. 하지만 열정 없이 한 일은 아무 피드백도 받고 싶지 않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내 마음을 다치게 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부담스러울 뿐이다.


'회사에서 잘린다'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회사원으로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피드백이다. 이 부정적인 피드백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마냥 두렵고 공포스럽기만 한다는 것은, 내가 이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회사 생활이 편해질수록 마음은 불편하고 머리는 복잡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뭘까? 어떤 이에게는 지상 최대의 고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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