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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엄마에게
by Heaven Jan 08. 2018

별 거 아니라는 말  

별 일을 감춰야 했던 당신이 슬프고, 난 미안해요.. 늘.

편지 둘)  당신이 나보다 덜 아프기를 항상 바랍니다.



엄마. 병원에 가게 되면 으레 껏 생각나는 장면이 있어요. 화장실 변기를 붙잡고 우는 모습.

 어느 날의 제 모습이었죠. 8년도 더 된 과거의 일이지만 강렬한 기억이었던 걸까요. 아직 엇비슷한 장소에 가게 되면 생각나게 되는 걸 보면 말이죠. 그 날. 당신이 4번째 수술을 마치고 4인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입원실에 다시 들어오던 날. 엄마는 마취가 깨지 않은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어요. 느낌 탓이었을까요. 부쩍 수척하고 창백한 당신의 핏기 없는 얼굴을 바라보다 무너지고 말았나 봅니다. 더 이상 쳐다보고 있을 수 없었죠. 엄마를 혼자 놔두고 뛰쳐나와서 갈 수 있는 장소는 고작 화장실이었어요. 그리곤 괴어있던 눈물을 흘려버렸습니다.


  엉뚱한 건 여전했던 걸까요. 쓸데없는 생각을 그새 또 해 버리고 말았어요.

 저대로 당신이 눈을 뜨지 않게 되는 장면을요. 그런 날이 생기게 될 수도 있겠구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땐 정말 어찌할까 싶은 마음 있잖아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각인 거죠?. 그렇죠? 부디 그렇다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아직 먼 훗날의, 꼭 몇십 년은 더 남아 있을 먼 훗날의 일을 괜히 쓸데없이 상상해 버린 제 탓때문이었어요. 그래서 화장실 세면대를 붙잡고 울어야 했다고.


복도를 혼자 뛰어 가는데 밝았어도 이상하게 어두운 것 같더라고...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별거 아닌 수술'이었죠.

 그래요. 그 별거 아닌 수술이 실은 제겐 별 일 같았어요. 당연하잖아요. 당신은 4번이나 같은 부위 같은 통증으로 참다 참다못해 결국 병원으로 달려오다시피 했었으니까. 입원을 하고 다시 수술을 받았죠. 그 별거를 별거 아니라고 쿨하게 생각해 버리고 마는 당신이 이상하게 슬펐어요. 정말 미련 맞아 보였죠. 그래서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이게 뭐야. 그러니 좀 빨리 병원에 올 걸 그랬잖아.."
"괜찮아질 줄 알았지."
"안 괜찮으니까 수술하는 거잖아. 그니깐 너무 몸을 혹사시켰어.. 왜 그랬어."
"내가 안 하면 누가 해"
"... 말하면 다들 도와주잖아. 하여튼 엄마손 아니면 다 안될 줄 알지"
"말 안 하면 안 도와주잖아. 도와주려면 제대로 도와주던가"
"... 그래.. 엄마.. 근데요. 나, 속상해."
"계집애. 별 거 아냐. 별 일 아닌 거 같고 괜히 난리야. "
"속상해 죽겠어 정말.. "


 죽을병 아니라며 오버하지 말라던 당신은, 그 지긋지긋한 허리 디스크를 달고 산 20년을 살아냈죠.

 사실 죽음과 큰 상관없는 병일지언정, 내가 오버하는 건 맞을지언정, 같은 부위가 똑같이 재발하고 또 재발해서 오른쪽 엉치뼈가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저리고 아파서 불편한 그 삶을 곁에서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면 말이죠. 때론 사람은 죽음까지도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무게로 변해요. 나 봐서 알잖아요 엄마..


 당신은 내색 한번 쉽게 안 했어요. 정말 그 강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난 그 강단이 오히려 슬펐습니다.

 가끔 그냥 아무 말 없이 누워있는 당신을 보면 어렴풋이 제멋대로 짐작만 할 뿐이었죠.  이러다간 뭘 해도 안될 것만 같은 불안함과 불편함, 물리적 아픔과 그로 인한 모든 전염병 같이 퍼져 나가는 심적 스트레스..  난 사실 여전히 이해하지 못할 테죠.


원래 고통과 아픔은 내 것이 아니면 감히 표현해 내면 안 되죠.
 그러니 섣불리 상상하지도, 상상해서도 안 되는 걸 텐데.. 난 해 버리고 말았어요.


"엄마?"
"지겨워. 이제 수술받는 거"
"엄마..."
"됐다. "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다 사줄게...!"
"지갑 저기 있어. 얼른 밥 먹고 와.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오느라 눈치 보이는 거 아냐?"
"아냐. 눈치 안 봐.... 그리고 엄마. 나도 돈 있어. 벌잖아. 그니까 돈 걱정하지 마."
"엄마 지갑 저기 있어. 너 다 써. "



"지갑 속돈, 너 다써"라는 그 말을 듣자마자 끝까지 겨우 붙잡고 있던 끈을 탁 하고 놓아 버린 기분이었어요.

