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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30. 2018

남은 시간 1년, 어떻게 지낼까

오디오 클립 @ 마지막 녹음 방송 이야기 

1년만 살 수 있다. 무엇을 하고 싶나. 



회사에서의 마지막 게스트 녹음방송이 있던 날이었다. 

며칠 전에 주제가 주어졌는데 바로 '1년의 시간'이 카운트다운 되었을 때의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순간 손이 술술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1년이라는 생은 다시 바꾸어 말하자면 1년 이후에 죽음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전제 조건은 '건강하게' 무탈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 사실 이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것일텐데. 하물며 1년이라는 시간마저 주어지다니.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어느새 죽음 마저 긍정 하게 된 건가 싶고)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늘 마음과 머릿속에 담아두고 살아가고 있어서일까. 
다만 다크하거나 그레이 한 '절망, 우울, 좌절, 끝' 뭐 이런 느낌이 아니니 죽음을 생각할때 무섭거나 아프다거나 쉽게 분노하거나 고통스럽거나 하는 내면의 반발심은 적다. 반대로  '수용'의 단계를 자연스럽게 느끼면서 (죽음을 수용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다만 남은 생을 '어떻게 잘 살 것인가' 를 고민하다 보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지도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610/clips/13



나로선 다소 이기적(?) 인 대답들을 뻔뻔스럽게도 해내고 말았다. 





1. 사랑
여전히 사랑하고 싶고 그 설레거나 두근거리는 감정을 다시(?) 경험해 보고 싶다고 내뱉었다. 비틀어 생각하면 현재의 내 위치에서는 위험한 도전(?) 이 아닐 수 없지만, 타인의 기준이나 사회적인 잣대를 들이키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가고 나의 삶은 끝나버리고 마는걸. 그러니 안타까운 건 언제나 내 쪽이라면 나는 당당히 '나'에 집중을 해 보다가 자연스럽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이어리에 적고 말았다



죽기 전에 사랑 다시 해 보고 싶어.


                                                                                                         


라는 말을 했었던 여주인공이 생각나기도 했었고..


드라마여서 가능했던 일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삶 자체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순간이 많으니. 이런 사람들. 꽤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타인이 말하는 이기적일는 판단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싶다. 남은 시간을 아깝지 않게 덜 후회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것을. 

물론 현재 곁에 있는 내 사람과 다시 사랑에 빠져 보는 것도 - 예컨데 오늘부터 1일의 느낌으로 - 나쁘지 않지만....흠 :) (그러기에 우리는 남녀 사이라기 보단 '동반자'에 가깝고 이걸 인정하며 사는 멋진 우리 둘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 

2. (내 삶의 베스트 한 컷이 될) 영정 사진을 위한 여행
샌프란시스코, 아일랜드, 알래스카, 핀란드, 뉴질랜드, 이집트... 이렇게 마음에서 늘 그렸던 몇몇 국가들. 장소들. 가고 싶었던 곳들을 여행한다. 단 드레스를 가지고! 이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늘의 한 컷'을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그 사진 중 best 1 cut 을 '영정 사진' 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너무 엉뚱할까... 왜 꼭 영정사진은 인물사진이어야 될까 싶은 생각도 문득 들었고. 그 사진이 바로 나를 대변해 줄 수 있다면...그래줄 수 있다면 뭐든 좋지 않을까. 


3. 마지막 책 만들기 
나로선 너무나도 당연한 서사이지만, 죽음 카운트다운 D-365 부터 시작해서 원고를 쓸 생각이다. 지금 쓰고 있는 다이어리들이 좀 더 뭉클하고 간절한 무언의 감정들로 가득하겠지. 아마 아기들과 '그'를 향한 편지가 대다수 적혀있을 지도 모르겠다. (요즘 가끔 쓰는 그런 느낌보단 좀 더 깊이 있는 울림이 있을까....) 회고록이야말로 이어쩌면 가장 인간이 써 낼 수 있는 겸손하고 멋진 문장들이 가득한 책 일지 모른다. (나의 감사한 마지막 activity 가 되어 주기를...) 


그 책을 당신이 읽어 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더 좋을 것도 같아... 그 마음으로 오늘을 또 쓰고 있나봐 



4. 살아있는 장례식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 늘 이 이벤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죽고 나서의 장례식은 거부한다. 다만 살아 있을 때 사랑하는 지인들을 모아 두고 일종의 죽음을 앞전에 둔, 살아있을 때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죽고 나면 그들을 볼 수 없을 테니까. 이왕이면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에 보고 싶다는 마음도... 바보 같은 것일까.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결국 볼 수가 없잖아. 당신 얼굴을. 



이 마음을 그는 알까.. 

여전히 그의 허락(?) 은 여전히 시간이 걸릴 듯 싶다. (안되면 할 수 없고) 


5. 편지 
죽은 이후의 시간을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남겨진 이들의 슬픔이 덜 할 수 있기를 (더 할지도 모르겠지만) 죽음 이후에 도착하는 편지들을 적어볼 생각이다. 특히 남겨진 나의 아이 둘에게. 스무살까지는 아마 20장의 편지를 1년에 한번씩 생일때마다 보내주는 생각도 해봤다. 이것도 신랑의 도움이 필요한데, 가능하려나 몰라. 


함께 하지 못한 수백 수천번의 밤들이 있을지라도. 단 한 통의 편지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을 생각하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 지 너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러나 쉽게 우리는 그렇게 살지 않는다. 용기도 덜 내게 된다. 왜일까 싶다. 나 조차도 왜일까 싶은..그래서 더 그렇게 살아보려 한다. 오늘이 덜 후회되고 더 기쁘게. 코 앞에 다가온 죽음이라는 선물은 우리에게 주는 슬프면서도 참 아름다운 메시지일테니까. 



좀 더 용기내며, 좀 더 기쁜 오늘을 그래서 더 꽉 붙잡고 싶어 진다. 




넘어질 수 있는 권리라는 오디오 클립의 몇 번의 게스트 방송을 하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선뜻 초대해 주시고 시간을 함께 공유해 주신 브런치 피터 작가님 @ 감사해요.
다니엘님 @ 또한 감사 하고요.
두 분과 함께 한 시간 두고두고 기억하며, 이 자리가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기를 바랍니다.
일산 놀러갈께요- 훗 :) 10회분을 연달아 다 녹음해 버릴 기세로....!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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