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살아가면서 가장 큰 과제는 스스로를 잘 다루는 것.
스스로를 감당한다는 것. 이 말을 처음 떠올린 것은 대학교 2학년이 끝난 여름 방학 때 혼자 떠난 일주일 간의 베트남 여행에서였다. 한 달간의 인턴생활로 번 돈, 총 경비 70만 원 안팎으로 해서 다녀온 여행이다.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떠나기 전 한국에서는 그저 새로운 나라를 탐험한다는 생각에 들뜨기만 했었는데, 막상 베트남에 도착해서 여행을 하다 보니 모든 결정을 혼자 하고, 혼자 책임져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숙소를 정하고, 무엇을 할지, 어디를 갈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온전히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나에게 있었다. 내가 가기로 한 유적지가 가는 길이 생각보다 험난해서 기분을 망쳐버릴 수도 있고, 내가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이 기대한 것보다 맛이 없을 수도 있다.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고, 내가 내린 결정의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 것이다. 내 선택에 대한 결과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예민하고 완벽주의적 성향이었는데,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나라에서 나 혼자 24/7 스스로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이거 생각보다 무척 어려웠다. 혼자만의 여행, 일주일이 그렇게 긴 시간인지도 처음 알았다. 재미가 없었다기보다는 나와 단둘이 있게 된 것은 처음이라 좀 어색했다고 할까. 열심히 번 돈을 모아 온 여행이니까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서 모든 결정의 무게가 걷잡을 수 없이 무거워졌다. 혼자만의 시공간에서 오로지 자신만의 역량으로 스스로를 감당해내는 일은 진짜 나를 마주하는 경험이었다. 여행에서 나를 혼자 겪어보니, 그동안 나와 함께 해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감사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 나는 여전히 나를 대하는 것에 서툴렀다. 입시로 인해 생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버릇은 대학생이 된 후에도 나를 갉아먹었다. 공부나 취업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다이어트, 운동 등 내 일상 모든 부분에서 나는 나의 넘버원 감시자, 비판자, 잔소리꾼이 되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았고, 쉬고 싶은데 쉬지 않았다. 아마 나는 그런 내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나의 욕구가, 나의 신체가, 나의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나 자신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졸업 후, 코로나로 인해 미국과 한국에서 자가격리 생활을 하면서 또 한 번 나와 단둘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십 대 초반을 서툴게 보낸 나는, 이제 스스로의 넘버원 치어리더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하듯 나에게도 대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이고, 하기 싫은 것이 있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주고, 너는 지금도 충분하다고, 잘하고 있다고, 좀 편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다.
이제는 좀 마음이 편하다. 나는 나와의 시간이 불편하지 않다. 하루하루,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