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나답게, 나만의 나이를 먹고 싶다.
몇 살처럼 보여요?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흔히들 궁금해하는 것, 바로 나이가 아닐까 싶다. '몇 살이에요'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사실 그럴 때마다 역으로 또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되물어 보는 이 통속적인 질문
'몇 살처럼 보여요'
사실 오늘도 누군가가 내 나이를 물어봤었다. 순수히 대답했고 더불어 기혼에 아이가 있다고도 말했다. 사뭇 놀라는 눈치였고, 그 순간 내 마음에 자리한 이 알게 모를 쾌감과 승리감이란 (후훗)
누군가의 나이를 가늠할 때 나름 상대를 배려(?) 해서 그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더 젊게 숫자를 말하기도 하는 사회적 센스를 탑재한 당신이라면 일단 칭찬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나이보다 젊게 보인다는 것에 나처럼 유치한 심리와 더불어 알게 모를 기쁨을 맛볼 테니깐.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선의의 거짓말은 나쁘지 않을 지어니. 그러나 사실 그것도 잠깐.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숫자가 어느새 좀 씁쓸한 자신의 현실이라는 것을.
자신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씁쓸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그 사람의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지 모르겠다. 반대로 지금 나이가 꽤 만족스럽고 나이 들어 감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나이라는 숫자가 그다지 그에게 그녀에게 있어서는 별로 큰 저항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그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주어지는 숫자일지 모른다.
사실 예전에 에고와 원하는 것을 향한 집착과 욕망의 덩어리였던 나는 (지금도 여전하긴 하지만) 나이 들어감이 뭔가 항상 불안했었다. 사실 나이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 어디 있을까 싶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 후배들을 종종 직장에서 대면하게 되는 경우, 하물며 아이 낳고는 더더욱. 거울이라도 한번 더 쳐다보게 되고, 내 옷매무새를 한번 더 가다듬곤 하는 게 내가 처한 현실이니 말이다. (젠장)
그러나 예전의 나였다면 그렇게 거울 한번 쳐다보고 한숨 쉬었겠지만 지금은 좀 많이 변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흘러감으로 인해서 참 감사히도 오히려 20대의 그것보다 훨씬 더 장착되는 감정들은 '깡, 열정, 오기, 끈기'다. 참 신기하다. 젊은 친구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지어니. 오히려 이게 지금의 '나답게 나이 들고'있는 현재라서, 아직도 신기하다. 이 에너지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내면이 평화'로는 지금이라서 이런 나 이듬도 '긍정'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좋아하는 걸 하고 있으면 나이 등은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다시 소설과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가히 미쳤다. 둥이 키우면서 일하기도 벅찰 나임에도 불구하고. 친정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욕 제대로 먹을 거다. 그러나 이미 시작했고 다시 난 움직여 살아내고 있다. 20대의 끝 무렵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도전하지 않았던 소설 공모전에도 최근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고 15만 자의 장편소설을 다시 써 내려가고 있는 미친 짓을 다시 하기 시작한 나다.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등장인물들이 머릿속에서 하나 둘 탄생되며, 그렇게 나의 서투르고 어설픈 문체가, 앞뒤 안 맞는 맥락과 갑자기 튀어나오는 에피소드들로 아직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난 참 행복하고 젊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게 뭔지 요즘 들어 더 생생히 깨닫고 있는 나라서, 그리고 그걸 향해 움직이는 나라서 신기하게도 나는 나이 들어가는 게 별 큰 의미가 없음도 동등히 느껴진다.
여전히 예쁘고 젊으면 먹히고 들어가는 세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은연중에 안다. 시체처럼 죽어있는 열정과 나이에 비하여 너무 노숙한 젊은 친구들을 꽤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물론 사회 구조적인 여러 모순과 아이러니한 환경이 한몫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 탓을 하기엔 이미 우리는 나이 듦과 동시에 어른으로 성숙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마냥 피터팬이고 왠디일 수 없을 테니깐. 그리고 뭐 동화 속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서 사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 말이지. 우리는 팍팍하고 고된 현실을 묵묵히 견디며 직시해야 하는 미생 들일 지어니!
박주미처럼 늙고 싶었어
대학생 때부터 나의 롤모델은 젊고 예쁜 나름 그 동년배의 소위 잘 나가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냥 내 나이에 비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꽤 고운 여배우들이었다. 물론 여배우의 삶과 실상에 대해서 1도도 모르는 나이니 이런 유치한 소원을 가질 수 있다 치자. 나는 박주미처럼 늙고 싶었다. 겉도 내면도 그냥 그녀의 차분함과 성숙함, 그러면서도 숫자가 무색할 정도의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그녀가 좋았고 지금도 변함은 없다. 변함없으니 일단 도전....(이나 비주얼은 넘사벽/ 나는 나를 사랑... 한다. 뒷말 흐림)
내게 '좋아요'를 눌러보는 오늘
나보다 나이가 많은 남편에게 종종 나는 진심 궁금해서 물어본다.
