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Sep 04. 2017

14. 고백 하기

고백하며 살아요 그 마음들  

그의 외모는 평범 자체였다. 

 아니 사실, 평범하다 못해 그냥 그 나이에 딱 맞는 듯한 보통 남자(?)의 얼굴이었다. 옷도 수수했고 뭐 하나 뚜렷한 건 없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기 시작한 순간, 나의 귀는 사로 잡혔다. 최소한 나라는 여자의 ‘내가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의 축에 속했다.   


 누구나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이 있다. 

 각자의 독특한 취향에 의해서. 그래서 서로의 한눈에 들어오는 상대를 발견하게 되면 우리의 시선은, 마음은, 호감은 상대로 향해 호기심 어린 애정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마주함이 잦을수록 그 호감은 궁금함으로 바뀌게 되고, 우리의 마음속엔 설렘이라는 감정의 씨앗이 싹트게 된다. 그래, 거기서부터 시작할지 모른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말이다.   


사랑이 시작된 그 순간은, 마치 고요하다가 돌멩이 하나가 던져져서 파동이 확 일어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어.


처음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땐 강하고 굵지 않은 듣기 좋은 여린 톤의 한마디였다. 부드러움과 낮은, 그러나 어딘가 그만의 독특한 쿠세가 섞여 있는, 편안한 음성이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움이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든 반박할 수 없는 강함과 여린 음색이 참 잘 섞여 있는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그렇게 그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외모와 스펙(?) 임에도 불구하고 (아 스펙은 뭐 나쁘지 않은, 우수했었나) 나의 시선을 (감히도!) 사로잡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나는 들을수록 거침없고 때론 도발적인 여자였다.   


어려운 걸 참 쉽게 잘 처리하는 매력이 있어요 


 위협적이면서도 보면 볼수록 웃기고 재미있고 즐겁고 유쾌하며 매일이 새로운 여자였다. 그가 보는 나는 그랬었다.  


나는 그와 가까워질 궁리를 어느새 시작했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호감에 빠지는 순간, 어떤 대상을 향한 바람이 마음에 생기기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가까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그렇게 궁리를 하여 만남이 지속되고 목소리에선 어느새 서로를 향한 고백과 마주한 순간, 드디어 첫 번째 사랑은 마무리된다   


내 삶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결혼. 우리는 그렇게 결혼을 했다. 

 서로의 목소리에 끌려서. 몇 번의 장거리 데이트와 몰래 저질러 버린 사내 연애의 몇 달, 그의 농도 진한 나이와 그 나이에 어쩔 수 없이 맞춰 버려야 했던 현실 따위는 당시 내게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그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 매일 듣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던 탓이었다.


젠장. 그 탓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연애 기간이 길었다면 지금쯤 상황은 바뀔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ㅎ


결혼 이후 아이를 갖고 지금까지, 아직도 나는 가끔 고백한다.   

이제는 그에서 나의 그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고백하며 사는 오늘을 실천 중이다. 문득 어제도 설거지를 하면서 한쪽 귀의 이어폰으로 ‘좋다고 말해’를 듣고 있다가 귀의 이어폰을 단박에 빼고 아이들과 놀고 있는 그에게 소리쳐 버렸다   


자기가 먼저 나 좋다고 했어. 그니깐 오늘도 좋다고 말해

  

이 무슨 설거지 하다 어이없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내가 생각해도 어제의 나는 정말 10살 수준 아니 20개월 차의 우리 쌍둥이들만도 못한 유아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고 싶었다.


고백하며 살고 싶은 요즘들이니깐.
그게 바로 ‘오늘’을 사는 나의 자세였으니깐.   


사랑을 시작하면 말이다. 

 아니 시작이 아닌 진행이 되고 그 사랑이 지고 가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고백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마음에서 우러나는 어떤 진실된 감정이 팟 하고 당신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그게 잊히기 전에 그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지나고 나서 후회가 덜 남게 말이다.
고백은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참 좋은 선물이다.

약간의 용기만 내면 된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테니깐.   



어제도 고백을 했다. 

 매 시간 아이들과 눈을 마주하고 장난을 치고 전쟁터 같이 어지럽혀진 밥풀 반찬 가득한 집안 구석구석을 닦아내면서도 마음을 고백했다.   


