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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y 11. 2024

악성 뇌종양과의 만남

지속되는 구토, 사라지지 않는 두통. 경미하다고만 생각했었다. 둘째 아이는 두통에 대한 호소와 고통을 '극심' 하게 표현하지 않았고 난 그걸 고지 곧대로 믿었다. 더군다나 주변 모든 소아과란 소아과는 모두 돌아다녔고 심지어 안과와 정형외과 등, 아이가 눈이 아프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하다는 말을 했을 때도 근처 병원에서는 모두 큰 증상을 이야기 하지 않고 관련 진료에 해당하는 약 처방 정도를 해 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미련하고 바보 같이...이미 내 아이가 부쩍 철이 일찍 든 줄도 모르고......



내 눈에도 의심스러운 부분은 4월 마지막 날, 그제서야 감지 되었다. 보행장애. 아이는 옆과 앞으로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걷기 시작했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이 비틀대다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치는 것처럼. 문득 직감했다. 확실히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바로 근처 응급병원으로 갔다. 대형병원은 아니었지만. 의료파업으로 전화도 연락도 쉽지 않았던 대형병원들이었기에...



'머리 사진을 찍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보행장애를 보자마자 했던 의사의 말. 소견서를 받았다. 동시에 원래 통원으로 다니고 있었던 근처 2차 기관 병원 외래 진료 예약을 바로 잡았다. 다행히 의료 파업에도 해당 2차 기관의 외래 진료는 빠른 편이었다. 하루를 기다리며 좀 무서웠다. 그러면서도 자기 합리화를 했다. '설마 아니겠지' 라고. 컴퓨터로는 이미 '뇌종양' 이면 어쩌나 싶어서 검색을 해 가면서....



5/1일 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외래 진료를 봤다. 딱 한달 전인 4월 1일에 갔을 때에도 두통을 호소했지만 보행장애는 감지하지 못했기에 의사는 MRI 를 권하진 않았었다. 그랬기에 뇌종양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보행장애를 보이고 MRI 소견서를 들이대자 그제서야 급히 MRI 를 찍었다. 의료 파업 대란에 대기 없이 몇 시간 후에 바로 찍어볼 수 있다는 것에 당시엔 감사했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쓰는 때는 약간 (아니 많이) 미웠다. 왜 한달 전에 MRI 권유를 하지 않았을까.......라며. 



MRI 를 찍고 종양이 발견되고 바로 소아청소년과 중환자 3인실 입원. 그리고 신경외과 주치의선생님과 협진 연결, 아이의 소속은 신경외과로 다시 이동, 그리고 진단명을 받았다. 


'악성 뇌종양 수두증' 


머리 - 뇌 - 에 물이 가득 차 있어서 그것이 시신경을 누르며 눈이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보행장애도 왔다는 것. 그런데 더 날벼락 같은 말은 따로 있었다.


'이 정도면 심하게 안 보였을텐데, 아이가 보인다 했나요'

'걷는 게 기적입니다' 

'물이 꽉 차 있는데....얘는 응급이예요. 당장 수술해야 하는데 지금 일정 상 내일 오후에 해야 합니다' 


기타 등등....


-


하루하루가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투병은, 나의 간병은 신호탄을 맞이했다...

그토록 눈물이 많은 내가, 눈물이 나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는 게 어떤 형국인지. 1차 수술 전까지만 해도 알 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변할줄은. 네가 그렇게 아플 줄은. 


그리고 우리가 '악성 뇌종양' 과 싸우게 될 줄은....



신경외과 이동 대기 전..... 눈물은 이 때까지였다. 눈물도 흐르지 않는 지경에 이르는 건 그리 길지 않았으니까...



#사랑해고마워미안해용서해

#정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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