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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힛시커 Sep 21. 2022

퇴사, 할 때 하더라도 챙겨갈 스킬 5가지 (2)

보고서/보고자료 편

여러분, 제 브런치는 언젠가 회사를 독립할 꿈을 꾸는 분들을 위한 주제로 글을 써 나가고 있는 거 아시죠? 이번에도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회사에서 얻어갈 인생 스킬 2번째, 보고서/보고자료 작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https://brunch.co.kr/@heatseekerkr/39





보고자료 작성 스킬



상사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해 보는 일


제가 입사 초반에 1년 반 정도 근무했던 팀은 신사업 팀이라 상부에 여러 가지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보고서를 하루에도 몇 개씩 작성해야 했어요. 시장성 보고서, 출장 보고서, 분기/반기/연간/5개년 보고서 등 뭐 하나라도 진행하려면 죄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렸습니다. 아직 실적이 없는 팀이라 모든 허락을 받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만 했지요. 


새벽까지 야근하기가 일쑤였고 심한 날에는 동틀 무렵에 집에 가서 씻고 옷만 갈아입고 다시 출근하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이미 수행한 일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그나마 쉬웠는데, 신사업 발굴 업무이다 보니 오히려 무언가 예측해서 보고자료를 작성해야 하는 일이 훨씬 많았습니다. 23살의 저는 그때,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1년, 5년 뒤를 예측해서 보고서를 써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고 괴로웠지요.. 오죽했으면 팀을 옮길 때 우선순위로 고려할 점 중 하나가 ppt를 포함한 보고자료를 안 만들어도 되는 팀인가? 였어요. 


아무튼 그렇게 싫었던 보고자료인데, 어느 날 문득 혼자 이런 가정을 해봤어요.


[가정]

나는 1인 기업의 대표다. 내가 (회사 밖에서)하는 모든 일은 내 회사의 비즈니스다. 고로 내가 개인적으로 하는 모든 일도 내 회사의 업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언젠가 회사를 나올 것을 염두에 두고 항상 자기 계발에 몰두하던 제가, 아니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거면 내가 이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가정을 깔고 해 보면 어떨까 싶었던 거예요. 약간 역할놀이처럼요. 그래서 제가 회사 업무 외적으로 하는 모든 자기 계발 활동을 회사에서 썼던 보고서 형식과 유사한 문서를 만들어 작성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 나름대로 아래와 같은 (비공식) 1인 기업의 사내 문서들을 만들게 되었어요.


혼자 뭐 하는 건지 조금 웃길 수도 있는 제 셀프 보고서 폴더를 살짝 보여드릴게요.. (매우 진지)







기본적인 회사의 보고서 양식의 항목들 중 너무 골치 아픈 것은 빼고 재구성한 저만의 보고자료 파일에 그동안 해 온 모든 자기 계발 활동들을 회사 업무로 가정하고 기록/정리해 본 것입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니니 아주 공들여 예쁘게 만들 필요도 없이, 아래의 항목들만 간단히 포함했습니다.


업무 설명: 무슨 활동인지

목적/정당성: 무엇을 위해, 왜 하는지

기간: 언제부터 언제까지 하는지

기대효과: 내 목표에 어떤 도움을 줄지


'이런 걸 대체 왜 하는 거야?' '차라리 말로 보고하는 게 낫겠어' '너무 시간낭비야'라고만 생각했던 보고자료가 제 자신을 위해 만든다고 생각하니 유익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게다가 내가 1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하니 재미와 동기부여는 덤으로 얻었지요.




또한 보고서와 기획서는 내용이나 목적 측면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은데요, '보고서'라는 단어는 나의 보고를 받을 다른 주체를 포함하는 말이지만(특히 직장 상사) '기획서'는  오롯이 내가 주체가 될 수 있는 뉘앙스를 가진 단어입니다. 내가 회사의 대표라면 나의 사업 '기획서'를 가지고 내 아이디어를 선보이러 다니게 되겠지요. 이렇게 다른 듯 비슷하기에 사실 제가 작성한 셀프 보고자료 파일명을 'OOO 기획서'로 바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한참 보고자료 열심히 작성할 시절에는 대체 이게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아주 큰 의구심을 가졌는데 내가 만약 회사 밖에서 내 사업을 한다면? 혹시 잘 돼서 규모가 커지고 직원들까지 채용하게 된다면? 내가 만든 회사의 사내 문서가 필요하다면?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니 보고서 작성법을 잘 배워둔 게 너무나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수동적으로 작성할 때는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괴로웠는데 내 일을 내 의지로 보고서에 작성한다고 하니 글이 아주 술술 써지더라고요.


만약 우리가 회사를 나와서 나만의 일을 하게 된다면 그 아무도 나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이럴 때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배운 스킬과 경험을 활용해 내 아이디어와 방향성을 일목요연하고 정당성이 십분 돋보이는 한 편의 보고서로 술술 작성할 수 있다면, 회사 경험이 없는 분들과는 또 다른 차별점이자 나의 강력한 무기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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