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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13. 2017

16-2. 아픔의 단상

나도 다쳤었다 그 날.....

계속해서 원인이 뭔지 파악해 본다.


4. 피해의식 

 친정엄마인 그녀와 남동생인 그가, 이제는 쌍둥이 워킹맘인 나에게 가져서 뿜어내야 했던 감정들 중 하나. 바로 피해의식으로 가득찬 누나, 딸을 보는 곱지 않은 시선일 지 모르겠다.


 인정한다. 한때 나는 우울했고, 아팠고, 상황들을 견딜 수 없어서 가족들을 힘들게 했었으니깐...

 

 여하튼 이번주의 시작을 남동생의 독설을 받아들이며 시작했고, 그 다음날은 친정엄마의 냉소를 들어야 하는 나였다.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결혼식장에서 그저 아이 돌보는 시녀처럼 대하는 누나의 말투에 화가 난 남동생이였다.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일식이 아닌 중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야 했던 상황에서부터 이미 게임은 나에게 철저히 불리하게 흘러가야 했다.


젠장. 허나 그 상황은 내가 만든 게 아니지 않는가!
피로연장의 초이스가 그러했고 일식당은 20분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친척 어른들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을 뿐이거늘…..! 아 신발 까 뒤집어도 모자란 왈왈 짖어대는 인생이여....


 대충 상황이 그려졌고 내가 잘못을 실제로 했든 하지 않았든 나는 죄인이어야 했다. 

죄인은 사과를 해야 함이 마땅하니깐 진실된 사과를 기대하고 있었을 그들이었을 거다. 하지만 맥락과 납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선 연기를 할 수 밖에 없는 나 또한 여러 상황들에 휩싸여 쉽게 연기할 수도, 아니 하고 싶지도 않았었다.   


5. 술. 그 빌어먹을 신이 내린 선물이자 축복!

 아기가 손가락을 잠시 다치고, 그 상태로 놀랐는지 먹었던 전부를 토해낸 아기가 안쓰럽기만 했다. 애 엄마 마음이 불안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속상함을 있는 그대로 말로 뿜어대기 시작하는 친정엄마에게 나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아기들을 재우고 난 이후 저녁 9시무렵. 

 다시 남은 집안일을 끝내고 그때서야 허기진 배를 뭐라도 하나 먹고 보자 싶은 마음에 냉장고로 가려다가 그것조차 귀찮아서 그저 핸드폰으로 밀린 육아용품 쇼핑을 하기 위해 잠시 누워있는 내게 엄마가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캔맥주를 하나 까면서.


아. 불현듯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엄습해 왔다.   


 술이 들어가는 순간 누군가에겐 기적은 찾아오고, 반대로 지옥도 시작된다.

 1절부터 4절까지, 있는 모든 과거의 서운함과 슬픔과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 또한 여자이기에 여자들의 습성을 꽤 잘 알고 있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성적인 감정보다는
케케묵은 낡아빠지고 좋지 않은 감정들은,
작은 건드림으로 인해 봇물 터지듯
넘쳐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 말이다.   




인내 인내 인내  

 

마음을 추스리고 쓰는 글과
노골적인 극단의 감정을 품은 채 쓰는 글은 차이가 매우 크다.


 1년 전 이맘때 써 내려간 일기장의 문장들은 그 자체로 검은색 이었지만 요즘의 문장은 꽤 밝은 톤이 느낌이다. 헌데 어제. 나는 슬픔과 아픔, 억울함으로 가득 찬 마음 상태로, 눈으로는 잠든 아기들을 보고 있으면서 귀로는 친정엄마의 한없이 퍼부어 대는 독설을 그대로 감내해야 했다.   


글 쓰고 책 읽는 건 좋지만 네가 그걸 할 때니.
애들이 외할머니 보면 정에 굶주린 것처럼 보잖니.
말투가 사나우니 너 같은 며느리 누가 좋아하겠어.
친정엄마는 개 부리듯 부려먹었으면서...
시댁에는 그저 말 한마디 못하고 고맙다는 말만 하는 딸년한테 내가 무슨 기대를 한다고….   
너 왜 치과 치료는 안 하는 건데? 먹는 걸 안 좋아하는 삐쩍 말라빠진 애미인데 애들 제대로 멕이기야 하겠어?



엄마...
내가 왜 결혼을 그렇게 일찍 서두르고 했는지 알기나 해?
그 지긋지긋한 친정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내가 살면서 딱 한번, 입사 1년차 때 난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

복날에 개 패듯 때린 데 또 때렸던 아빠와 하루 전쟁 치르고 나서 뭘 느꼈는지 알아?
 평생 이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난 행복할 수 없겠구나 아니 최소한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없겠구나 했어

다 큰 딸을 본인 우울증에, 버릇없다고 스스로 자괴감과 편견에 빠져서 떄렸던 아빠
그런 나를 다독여 주거나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잘못을 덮으려고만 했던 엄마
서울대 박사 나왔다고 자기 자존심에 지 잘난 맛에 사는 남동생..
다 지긋지긋했어. 알아?

