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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19. 2018

안아줘요..

나 좀 안아달라고... 그때 그랬어요 제가.

편지 열 하나) 드러낸 적 있었어요. 밑바닥에 깔려 있는 복합적 감정을...


엄마. 명절 고생 많았어요. 미안해요. 많이 못 도와줘서.

 사실 돕고 싶지만 이젠 나도 다른 집 식구가 되었다는 핑계로 내 명절 숙제 치러내느라 당신 도와줄 수가 없는 현실로 돌아선 게 영 애석하고 찝찝해요. 알 수 없이 밀려오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기라도 하는 듯, 올해도 어김없이 당신에게 건넨 하찮은 용돈 봉투에 마음을 담는다 했지만 사실 그건 거짓말인걸요. 아니까.. 돈으로 당신의 사랑과 노고는 절대 값을 메길 수 없다는 것을. 그나마 돈을 벌 수 있고 드릴 수 있는 돈이 있는 현실이 고마워져요. 제 거짓말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서... 값을 메겨서 따박따박 받아내는 세상이라면 속이라도 후련하겠지만 우린 그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잖아요 엄마. 그렇죠. 무보수 가사노동은 그래서 언제나 애석하다니까요. 또한 한편으론 나만 당신의 집안일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나 말고 당신을 적극적으로 돕는 가족 구성원이 흔치 않은 현실이 때론 더 지독하게 느껴집니다.


 상다리 휘어진 제사상을 거뜬히 마련하면서도 식구들 저녁까지 보란 듯이 챙겨 내는 당신이 여전히 감사하고 좋고 한편으론 애석하고 가슴 아렸어요. 당신도 그렇고 우리 시엄마도. 나의 '두 엄마' 에게서 올해는 이상하게 애석한 연민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 사실은 언제부턴가 설 명절은 제게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겨줘서 그런가 봐요.


"엄마, 안아줄까?"
"갑자기 뭔 소리야"
"아니 그냥 안아주고 싶어서. 설날이면... 그러고 싶더라고. 그냥 애썼다고."
"그래 안아줘. 제대로 안아라"
"풉...."


 당신의 그런 점이 언제나 좋아요. 그리고 부럽고...

 제대로 안으라는 당신의 대장스러운 패기 어린 대답에, 나의 감정 짙은 여리고 약한 마음은 어느새 눈 녹듯 웃으면서 마무리되었죠. 그렇지만 한편으론, 당신의 약한 모습을 절대 내비치지 않고 감추는 것 같아서 여전히 마음은 아픕니다.


당신은 잘 감춰왔잖아요. 감정을 섯불리 나타내지 않는 사람..
그런 당신이 행여나  눈물이라도 내게 들켰던 그 날들은, 얼마나 지독했을까요..

 

엄마. 제게도 지독했던 날이 있었어요

 당신도 아는 그 사건. 아니 사건이라기 보단 그냥 흘러가다가 만나는 에피소드라고 해 둘게요. 물론 에피소드라는 가벼운 단어로 표현하기엔 여전히 아프게 기억되네요. 6년 전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날짜도 이렇게 기억할 수 있는 건, 그 날 수술하고 정말 우습게도 발렌타인 데이라는 어이없는 핑계를 대면서 몇 십개의 초콜릿을 입에 구겨넣듯 순식간에 헤치워내고 바로 화장실 변기를 붙잡고 토던 기억 때문에. 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화장실에서 역하게 토하고 반 기절하듯 잠들었던 내 곁에 당신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 신께도 그 날은 지독한 시간이었겠어요.

미안해요..미안 했어요.


무너진 표정들을 겨우겨우 맞추면서 살아갔던 것 같아요. 몇 년 전까지만해도 그랬었는데..어느새 시간이 이만큼 흘렀네요.


아이를 잃었으니 수술을 해야 한다는 낯선 충격보다 더 지독한 건 그의 말이었어요.

