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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Dec 26. 2019

서른여덞의 그녀가, 행복하기를

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그렇게 그녀들은 자기들만의 괴로움도, 자기들만의 행복도 있었다. 


- 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 





'늙어가고 아파지는 부모님, 코앞에서 깨져버리는 결혼'이라고 했다. 

저자의 담담한 고백의 서사가 어딘지 모르게 서서히 마음에 와 닿는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 놓인 그녀를 글로 바라보면서, 잠시 동안 그 나이가 아직 되어 보지 못한 나의 상황을 대비시켜 본다. 너무나도 다른 우리이지만, 엇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을 감정의 곡선은 그렇게 다른 듯 닮은 것 같아서. 



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윤미나, 이담북스, 2019.10.25.



처음엔 제목만 보고 부러웠었다.

이게 솔직한 현재의 나의 심정 이리라. '연애'가 '가능' 한 '존재'의 미혼이셔서 그랬던 걸까. 너무나도 억지스럽고도 어린아이 같은 투정을 잠시 해 보다가도 글에 빠져들수록 이 분의 마음이 어떠할까, 그 우울함이나 내면적인 고통, 그 와중에도 현실을 쳐내듯 살아내야 하는 그 에너지. 어떻게 지켜낼까라는 끝없는 질문 끝에서. 결국 답 하나를 혼자서 얻어내고 말았다. '글'이라는 정답 같지 않은 답을. 




그가 아픈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차라리 TV의 리얼리티 쇼를 찍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납득될 지경이었다. 사람들에게 말을 꺼낸다면 정말로 현실이 될 것만 같아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잠에서 깨는 것이 두려워 그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은 아침이 이어졌다. 




추운 날들의 연속이라 해도, 존재가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이겨내고 견뎌내다 보면... 계절도 시간도 지나가니까..



루게릭병에 걸려버린, 헤어진 연인과의 이별에도 현실은 찾아온다. 

비고정 소득에도 오늘을 애써 참아내며 이겨내는 담담한 고백의 문장들 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 이기적이고 잔인하게도. '초라하고 우스꽝스럽다'라는 표현을 했던 그녀의 목소리 안에서 '나도 별반 다르진 않을 거예요'라고 맞받아치듯 속에선 내 목소리를 되새김질해 버렸기에. 



보고 싶다며 갑자기 한밤중에 찾아올 일은 없겠지만, 어려움이 생기면 만사 제치고 한 걸음에 달려와 주는, 상대의 모자람을 불평하기보단 그런 상대를 애처로워 할 수 있는 조금 늙은 연애는 이런 점이 좋다. 




서른여덟이라는 나이가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이가 어찌 되었든 오늘이라는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물리적으로 적은 나이여도 처한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나이 든(?)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반대로 많은 나이여도 여전히 철 없이 세상을 지낼 수도 있는 '삶' 은 결국 각자의 몫이기에. 


내 '안'에 등불을 켜 두면, 추워도 따뜻해진다. 그렇게 다시 살아갈 힘도 쥐어진다고 믿는다.



내년이면 그 나이에 한걸음 훅 다가가서 서른이 완벽히 꺾여 버리는 지경(?)에 처하는 나이지만 

나는 이 삶을 긍정하고만 싶다. 작가와는 달리 쉽게 연애도 (연애는 이제 이번 생에 없는... 삶을 살게 되었으니까) 경제적 궁핍함도, 그 어떤 것도 나의 현재의 세계 안에서는 교집합이 없지만, 반대로 생각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거울 속에 비친 '나'라는 사람의 삶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괜찮은 오늘이기를. 작가가 말미에 말씀하신 이 문장에 나는 대답하고 싶었다. '나는 적당히 잘 지내고 있어요, 아니 꽤 괜찮게 잘 지내요.'라고. 




나는 적당했어 너는 어떻게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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