이 녀석들, 이게 뭐야. 아 엄마 너무 힘들어요. 이 휴…. 사랑해 요 개구쟁이들아’  
“엄마 쭈쭈’ (엄마 공갈 젖꼭지 주세요 라는 의미다. 첫째 둥이는 공갈젖꼭지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응… 그래.. 사랑해. 훈민정음. 사랑해 사랑해..’   
‘고생했어. 대전까지 왔다 갔다 하느라. 자기 참 좋은 아빠야.’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지금 자기한테 고백하는 거잖아. 자기 좋은 사람이라고   
‘당일치기는 너무 힘들어, 다음엔 1박 하고 오자.’   
‘응…’   



 젠장, 역시 ‘내가 듣고자 했던 고백’은 결혼을 한 후, 그에겐 뒷방 늙은이의 한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무미건조함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댁에 놀러 다녀온 그는, 운전의 피곤함에 절어서 어제의 내 마음을 읽지 못했으리라. 아니 읽어내고 받아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표현의 차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워낙 곰이라서 뭐 바라지도 않는다.


바다가 좋은 나를 위해 산이 좋은 그였어도 과감히 희생해 준 그 마음도 사랑의 단편이겠지

 

다만 바뀐 것 하나는 이제는 그에게 터무니없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기보다는 그저 나의 고백하는 용기, 마음을 바로 전하게 되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행동력, 그저 나의 마음에 집중할 뿐이다. 더 바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싸움은 덜 하게 되고 꽤 평화로운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 가끔 튀어나오는 토라짐은 그럼에도 어쩔 수 없지만.


 어쩌면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르겠다. 

 상관없지 않을까. 고백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사랑하는 그가, 그녀가, 사랑의 대상이, 원하는 물건이, 사랑하는 우리의 꿈이. 지금은 내 곁에 가까이하지 못하고 꽤 쌀쌀하게 구는 빌어먹을 현실일지언정.   

  ‘좋다고 말해’라고 말할 줄 아는 마음,
'좋아’라고 전하는 그 순간, 결국 그 좋은 감정이
선 순환되며, 기적은 일어날지 모르고 말이다.   


고백에 빠르고 이른 건 없어. 

 오늘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좋아하는 그것을 향해 움직이는 당신이라면 더더욱. 심장이 두근대고 잠을 잘 수 없을 만큼의 어떤 좋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당신이라면 그 대상을 하여금 더욱 에너지와 마음을 다해서 고백하며 살자. 우리의 시간은 그래야 하니깐. 죽음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유한한 ‘오늘’을 산다는 말을 더더군다나 하고 있다면 말이다.  


 어떤 옷을 입으면 나의 매력지수가 한층 더 올라가서 내가 말하는 오늘의 고백들이 부디 통 할까를 생각하며 아침 출근을 시작한다. 오늘의 초이스는 핏감이 살려지는 스키니진과 네이비색 하늘거리는 블라우스다. 아기들의 기저귀가 가득한 쓰레기봉투를 한 손에 들고, 또 한 손에는 책 두 권이 담긴 꽤 무거운 가방을 옆으로 메고 문을 나가는 순간,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나의 갈색머리는 이제 선선한 바람에 휘날리며 버스를 탄다.   


 고백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고백들도 부디 전해지고 또 전해졌으면 좋겠다. 다시 쓰기 시작한 글쓰기, 소설, 그리고 매일의 에세이들, 이 글 안에 담긴 고백의 연속이 계속해서 나의 용기를 이끌어 주기를. 그리고 결국 그 고백의 끝에서 내게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당신의 마음속 우주까지도 다 줄 듯한 그 고백들이,
부디 진심이 전해져서
나에게 당신에게 우리에게
멋진 하루를 선물해 주기를...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그리워 보고 싶어…. (그러니 좋다고 말해!)   


서로를 알아주지 않은 현실과, 보이지 않은 목소리의 결과여도 상관없지 않은가. 좋아하니깐. 고백하는 이 마음으로 충분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어린 나와 당신이라면 오늘이 멋지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서로가 연결되는 참 좋은, 기적같은 가을의 연속이기를...!



Have a good 고백 TODAY!   


오늘은 좋다고 말해 라는 노래 덕분에 한 껏 이야기가 두서없네요.
그럼에도 오늘도 읽어 주신 당신께 고마움과 사랑 가득 담아 말씀드려요. 고맙습니다.   
나의 그이, 나의 쌍둥이, 나의 오늘의 글들, 오늘의 움직임들, 고마운 사람들,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들
모두 사랑해 고마워 결국엔 나에게로….! 9월 참 좋은 에피소드들로 가득 만들어 가기를. 
작가의 이전글 13. 완벽한 혼자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