 왜 여전히 설 명절 전후만 되면 그 기억이 떠오를까요.  다른 이들은 명절 전 증후군이 여성에게 편중되는 당연시되는 가부장 행태에서 나오는 불만과 불편함 이라지만. 저는 거기에 더해서 엉뚱한 곳에서 더 자주 터져 나온답니다... 아주 맥락 없는 건 아닐지도요. 그이도 그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동년배 남성 대비 전통 남성 캐릭터 마인드가 어느 정도 장착된 남자일 테니.


"아이 잃은 거 부모님께 비밀로 하자."
"..... 뭐?"
"아니. 부모님도 충격이실 거고. 기다리던 첫 손주였으니까.. 임신 소식 알고 좋아하셨거든."
"...... 지금 그게 중요해?"
"?"
"당신, 지금 아픈 사람 누군지 안 보여?"
"...."
"네가 내 남편이면. 최소한 괜찮으냐며 안아줘야 하는 거야. 알아? 최소한 나를 선택했다면!"
"......"
"안아주지도 못할 망정 그런데 뭐? 나더러 뭘 어쩌라고?! 감춰? 이게 감출 일이야? 왜 그래야 해?!"
"진정해...."
"안 해. 빌어먹을 그놈의 진정. 진정. 언제나 진정하라고? 이 상황에 진정할 수 있는 미친년이 있어?"
"욕 좀 그만해"
"욕? 그래. 대단한 선비 같은 당신에게 거친 내 말 다 욕이야. 근데 그거 알아? 내겐 당신 그 말 다 욕이야."
"그래 미안해.. 근데 오해 말고 들어..."
"오해 말라고? 이 상황에서 어떻게 나한테 그래. 어떻게 당신 나한테 그래! 부모님이 그렇게 중요해! 아이 잃은 아내보다 더 중요하냔 말이야!"

 

 의사가 그랬어요. 유산 수술 바로 하자고. 몸속에 계속 두면 산모에게 좋을 것 없다고. 그런데 하지 못했어요

 산부인과 의사의 말이 들리지 않았거든요. 이유가 어찌 됐든 스트레스성 계류유산을 했고 왜 나만 이런 벌을 받아야 하는지. 결혼은 둘이 했는데. 사랑도 둘이 했는데. 싸우는 것도 둘이 했는데. 왜 내 몸만 이렇게 돼야 하는 것인지. 모든 게 그냥 충격이었어요. 그대로 멍하니 집으로 돌아와서 거실에 이불 펴고 누워있는 제게 그이의 말 때문에 우린 대판 싸우고 말았죠. 그리고 몇 시간 후에 엄마가 부리나케 찾아왔었고요.


절망과 고통이 가끔 가속도를 달려요. 그이의 그 말이 생각나서 그런가 봐요.
누군가에게 별 거 아닌 게, 누군가에겐 폭력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아이를 잃은 것보다 그 이후 그이와 했던 말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어서. 그래서 그런가 봐요.  

 사랑이 아닌, 그저 아이 낳는 도구로. 이미 잡은 고기이니 사랑이라는 밥을 줄 필요 없는 그런 존재로 전락되어지는 느낌이 강했나 봐요. 그땐 그랬나 봐요 엄마. 그 감정이 꽤 강했어서 여전히 그 지독한 상황들 속에 놓인 제 모습을 기억해요. 그때부터였나 봐요.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제가 우울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땅굴 파고 들어가게 되는 건.... 아직도 여전히 나약한 저는 이런 핑계를 대고 마네요.


아마 그때 쯤 부터였을 것 같아요. 마음이 조각날 때 마다 찾아오는 거식증.. 뭐 그런 병적인 증상들 말이죠.


수술을 하고 일주일 후에 시댁에 내려갔더랬죠.

 수술 전후로 시댁 식구들 그 누구도 제게 위로 혹은 안부 아니 그 어떤 말도 주고받지 않았어요. 내 현실을. 그들이 알기나 했을까요. 그이가 감추든 이야기했든... 그건 이제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최소한 '가족'이라는 연대로 묶여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픔은 나누어야 된다고 보는 우리 집의 풍습과는 달리, 그이의 가족은 아픈 일은 최대한 감추며 서로에게 걱정을 덜 하게 해 주자는 풍습이었던 거 같아요. 여전히 이해하고 싶지 않은 가풍이 안타까워요.