난 꽤 잘 살고 있고 지금은 평화롭고 나름 괜찮은 삶을 살고 있어.
엄마가 생각하는 것 처럼 내가 차가운 엄마이거나 내 하고싶은 것만 했음 우리 쌍둥이들 이만큼 자라지도 않았어.

나는 나름 내 교육관으로 잘 키우고 있다고 자부심 갖고 앞으로도 그러고 살거야.
그래야 우리 쌍둥이들도 최소한 웃는 모습의 나를 봤지, 항상 뭔가의 억울함에 화내고 힘들어 하는, 지금 엄마 같은 엄마로 사는 나를 보진 않을 테니깐....


됐다 그만하자. 피해의식 덩어리로구나. 니가 무슨 글을 쓴다고.. 쓸데없는 생각만 하고 앉아있고.


......그래 나 쓸데없는 생각 해요. 쓸데없는 데 때론 쓸모 있으니깐 최소한 내게는.

엄마. 내 삶 대신 살아 주는 것 아니고 이 아이들 엄마 아이들 아니야.
그니깐 어떤 편견과 선입관도 다 생각 말고 그냥 단순히 사랑만 줄 순 없겠어?

 모르겠어 난 엄마랑 대화하고 있음 자존감과 자신감이 모두 무너져 내려.
엄마는 그런 말만 내게 해 왔으니깐…

근데 난 그렇게 우리 아이들 키우지 않을 거야.
아니. 최소한 그런 말들은 해 주지 않을거야.

그게 얼마나 아이에겐 상처이고 그 상처가 물리적인 나이를 먹은 어른이 되서도 마음에 고스란히 남게 되는지, 내가 겪어봤으니깐….!  



상황 종료.   

 나는 나의 삶을 긍정하며 살고 싶었고, 지금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불과 2일 전까지만 해도 믿고 있었던 나였다. 그러나 나의 그런 삶이 그녀에겐 모두 다 못마땅한 것이었던 어제였었고. 그 덕분에 나는 ‘천하의 몹쓸 딸년’이 ‘또’ 되어 버렸다.   


사실.... 시댁보단 친정이 그럼에도 1000배는 나으니깐.... 어쩌겠는가 흑 내 잘못(?) 을 인정할 수 밖에요. 잘못했다구요 잉잉

 

어떤 말을 해야 진심이 전해질까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요새
그 진심을 전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침묵하게 된다.


 사람이란 너무 기력이 빠지거나 때론 아무리 전해도 전해지지 않는 벽에 마주하면 차라리 피하고 보고 싶은 감정이 있을 테니깐.   


 어제의 나는 그랬고, 오늘의 나는 약간의 추스림과 함께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다행히 아기는 손이 부어있지 않았고 작은 상처만 난 채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켰다. 어제의 뿜어댐이 미안했든지 혹은 민망했든지, 친정엄마는 별 말 없이 아기들만 예뻐서 그렇게 바라보고 계셨고, 나는 한 마디를 하고 출근을 했다.   


점심 밥 해 놨으니 챙겨 드시고 '가세요'  


 오늘 퇴근 후엔 차라리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편했으면 한다. 

 그녀도 차라리 마음 편하게 본가로 돌아가서 건강을 좀 더 지켜봐 줬음 한다. 체력 건강뿐 아니라 마음 건강도 함께. 그리고 그 응어리가 좀 풀리시길 간절히 기원해 보는 지금 이 순간이다.


 때론 시간이 약일 때가 있고 이것도 시간이 지나가면 잊혀지겠으나, 그럼에도 잠시 브런치에 글을 남겨보는 이유.   


 내 안의 오늘 지금 이 순간까지의 억울함과 치솟는 슬픔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어서일 지 모르겠다.

 이 후회될 걸 각오하면서도 어제의 짧은 아픔의 단상들, 잠시 떠올려본 과거의 기억들. 그것을 떠안고도 나는 오늘을 그저 살아내고 싶다.   


치부를 드러낸다는 건 그 사람의 모든 걸
아낌없이 줄 각오가 되어 있다는
 사랑의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내가 브런치를 애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이 순간

나의 치부 하나가 드러나는 오늘의.... 뒤늦게 읽어보면 후회 막심하고 삭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는 이 후회의 글. 그러나 그럼에도 덕분에 작은 위로와 오늘을 그럼에도 살아내는 힘을 다시 내 본다.  


아무렇지 않게 고객사 미팅을 끝냈다. 웃으면서...그러나 마음이 여전히 좋지 않다. 하...액떔했으니 기적도...!!

 

오늘은 힘 빼지 않고 힘을 좀 줘 볼까 한다. 그럼에도 엄마로서 나로서 다시 살아내는 힘을.

그리고 그럼에도 나는 안고 갈 생각이다. 나의 가족들, 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이 넘쳐서 때론 왜곡되서 나타나는 작은 상처 조각들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애써 긍정해 보면서....! :)


What's truely matter


내게 건네는 질문. 중요한 걸 생각하고 그냥 앞으로 나아가 본다.
얼마나 좋은 에피소드가 또 가득할 9월이란 말이던가.
이렇게 액땜 지대로 하는 거 보면...하앍하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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