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Nov 25. 2019

그림을 그리다

나는 어떤 확신도 없고 무언가를 알지도 못하지만, 별을 보고 꿈을 꾼다


- 빈센트 반 고흐 -




흔하지 않은 시간이라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결국 '희소' 하기 때문이겠다. 그 희소한 가치 덕분에, 주말 틈새 시간을 틈타 잠시 집에서 탈출(?) 하여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원데이 클래스에 참석해서 손을 조금 놀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은 글과 다른 듯 닮았다.

정성과 마음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일정부분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 그 시간이라는 것에 강박(?)을 가지고 있던 터라, 지각이라고 하는 건 내 사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 제일 먼저 도착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세팅되어 있던 책상을 보는 순간 '와아' 했었다. 준비물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상하게 설레더라. 미리 작업된 완성본들을 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오길 잘했다'라고, 이 시간이 허락됨에 '감사' 하다고까지도.




색이 칠해지는 시간들이 이상하게 참 좋았다.



이렇게 멋진 작품들이라니




덧칠이 가능한 아크릴화의 특성상


처음치고 서툴렀지만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강사님 덕분에 무사히 완성본 (반은 선생님 작품일지도)과 만날 수 있었다. 잠시 딴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가령 이런 원데이 클래스를 비교적 '자유' 롭게 왜 여태껏 즐기지 못했을까 싶었고 나는 미혼 혹은 아이 없는 기혼의 주말, 너무 치열하게만 살아왔다 싶기도 하고, 반대로 현재의 그들의 주말은 어떤 시간들일까 싶어서 얄팍한 부러움 마저도 -  



역시 희소한 시간은 그래서 귀하다.

그리고 그 귀한 시간이 순삭의 경험이었던 만큼, 되도록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그림'에 대한 관심을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을 새겨 본다.



그림 속, 두 사람을 생각해 보면서.

또한 미처 담아내지 못했지만 마음속 아이 둘을 새겨보며. 우리 네 명의 새벽 혹은 저물어 가는 매일의 시간들 속에 각자가 간직한 '별' 들을 서로 잘 지켜낼 수 있도록 서로 아낌없는 지지자가 되어주는 '관계'를 꿈꿔보기도 했다. 아울러 이 좋은 시간을 나 혼자서 즐겼던 것에 적잖은 미안함은, 클래스를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는 발걸음이 알아채고 만다... 강의가 끝나가는 도중에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 생에 첫 작품.... 그림이 이렇게 즐거운 작업일 줄이야. 얕게 배우니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배우는 즐거움이 참 크다.




나는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그대로 정류장으로 달렸다.

우산 없이 그림을 꽉 쥔 채로. 비 맞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내리는 비 보다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반대로 이 짧은 시간 덕분에 11월의 마무리가,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 선물에 소박한 감사함을 간직한 채로.

작가의 이전글 곧 출간 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