시댁에 내려가서 설 명절을 지내고 이차 충격이 다가왔죠.

  제사를 지내고 나서 설거지를 해 내야 하는 둘째 며느리 역할로 인한 빌어먹을 강박 때문에. 저는 퉁퉁 부은 다리를 뒤로 하고 고무장갑을 꼈어요. 그때 두 번째 지독한 폭언이 다가왔죠. 남들에겐 별 거 아닌 한마디가 제겐 모두 언어폭력이나 다름없었거든요.


"얘야. 여기 앉아봐라."
"..... 네"
"원래 몸 어디 안 좋은 데가 있었니? 어쩌다가 그랬어."
"... 제가 좋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래. 그건 아는데 어쩌니. 다음엔 그러면 안되는데.."
"...... 아기가 아니라 저예요 어머니."
?
"제가 아프다고요.. 아픈 건 저라고요... 왜 다들 그걸 모르세요?"


엄마. 전 그 날 시댁 식구들 앞에서 제정신 다 버리고 오열하면서 막말을 퍼부었어요.

 어쩜 그러냐고 말이죠. 아픈 건 나이고 몸보다 마음이 만신창이인 제게 어떻게 다음 아이 임신 걱정에. 며느리. 아니 그  이전에 '아파하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 지기보다는 모두 '잃은 손주'에게 맞춰진 두 분의 옛 사고방식에 이상하게도 치가 떨렸죠. 아니 그 보다 더 경악하게 만든 건 그저 옆에서 다리를 떨면서, 우는 저를 보고만 있었던 그 였어요. 단 한마디의 편 들어주는 척도 없이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었던 그이에게 온갖 정나미가 다 떨어졌었죠. 따박따박 말대꾸 한다고 오히려 으름장 놓으셨던 시아버지 앞에서 우는 저를 두고 말이죠...철저히 혼자였어요. 그 날 저를 둘러싼 시댁식구보다, 내 남편을 선택한 나 자신을 원망했었. 그이는 당시 제게 있어서 정말 독약 같은 존재나 다름 없이 느껴졌거든요. 겉보기와 다른 그이의 이중성을 저만 알게 됬다고나 할까요. 그땐 그랬어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 그 날의 일들을...

 그런데 말이죠. 설날 되면 꼭 생각이 나요. 제사 전후로 내려가 뵙는 시댁에서 시엄마를 도와주고 설거지를 하러 그 부엌의 제 자리를 잡고 고무장갑을 끼면 꼭 그날 생각이 깊든 얕든 스치고 가거든요. 물론 해가 지나갈수록 많이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엄마. 이 감정은 숨길 수가 없나 봅니다. 아프고 여전히 힘들어요. 명절에 내려갈 때 은연중에 기쁨에 들떠 있는 그이를 보면. 반대로 여전히 전을 부치고 설거지를 하는 나를 마주하게 되면. 그냥 그래요. 여전히.... 마음은 어느새 급속도로 차가워 지곤 합니다.


"이혼해 당장. "
".... 안 해."
"미친년. 그니까 너 내가 그렇게 말렸어. 알아? "
".... 미안해"
"네가 뭐가 미안해. 네가 뭐가 미안해!"
"엄마... 진정해."
"네가 뭐가 미안한데! 유산이 니 잘못이야? 그 집은 사람 안 중요 하디? 너 커버 쳐주지도 못할 못난 새끼..."
".... 아냐 나 위해줄 땐 또 잘 위해줘 "
"어디서 거짓말이야. 다 알아. 그 곰팅이... 네 아빠도 그랬어. 내가 왜 몰라. 니 속을 내가 왜 몰라! "
"엄마. 울지 마..... "
"...... 이혼해. 늦지 않았어. 애 없을 때 갈라서 그게 쉬워."
"안 할 거야. 잘 살 수 있어. 엄마도.. 이혼 안 했잖아. 우리 낳았잖아. 지금 잘 살고 있잖아....."
"...... 언제까지 이렇게 울면서 살 거야. 언제까지 나 피눈물 흘리게 만들 거야! 내가 이 꼴 보자고 너 낳았어?!"
"엄마......"
"네 편 아니야 니 남편. 뼛속까지 지네 식구들 편이야. 알아 이 미련한 것아."
"내 편.... 만들면 돼 지금부터."
"네 편 절대 안 돼. 그딴 행동하고도 버젓이 내 얼굴 볼 수 있는 그 새끼. 절대 아냐. 이혼해! "
"... 못해요. 나 못해... 엄마 나 버틸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


