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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리 Aug 10. 2021

진로 결정의 키워드: 실력, 내공, 진정성

최재봉 <Change 9>을 읽고.

실력(實力): 실제로 갖추고 있는 힘이나 능력.

내공(內功): 내적으로 쌓은 힘.

진정성(眞情性): 진실하고 참된 성질.

 

나에게 진로는 참 어려운 숙제다.

진로(進路), career: 개인의 생애 직업 발달과 그 과정 내용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용어.


대학 4년 내내, 졸업 후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했던 날들. 특히 2학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나에게 익숙하고 편한 학업에만 집착하고 매달렸다. 무조건 A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의 수업에 도전하지 않았다. 노력하면 충분히 A를 받을 수 있는 수업만 골라서 들었고, 수업 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할 힘도 의욕도 없었다.


후배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은, 대학 4년간의 시간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분야에서 "실력"과 "내공"을 쌓는 데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요즘 사회에서는 all-around, jack-of-all-trades (모든 분야에서 두루두루 뛰어난 사람)보다 한 가지 분야에서 특출 나게 뛰어난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 GPA의 함정이다. 모든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높은 GPA를 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열정, 스토리, 그리고 실력이다. 내가 성공하고 싶은 이 분야가 왜 좋은지, 왜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어떻게 이 분야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내 실력은 어떤 수준인지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나는, 졸업할 무렵, 스스로가 마치 빈 껍데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학비를 내면서 4년간 수업을 듣고 학교에 매달려 살았건만,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경제학이라는 전공 특성상 많은 수업이 마치 교양 과목 수업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고 취업 준비할 때는 아무런 실력과 내공이 없는 것 같아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게다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니 '진정성'조차 잃었다. 목표도 없이,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레주메와 커버 레터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래도 운이 좋게 3학년 여름방학 때 한 연구활동을 계기로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겨울 방학이 되기도 전에 졸업 후 가게 될 회사가 정해졌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나의 '과제'를 해결한 것처럼, 취업 문제도 해결했으니 잠깐 홀가분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고민의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생활이 즐겁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뭘 하면 좋을지 몰라서 굉장히 지루했다. 첫 출근 날짜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는데, 회사 생각을 해도 전혀 설레거나 신이 나지 않았다.


그 시절 일기장에 가장 많이 썼던 말이 "미치게 몰입하고, 죽도록 노력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였다. 내 모든 것을 갈아 넣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도전하고 싶다.


지금은 회사에 다닌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경제학 분석을 하고, 리포트를 쓰고, 자료를 찾고, 프로그래밍으로 데이터 분석을 하는 일이 꽤 적성에 맞는다. 하지만 나를 가슴 뛰게 하지는 않는다. 이것도 나의 욕심이지만,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닌,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매 순간 진로에 대해서 생각한다.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내가 가장 오랜 시간 풀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그냥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면 좋을 텐데, 왜 만족이 안 되는 걸까. 단지 일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것을 고대하고 마음의 설렘을 느껴본지가 너무 오래됐다.


실력과 내공, 진정성. 이 키워드를 마음에 지니고 살다 보면, 내가 하는 일에서 설렘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최재봉 <Change 9>


(p. 78) 메타인지: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 능력',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아적 인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더 높은 차원의 생각,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생각입니다. ... [소위 일을 잘하는 것, 업무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자기가 뭘 할 때 잘하고, 뭘 할 때 남들보다 좀 느리거나 부족한지 알고 있습니다. ... 나의 특장점과 부족한 점을 알았을 때, 이들은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대신, 잘하는 것을 더 잘 해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그걸 잘하는 사람과 일을 나누거나 아웃소싱합니다.


(p. 266) 어른들이 정해준 룰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학교를 다니고 시험을 봐서 대학에 가면 무언가 막연히 해결될 거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가장 중요한 진짜 '실력'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30%는 내 미래를 탐색하는 데 써야 합니다. 내 관심을 채우는 공부도 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분야의 롤 모델도 정해야 합니다. 출발점과 지향점이 있어야 방향성을 갖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 시간과 노력의 축적을 통해 실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내 생각과 의지가 그만큼 중요해진 것입니다.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있고 그것이 나의 미래를 결정하는 승부처가 되는 사회, 바로 우리가 마주한 포노 사피엔스 사회입니다. 내 마음을 견고하게 다지고 진정한 실력을 키우는 일이 혁명 시대를 사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p. 304) 진정성은 '내가 정의하는 나의 모습'입니다.


(p. 314)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과정이 진정성을 마음에 쌓는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정해진 시스템으로 사회가 유지되던 시대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학교를 다니고 스펙을 쌓으면 어떤 조직의 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그 다양한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꿈 따로, 일 따로가 당연한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달라졌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일자리와 다양한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었습니다. ... 꿈이 현실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뜻입니다. ...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엄청난 열정을 품고 깊이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포노 사피엔스들이 어떻게 생활 방식을 바꾸어나갈지에 대해 늘 고민하고 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모두가 열광할 만큼 편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만이 이 문제를 잘 풀어낼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일관되게 노력을 유지하려면 좋아하는 일이어야 하고 그 마음에도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p. 319) 따뜻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인),

당당하게 의로운 마음으로 무장하고(의),

모든 이에게 예를 갖추되(예),

늘 생각하고 공부하며 지혜롭게(지)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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