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는 당겨졌고 도망칠 수 없다면. 다만 즐길 뿐. 순간이란 시간을.
19세기. 러시아 감옥에서는 교도관들이 죄수에게 게임 하나를 강제로 시켰다고 한다.
바로 '러시안룰렛'. 회전식 권총에 총알 한 발만 장전하고서는 돌아가며 상대방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건 퇴폐적인 게임이다. 총알의 위치를 알 수 없어서 어느 차례에 죽을지 모른다. 죽을 확률은 6분의 1. 도망칠 수는 없다. 이미 시작되었다면.
아침 출근길, 차 안에 켜 둔 라디오에서 모 아이돌의 '러시안룰렛'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자기 이 노래 알아
- 뭔데 이게.
- 러시안룰렛이라는 노래인데
- 근데?
- 제목 봐. 노래 느낌치곤 좀 과하지 않아? 러시안룰렛이라니.
- 흠... 그만큼 뭔가에 도전한다는 거 아냐?
- 도전이 치명적이면?
- 글쎄... 별 쓸데없기는.
- 목숨까지는 아니겠지만. 음.. 선 넘을 거 같은 아슬아슬한 도전? 그런 거 살면서 해본 적 있어?
- 응
- (헐 반전) 누구? 뭐?
- 둥이 어미
- (젠장) 그 단어 말고 '너'라고 했음 좀 더 설렜을 텐데. 역시 2% 부족하다.
- 넘볼 수 없는 상대가 결국 넘어왔잖아. 나한테는 도전이었지
- 하긴 우리가 좀.... 근데 당신은 또다시 그런(?) 사랑해볼 수 있을 거 같아?
- 별로 해보고 싶지 않은데. 한 번으로 족해. 피곤해. 지금도 한 사람 때문에 ㅋ
- 당신답다 ㅋㅋ
- 왜. 해보고 싶어 그런 게? 하여튼 피곤해
- 미안. 아니라고 말 못 해. 데리고 와 줄래. 어딨지? 내 러시안룰렛.
- 여기. 지금 운전하잖아 ㅋㅋ
-..... 졌다. 완패.
적응이 된 걸까. 이 사람이 어느새.
단편적이긴 하지만 때로 거침없는 나의 이상한 대화에 적절히 따라와 준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약간의 감사한 흥분을 느끼고 만다. 어느새 이렇게 서로의 세계에 서로가 묻어 들어가고 있다며.
한 번 사는 삶에서 '러시안룰렛' 과같이 자신의 일생을 걸 정도의 무언가가 있는 사람의 삶은 어떨까.
자칫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어떤 무모한 모험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 분명 보이지 않지만 이 세계에 존재한다.
어쩌면 흔할 수도 있겠다. 해석 차이겠지만, 이를테면 주식 시장의 왕손 투자자들의 시간? 금기에 닿으려고 하는 남녀? 닿을 수 없는 사랑에 닿으려 하는 연인들, 넘을 수 없는 꿈을 그럼에도 꾸고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그 모든 이들 전부... - 아침부터 상상이 지나치게 튀었다만. -
위험이 독일 수 있지만 적당한 위험마저도 즐길 수 있다면.
가령 어떤 형태로든 삶의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기준은 '나'라는 사람이 정하고 그 무게 또한 내가 짊어진다. 이 위험천만한 '러시안룰렛'이라는 게임을 스스로 걸어보는 일종의 내기처럼 거부할 수없이 밀려오듯 삶의 어느 부분에서 이미 시작됐다면 말이다. 즐길 수밖에 방도가 없지 않을까. 또 생각해보면 말이다. 삶 자체가 바로 '내기' 일지도 모를 테고.
일단 시작이 되었다면 도망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은 바로 '순응' 다가오는 장면에 그저 파도처럼 흘러가 볼뿐. 어떤 예측하지 못한 장면들이 현실에서 다가올지언정. 순응하며 즐길 수만 있다면. 러시안룰렛을 공포가 아닌 그저 일종의 게임으로 즐길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 시간조차도 즐기는 사람이 진정 삶의 위너가 아닐까 싶은..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결국 마치지 못한 제목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정해 버렸다. '러시안룰렛' 다시 시작해보는 중편 소설... 한 번쯤은 써 보고 싶었던 적당한 퇴폐미와 적당히 아슬아슬한 유치한 모험이 깃들어진. 아무 말 대잔치가 섞여 있을 어떤 이야기.
스스로 룰렛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볼 수 있는 용기.
어떤 시작을 하려 하는 사람들은 그런 용기를 이미 마음에 담고 있겠다. 머릿속의 생각을 거쳐 내면의 선과 악, 찬성과 반대의 진폭을 통과하다 결국 선택을 하여 현실에서 '움직여서' 무언의 목적을 실현시키고 말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여전히 그런 무모한 용기를 시험해 보고 있다. 이기지도 못할, 아니 이기고 지고의 싸움 조차 무의미할 수 있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좋을, 그런 어떤 시작일지언정.
편집된 후진 팩트와 믿고 싶은 진실된 허구가 적당히 미스매칭 된. 나의 이야기. 나의 소설.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고 나의 러시안룰렛은 이미. 시작되었다..
#Slow_down #아침글_주사위는던져졌다 #어쩌자고나는_노래탓을_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