엄마. 사실 난 이혼이 무서웠어요.

 이혼 이후에 뒤따르는 그 주홍글씨를 대한민국에서 모르지 않았나 봐요. 주위에 이혼한 사람들이 있지도 않았을뿐더러. 레퍼런스가 없었으니 알 턱이 있겠어요. 상상만 할 뿐. 최소한 이혼한 큰고모를 레퍼런스로 삼으면 이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 당신도 그러지 않았잖아요. 못했든 안 했든 엄마도 이혼하지 않고 버젓이 잘 살아 냈잖아요. 이혼이 흔한 시대라지만 그걸 치뤄내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수많은 것들을 무시할 수도 없죠. 아니 그것보다 전 그냥 용기가 없었고 아직 그럴만한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마음도 없었으니까요.


사랑하려 애쓰다 보면 또 사랑하게도 되더라고요. 그것도 또 다른 사랑의 형태라 치자면..우린 그렇게 사랑하려 했어요..



 그를 사랑해서 아직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그때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마음은 알고 있었죠. 막연히 두려워서. 용기가 없어서. '사랑'으로 포장해서 내가 내게 주문 걸었던 거짓말 같은 핑계였다는 걸...


 수술 이후에 미친 듯이 일에만 몰두하고 마침 첫 번째 책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 그 무렵, 처음 사랑을 나눴던 그 후배를 우연히 강남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사실 우연을 가장해서 그가 제게 다가온 셈이었죠. 근데 엄마. 저 그때 그 아이에게 안아달라 했었어요. 제가 그랬어요. 제가 그랬다니까요..


"누가 나 좀 안아주었으면 좋겠어."
".... 잘 살고 있는거 맞아요?"
"안아줄 수 있어? 안아줘.... 누가 나 좀 안아줬음 좋겠어..."
"... 할 수 있지만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미안하다. 헛소리 했다. 진짜 돌았나보다. "
"가요. 가서 같이 빵이나 먹어요. 당신 빵 좋아했잖아.."
"고마워.... 그냥 갈께. 이제 나한테 연락 하지마...나 좀 무서워졌어"
"..... 그래요. 아프지 말고. 잘 살아요."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주저 앉고 울었어요.

 날 많이 좋아해줬던 그 좋은 감정만 남아있던 후배에게 그 때 기대고 싶어서 안아달라고 했다니까요. 제가. 진짜 못났죠? 제가 정말 그랬다니까요 엄마.. 진짜 돌아버렸던 거죠? 나 미쳤었던 거 맞죠 엄마..근데 그 말이 얼마나 크게 위로가 되던지. 빵 좋아하는 걸 여전히 기억해 주며 아프지 말라 했던, 이젠 남인 그 아이의 말이 왜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던지요. 그래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그러면서도 계속 마음속으로 이 말을 외쳤다니까요..


안아줘 라고... 이런 나라도, 보고 싶어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
있는 힘껏 안아서 용기든 위로든 건네 받길 원한다는 나약한 마음 말입니다.


여전히 가끔 이런 감정이 밀려오는 날들이 있어요.

 그럴때마다 책으로 도망쳤고 글로 내뿜었어요. 감정을 말이죠.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을 적어 내리기도 하고요. 셀프 위안과 위로를 해내다 보니 엄마.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요.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대의 선택이 이것 뿐 이니까요..


