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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01. 2019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는가

퍼펙트 마더... (퍼펙트함이 과연 있던가)  

왜 사람들은 임신한 여자가 어떤 축복을 받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드는 걸까요. 

왜 우리가 입는 손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거죠. 


- 퍼펙트 마더 - 






국가 불문, 전 세계 공통일 수 있는 '엄마'와 '육아' 이야기.

이상했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자꾸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어디까지나 허구의 이야기 안에서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의 실종된 아기를 둘러싼 '범죄' 현장을 상상하자니 이질감이 느껴졌고, 반대로 '오월 맘 (뉴욕 브루클린의 5월에 출산한 엄마들 모임) ' 들의 대화와 각자의 입장 안에서, 그녀들의 일상이 이상하리만치 공감되어 안쓰러웠다고나 할까.. 



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다산책방, 2019.07.22. p. 502 



아기를 낳았다고? 축하해. 이제 모든 게 네 잘못이 될 거야.... (란다...)



아들 쌍둥이를 출산했던 삼 년 전, 겨울이... 스치고 지나간다. 

불길까지는 아니었지만, 메스로 사각사각, 소리가 들렸고 (부분마취를 했어서 몽롱한 기운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뱃속에서 쑥 하고 나오는 그 기분..... 1분 간격을 두고 한 명씩, 차례로 커다란 무언가 빠져나오자마자 격하게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소리.. 나는 눈을 감지 않고 있었고 다만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마냥 흘렸다. 




'압력이 느껴진다. 불길이 느껴진다. 내 몸과 내 아기가 둘로 갈라지는 게 느껴졌다. 

눈을 감았다. 밀어냈다. '




그렇게 태어난 아기. 그 아기를 지키려는 '엄마' 들. 

그녀들의 마음을 나는 이제 알게 되었고 여전히 모르는 것들도 많지만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양육'의 세계에 접어들면서 도저히 이 세상 어떤 단어, 어떤 문장으로도 감히 표현하지 못하는 숱한 감정과 상황들, 다둥이 양육의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육아의 최전선에서 느끼는 '역할 고충' 들.... 어쩌면 소설 속 '오월 맘' 들도 미처 소설에서 다루지 못한 그런 감정선이 담겨 있으리라. 아기를 잃은 싱글맘 위니의 마음도, 그녀의 아기를 찾으려 어떻게 해서든 단서를 찾아내려 애쓰는 프랜시와 넬, 콜레트의 마음도... 이상하게 알 것만 같았다.. 소설인데도... 말이다.  




'짓눌린 삶은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몸부림쳐본 사람이라면 어쩌면 범인의 심정도 공감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들은 그 이후에도 결코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세상은 완벽한 엄마상을 들이밀며 조금만 잘못되어도 모든 게 엄마 탓이라고 손가락질하지 않는가.'      - 옮긴이의 말 중 - 




단 하루,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고 근처 와인바에 모인 오월 맘들. 

그러나 그 단 하루, 아이는 유괴당하고 세상의 비난은 갓난쟁이를 집에 두고 밖에 '놀러 나온' 엄마를 향한 삿대질이 퍼부어진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지만, 다수는 보이는 것을 믿는다. 그 이면과 속내를 알려하지 않고 설령 안다 해도 침묵으로 일삼는다. 이게 현실이고 여전한 우리들의 자화상이고, 역할에 조금이라도 '틀어져 '있는 모습을 보이면 결국 '자격' 운운하며 자격 없는 '엄마' 비난을 받기 일쑤다... 때론 '엄마'의 단 하루의 일탈은 '아빠'의 수차례의 회식이라는 일탈보다 더 커다란 문제다.. 




“오늘 아침 우리는 아주 불쾌한 사진을 받았습니다. 바로 그날 밤의 위니 로스를 보여주는 사진이죠. 아마 바로 이 순간, 겨우 생후 7주밖에 되지 않은 위니의 아이는 침대에서 유괴되었겠죠.”


카메라는 사진을 다시 커다랗게 비췄다. 이번에는 위니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화면이었다. 

술에 취해 입이 살짝 벌어지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이거 보세요. 취했네요.”

퍼트리샤 페이스가 계속 말했다.


“정말 묻지 않을 수 없군요. 이 사진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요? 혹시 이 사진으로 이제껏 했던 이야기가 전부 바뀔까요?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다들 그동안 다른 쪽에만 초점을 맞추고, 경찰이 일 처리를 제대로 못하는 면이나 보디라는 남자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죠. 유모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고요. 하지만 모르겠네요. 이제 갓 엄마가 된 사람이, 출산한 지 겨우 몇 주밖에 안 된 여자가 애를 집에 놔두고 외출을 했다라. 가서 이 사진처럼 놀았다는 거죠? 


요즘의 모성애는 뜻이 달라져서 이래도 되나 보죠?”




여성이라는 젠더를 앞세운 스릴러라고는 하지만. 

책과 조금 벗어난 딴지를 자꾸만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왜'라는 질문과 함께. 공권력과 언론, 사회의 편견은 '왜' 아직도 '그녀' 들을 향하는 것인지. 



'소설'이라는 '재미'에 빠지기 이전에 그저 '질문'과 답답함을 안겨 주었던 책...

그렇지만 이런 목소리가 살아있다는 것에 조금은 감사하며, 7월의 마지막 소설을 덮는다. 




그래도....그래도 너희 '둘' 은 나에게 현재...최고의 선물이야. 진심이다. 사랑..한다. 




#그래도_아기라는_생명은_선물_이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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