 그 짧은 한마디에 갑자기 울어 버린 통에 덩달아 엄마조차 울려 버리고 말았죠. 생전 눈물이라곤 안 나올 것 같은 당신인데. 그렇게 수술 전날은 둘이 울고, 수술하고 난 이후엔 혼자 울고.


 6인실 병원 복도 끝 모퉁이에 위치한 화장실의 맨 구석 칸에 들어가 두 무릎을 꿇고 변기를 붙잡고 엉엉 울어 버렸죠. 그렇게 한껏 시간을 치르고 나니 몇십 분이 지나 있었을까요. 더 이상 나올 눈물은 없을 거라고. 그러나 퇴원하는 날까지 속상해서 울어야 했죠. 아빠도 남동생도 심지어는 당시 결혼을 약속한 그이도, 우리 두 여자를 도와주지 않았죠. 아니 못했단 표현을 그냥 쓸게요. 그들의 사연을 모르지 않았으니까. 다만 그럼에도 엄마 곁엔 내가 있었죠. 항상 내 곁엔 엄마가 있었고. 아주 유일하게 우리는 서로가 아프고 힘들 때 정작 곁에 있어 준 단 한 명의 사람이 되었잖아요.


대한민국 병원의 침대들은  왜 그렇게 친절하지 못할까요 그쵸 엄마. 당신도 나도 참 불편하게 잠들었잖아..


우리는 이미 그런 사이가 되었어요. 곁을 지켜주는 유일한 단 한 명의 사람...



내가 엄마를 위로해야 하는데, 수술 전후의 당신은 오히려 나를 위로했죠.

 별 일 아니라고. 지갑의 돈을 다 쓰라고. 그리고 김밥을 사 먹으라고. 울지 말라고....

삐걱거리는 바닥에 붙어 있는 허름한 보호자 침대 옆에서 쪽잠을 자다가 눈을 떴어요. 눈물이 어느새 떨어지며 엄마를 바라봤어요. 눈을 감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또 숨죽이며 울었어요. 울고 울고 또 울고..... 이토록 모자란 나는 엄마에게 어떤 쓸모일 수 있을까. 앞으로 얼마나 더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난 당신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 주고 싶었거든요.

 별일을 늘 감추고 살아야 했던 당신의 삶의 무게를 어느 새부터 짐작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내가 '엄마'라는 역할을 시작하면서부터 더더욱. 당신이 느꼈을 그 무거움, 지겨움 그리고 넌더리 나는 삶의 반복들. 난 모르지 않게 되었어요 어느새 말이죠.


 내게 가볍고 즐거웠던 시간이 당신에게는 무거웠을지도 몰랐다는 걸
어렸을 땐 몰랐어요. 원래 자식새끼들이 다 그런 걸까. 뒤늦은 후회를 하는 걸까요



 당신께 제 멋대로 말하고 행동해서 마음에 생채기를 냈던 시간들이 얼마나 생각이 나던지. 병상에 누워있는 당신을 간호하면서 나는 그 모든 게 내 탓만 같아서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죠.


미안한 짓을 덜 해야겠어요 엄마 이제는 더 늦기전에 덜 미안해야 겠어요...


엄마. 여전히 허리 복대를 차고 일을 하는 당신을 보며, 나는 이제 좀 덜 울고자 합니다.

 대신 더 많이 웃어주려고 해요. 그래야 엄마가 좀 더 웃을 것 같아서. 그래서 요샌 연습 중입니다. 또다시 화장실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 속에서 울고 있는 나를 대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가끔 다시 힘들겠지만,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그뿐일 거라고. 당신의 손이 내게 와 줄 테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곁에서 서로를 지켜봐 주는 여전히 든든한 존재가 되어 우리들을 보호할 테니까.


오늘 중얼거려 봅니다.

 나에게 여전히 이렇게 내가 다 아플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다고. 몇 번의 차가운 겨울과 아프고 시린 몇 날의 밤을 보내고 있을 뿐이라고. 다시 봄이 찾아온 어느 맑은 날, 우리 두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별 일을 별 거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며 우리 앞에 다가올 또 다른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아프지 말아요. 늘 바라고 또 바라듯이.... 그러기 쉽지 않겠지만 자식인 나보다 항상 덜 아프기를 바라는 당신이 오늘따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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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힘껏 '오늘을 사랑'하며 살기로 결심한 11년차 일개미
- 읽고 쓰는 에세이스트로 진화 중 
- 저서 "하루 10분 거꾸로 가계부",  "오늘의 이름이 나였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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