엄마. 늘 나를 걱정하는 당신에겐 대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요즘 제가 글을 쓰고 있어요.

 어렴풋이 짐작하셨을까요. '요즘도 글 쓰냐'라는 말을 설날에 건네신 걸 보면. 네. 엄마 이렇게 당신에게 쓰는 편지를 포함해서, 제 이야기를 좀 더 솔직하게 발설해 내고 싶다는 생각에 간절함이 앞서서 써 내려가기 시작한 제멋대로 글들을 책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랍니다. 기적과도 같죠. 제게는 그래요. 나의 이야기를 오롯이 쓰는 시간엔 기억을 거슬러 가서 과거를 들춰내는 작업이 필요해요. 그런데 요즘 그래서 힘든가 봐요. 예전 기억들이 썩 좋지 않았던 불편하고 지우고 싶지만 지워지지 않은 상처들이 가득하거든요.


나를 위로하는 유일한 시간, 글을 쓰는 요즘이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또 그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안고 안기는 느낌이라..


 당신은 현실을 택했고, 저도 현실을 택하여 살고 있지만 다만 포기하지 않은 게 이젠 생겼어요.

 상처를 그대로 발설하여 불편함을 토로할 줄 아는 용기.  사랑에 몰입할 수 있는 용기 말이예요. 다행히 엄마, 이제 그 사랑을 나의 아이 둘에게 힘겹게 쏟아내고 있어요. 요즘 들어 부쩍 말을 배우기 시작한 이 아가들의 절대적 환대를 받고 있어요. 감사한 현실이죠. 있는 힘껏 안아주고 또 안겨 오는 이 두 아이들이 얼마나 감사한데요... 그래서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마음은 여전히 스스로 채찍질해대며 다그치고 있답니다. 이 두 사람은 절대적으로 저를 안아주고 있으니까요. 얼마나 따뜻한데요....또 얼마나 위로가 되는데요. 눈물이 날 만큼.


그러니 괜찮아요. 아직까지는..

 이렇게 있는 힘껏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솔직히 여전히 외롭거나 공허하거나 약하게나마 슬픈 감정을 갖고 사는 건 여전합니다. 왜일까를 물어봤지만 답을 얼핏 알 것 같기도 해서 저는 그저 침묵할 뿐이예요. 내가 만든 감정은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우울도. 슬픔도. 억울함도. 힘겨움도...

 

 요즘 들어 부쩍 어지러워서 잠깐 멈추게 되는 날이 있으면 엄마에게 안기고 싶단 생각을 해요. 오늘처럼 잠깐 집안일을 하다가 주방에서 잠깐 올스탑 했을 때. 혼자 말했다니까요. 안아달라고. 그 말을 들었는지 그이가 와서 안아줘? 이런 대답을 해낸 지라, 어느새 이렇게 꽤 괜찮게 변해가는 우리를 보며 혼자 또 웃어봤어요.


뜨겁게 안는다는 게 이제 쉽지 않아졌지만...그래도 조금씩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우리 둘이 보여요. 요즘 그래서 편안해요..


 우리들은 모두 나약한 존재라는 걸 때로 인정하고 숨김 없이 말해도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요.

 엄마도 나도, 누군가를 안을 수 있고 여전히 안김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요. 아니 그렇게 여전히 믿고 있나봐요. 우리는 그럴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우린 엄마가 아니었잖아요. 또한 엄마가 아닌 엄마의 모습이 나오는 순간에도 부정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 걸요. 안그래요 엄마? 그렇잖아요..


 그러니 오늘 이 말을 소중한 당신에게 남겨 봅니다. 마음이 닿을 수 있기를. 그래서 잘 흘러가 보기를 바라며..


여전히 당신과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마음이 남아 있다면..
우리 서로 안아줘요. 그래 봐요.



엄마. 설날에 좀 더 꽉 안아줄 걸 그랬어요. 다음에 만나면 더 푹 안아 줄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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