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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Nov 19. 2018

보고 싶어서 울었다고 했었다.

네 앞에선 웃었고, 혼자 남겨졌을 때 울었다. 나도... 아직까지도.

- 자꾸 울면 엄마 갈 거야

- 가지... 마! 으앙

- 그만 좀 울어 왜 울어... 왜....

-.... 보고 싶어서

-......

- 엄마 보고 싶어서 울었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반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어떻게 하루와 일상이 흘러가는지. 이렇게 흘려보내는 것도 참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이미 몇 년째 반은 내가 아닌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 와중에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애씀이 있을지언정, 체력과 에너지. 모두 방전이 되고 만다. 특히 이렇게 예측되지 않은 아이의 울음과 투정과 매달림이 연속이 되는 순간에는.


주말에 원고가 도착했다.

교정을 봐야 한다고 했다. 1인 출판사를 통한 공저 작업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광고/홍포/마케팅/디자인에 다소 강하신 출판사 대표님 덕분에 클라우드 펀딩까지 무사히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공저자 님의 내공 덕분에 배우고 있는 것도 많다. 문제는 나일지도 모른다... 받아쳐내지 못하는 내 부족한 에너지..


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교정을 한두 번 정도 볼 수 있을 시간을 두고 드디어 편집을 해 주시길 바라는 원고가 도착했다. 주말에 어떻게 해서는 1교를 보고 싶었지만..... 난 잠에 들었다. 결국 마음먹은 테스크를 해내지 못한 채 집안일과 육아로 full day 주말 육아 근무를 일삼다 매 하루의 마무리는

아이들과 함께 잠에 들고 말았다.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어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스스로의 강박과 어떤 외로움과 아쉬움,

복합적인 감정이 나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느새 투정을 일삼는 나를 발견한다. 언제까지 이런 시간이 여전히 반복될 테냐라는 일종의 스스로를 향한 분노... 영유아 양육자로서 일과 육아를 해냄에도 벅차오를 텐데 무슨 대외 활동이며 글쓰기 수업이며 독서 모임이며 책 작업이며... 사람 관계며.....하다 못해 30분도 연속으로 책을 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 무슨 사치란 말이더냐. 나에게. 이런 나에게.....


둘째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를 내며 연신 울어대 주었다.

월요일 새벽부터 그 소리가 순간 너무 듣기 괴로워서 나도 모르게 그동안 내지 않았던 소리를 오랜만에 내질러 버렸다. '제발'이라는 단어와 함께. 제발 그만 좀 울어 달라고. 왜 우냐고. 그랬더니 이러는 거다.


내가 보고 싶어서 운다고.... 보고 싶어서 운다고 했다.


눈물이 멈춰지지가 않는다....

자아가 꽤 독특하게 강한 나로서는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던 쌍둥이 신생아 육아의 1년보다는 - 앞 뒤로 우는 애 둘 들쳐 메고 1시간도 자지 못한 채 미친년처럼 동요를 불러대던 게 벌써 2년이나 지났다. - 지금은 발 뻗고 잘 수도 있고 안경 벗고 잘 수 있고 책을 읽을 여유가 있는데....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회사에 출근해서 누군가와 차를 마시면서 잠깐의 휴식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는데. 도대체 사람은 얼마나 간사하던가.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지금은 거의 용 된 거나 다름없을 지어데.

어째서 나는 여전히 이럴 때 힘에 부쳐 스스로의 분노와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눈물을 흘려버리는 걸까. 마르지 않는 눈물샘은 어떤 약을 넣어야 마를 수 있을까.. 어째서 여전히 이렇게도 그릇이 안 되는 나에게 이 축복 같은 선물이.................. 둘 씩이나 찾아왔을까.


이런 마음을 그이에게 들켜 버리면 그는 늘 나를 나무란다. 안다. 나의 이런 볼멘소리도 결국 핑계라는 것을.... 엄마 된 사람이 그렇게 울어서 쓰냐고 결국 혀를 차며 나무라는 곁의 그에게 이제는 서운함이나 외로움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제는 어떻게 되어도 좋을 것 같은, 무감정의 마음으로 돌이켜버렸기 때문에. 때로 이렇게 굳어져 가는 내 마음을 나 스스로 알아차리면 이 현실 조차 서글퍼서 운다. 우는 이유도 참 가지가지다.



울 때 네 곁에 내가 있으니. 그런 네가 부러웠다. 난 혼자서 숨죽여 울기 일쑤니까...아직은..아직까지도.


이 감정을 어디 토해낼 데가 없어 이런 몹쓸 글을 써내고 있는 어리석은 나는.

요즘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제멋대로 뛸 때가 많다. 특히 요 며칠은 더.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눈물이 이 툭하면 흐르기 일쑤고 지금 이 문장을 쓰는 와중에도 툭 건드리면 결국 쥬르륵 흘러내릴 것 같은 걸 겨우 참아내고 있다.


주말에 숨이 막혀 올 때 헛구역질이 일어나더니 기어코 먹은 걸 게워버렸던 탓 때문인 건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 자신과 이런 상황에 스스로 화가 났기 때문인지, 글감과 원고들이 담겨 있었던 백업 하지 못한 채 노트북이 고장 나서 모조리 리셋된 이 현실 때문인지. 그 와중에 주말 동안 '데미안'을 읽다가 연속 20분을 읽어내지 못하고 또 등에 달라붙어 있는 둘째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씩 웃어 주면서도 손은 책을 놓지 않은 채 어딘가에서 '엄마' 로서의 자격상실을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목소리 때문인지. 


보고 싶어서 울었어.라는 아이의 말은 맞다. 옳다. 네가 옳다.... 그리고 부러웠다. 사실은.

그렇게 울어버릴 수 있는 자유가. 그래서 나도 울었다. 보고 싶어서 울었다....홀가분한 상태에서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보고 싶어서....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서글퍼져서 우는 게 아니라 정말 정신적 심폐 소생술을 내게 건네주는 따뜻한 그 목소리가 그리워서. 들리지 않는 그 목소리 때문에 그 상상 속의 모든 것들이 '보고 싶어서 나도' 울었다.. 그렇게 울어 버렸다. 자유로운가. 나도 둘째 아이 처럼 막무가내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자유가. 눈물을 삼키는 누군가 보다는 자유로운 것 같다. 아직까지는.....


그치만 걱정이된다. 정말 이렇게 울어도 괜찮은 걸까..

혼자 숨죽여 우는 것도 지겨울 법 한데 여전히 혼자 남겨진 순간엔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아니면 화장실 변기를 붙잡고 먹어낸 걸 게워내다가... 그렇게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을 이런 마음조차도 붙잡고 나는 이번 일주일을 시작해 본다......


이 마음도 나니까.

아직까지 나는 이런 나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직까지. 그래야 하니까. 그래야 살아지니까.....내겐 흐르는 시간이 있으니까. 시간은 결국 흘러가며 모든 걸 무뎌지게 만들어 줄 테니까...


좀 더 무뎌지게. 좀 더 아무렇지 않게...



눈물이 때로 정화작용이라면. 그래서 더 싹을 틔우게 만드는 거라면. 얼마든지.... 울 준비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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