'그 나이가 되면 어떤 마음이야'
'아무 생각 없어 그냥 오늘 잘 살고 싶을 뿐이야'
'불혹이 유혹에 흔들리지 않은 나이라는데, 공감해? 자기는 안 설레지? '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어. 당연히 설레. 그건 나이랑 상관없어.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아, 난 또 한 번 깨닫는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나랑 같이 사는 남자는 뭔가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고 (풉)
어쩌면 나이 들어감에 있어서 남편이 건네준 현답일 수 있는 '흔들리지 않은 사람은 없다'라는 데 동의한다. 나이가 적건 많건 사람은 누구나가 흔들리기 마련이니깐. 그리고 나이 든다고 해서 설레지 않으란 것도 사실은 없지 않은가. 그것의 겉으로 드러냄과 아님 그 차이일 뿐이지. 중요한 건 내가 나를 '긍정'한다는 데서 오는 자신감, 그리고 현재를 만족할 줄 아는 현명함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 '좋아요'버튼을 누를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나이 들어간다고 쓸쓸함이나 슬픔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이 먹는 것이 적금상품이라면 성숙함과 (애어른은 별개의 문제지만) 경험치의 축적 (이것도 개인 차와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이라는 꽤 쏠쏠하고 가치 있는 이자가 주어진다고 이왕이면 좋게 생각해 보고 싶다.
그리고 유치하지만 난 가급적 오래오래 예쁘고 싶다. 아름답고 싶다. 오늘 나의 내면과 외면이 어제보다 좀 더 좋았으면 한다. 그래서 그 연장선으로 난 뭐가 되었든 일, 업의 현장에서 꽤 오래오래 남고도 싶다. 무슨 일이 되었건 나란 캐릭터를 점점 알아갈수록 경제활동 혹은 커뮤니티 속에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지속해 가며 가급적 오래오래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지금의 바람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일이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의 연장선이기를 바란다. 작가로 먹고사는 문제는 또 다른 것이겠지만 훗날 글을 쓰면서 근근이 먹고사는 상상을 여전히 지속한다!! (여기선 느낌표 두 개 이상인 걸로)
꼰대는 싫어요 예쁜 아줌마는 좋아요
아는 여자 동생은 참 고마운 말을 해준다. 그녀 덕분에 오늘의 내 자신감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언니가 돼요. 지금 충분히 젊고 아름다워요.'
그녀가 말한 충분히 젊고 아름답다는 표현에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여전히 경제활동을 꽤 즐겁게 지속하고 있으며, 업의 현장에서 워킹맘으로 치열히 살고 있음에도 힘든 내색에도 (낼 때도 있지만 많이 사그라진) 굴하지 않는 뚝심을 보았다고 믿고 있다. (고마우이 흑흑)
지금 보기에 물리적 젊음을 부러워할 필요가 사실 전혀 없다.
어디서 나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사실 20대 막 초반의 아이돌이나 이미 어린 나이에 풍요를 맛보고 있는 젊은 자수성가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패배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억해 줬음 한다. 나이 들어간다는 게 그리 실패도, 초조도 걱정도 두려움도 사실은 아닐 수 있다는 것. 물리적인 시간이 흘러가는 것일 뿐, 저절로 생기는 주름살도 흰머리도 약해지는 체력도.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고 세상에서 모든 지구인들에게 주어지는 공평한 선물이 바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일지니. 난 숫자에 불과한 게 바로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주어지는 숫자. 딱 그 정도 말이다.
이왕 나이 들어간다면 비록 나 이듬으로 인해서 하지 못하게 될 장벽들이 앞으로 생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차곡차곡 원하는 바람을 위해서 움직이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살아야만도 하다. 하나밖에 없는 인생이니깐. 우리의 소중한 삶이니깐.
아이들을 재워놓고 문득 생각한다. 너희들이 커가면서 엄마도 나이가 들겠지. 그러나 그걸 한탄하기보다는 이왕이면 예쁘고 행복한 매력 넘치는 엄마로 나이 들어 줄게 라고 피식 웃으며 다짐해 본다.
올해도 벌써 반년이 지나갔고, 이제 겨울이 오면 한 해 지나갈 테고 나이를 먹어가는 '당신'을 발견할 거다. 이왕 나이 든다면 순리를 받아들이자. 그리고 매력 있자. 사실 매력 있는 멋짐라는 건 사실 나이와는 전혀 사실 상관없을 테니깐...:)
"지금 이 글 읽고 계시는 당신, 당신의 그 나이 꽤 매력 있어요"
(하트 눌러주심 그 매력 앞으로 더 넘칠 거라고 주문 외웠단 건 비밀~)
Thank you. Do you Be you Live your Life and Loveyourself. from Hea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