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븐 Mar 06. 2020

우린 그때 함께 있었다...

10시간의 거리, 그때도 함께였었다고. 

임시 처방은 결국 오래 못 가. 

삶이란 약간의 시간과 많은 관계를 요하니까.

자신의 고통만 볼 때 날 못 보는 법이네. 


- 오두막 - 




직장을 다니며 쌍둥이들을 키워내던 시절은 

평일이면 무려 10시간의 거리로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야 했다. 되도록 출근 근태는 지키려 했던 스탠다드에 융통성 없는 나 때문에, 피해를 본 건 어쩌면 쌍둥이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갓 걸음마를 떼고 돌이 지났을 때부터 바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던 아이들은 언제나 1등 등원 꼴찌 하원 신세였으니까. 늘 죄스러움과 미안함과 안타까움과 동시에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했던 직장 생활이었다. 



어떻게 지켜왔는데. 

그 생각 때문에, 씩씩하게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일상에서도 감정은 종종 널뛰다 눈물로 변하곤 한다.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치도 않았을, 멀리 떨어져 보면 그리 보잘것없을지도 모르는 커리어였는데. 그걸 유지한답시고 아이들 고생을 꽤 많이 시켰다는 걸 생각하고 마노라면. 나는 퇴사를 '당한' 지금에서야 조금씩 느끼곤 한다. 그때의 10시간에 비하면 이제 반 이상으로 등 하원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아이들과의 스치는 대화들은 여전히  나를 콕콕 쑤시곤 하니까.  



- 어린이집 가기 싫어 

- 왜 가기 싫을까?

- 안 가. 엄마 미워! 

- 요즘은 매일 미운 오리네 엄마가...... 우리 가지 말까?

- 안 가도 돼? 엄마 출근 안 해?

- 음... 해 (집으로... 돈 (아직은) 못 버는 출근을..) 

- 어차피 보낼 거면서. 엄마 거짓말쟁이. 맨날 일찍 온다 하고선. 

-.... 이제 일찍 가잖아. 예전보다 훨씬 일찍 보잖아. 

- 엄마가 없잖아. 어린이집 가기 싫어. 

-..... 미안해. 그래도 우리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어. 

- 없는데 뭐가 같이 있는 거야. 엄마는 그것도 몰라  

- 그러게... 그것도 모르네.... 눈 앞에 없는데 같이 있을 리가 없네. 그래도 가자. 오늘만 가면 내일은 아빠랑 놀 수 있어.

- 싫어!  



둘째의 잦은 성화는 분노를 만들지만, 화를 내지 않는 첫째의 떼는 묘하게 눈물이 고여버린다. 얼마나 싫었으면 그럴까 싶어서. 




아이들은 10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있었을까... 

그 생각을 하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코끝이 시큰거리고 두 눈엔 이미 눈물이 한가득 고여 버리고 만다. (지금처럼...) 하물며 그 10시간도 버텼던 아이들인데 5시간가량으로 급격히 줄어든 요즘은 즐거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뭐랄까. 아예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떼로 인해 적잖은 '아침 전쟁' 이 시작된다. 회사를 다니나 안 다니나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것은 매 마찬가지로 복합적인 죄스러움을 선물하곤 한다. 빈도의 차이일 뿐...  



코로나라고 하는 빌어먹을 중국발 감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상 패턴 습관 형성 및 양육환경으로부터의 아주 잠깐의 탈출(?)을 위해 등 하원 가능한 상태라 당차게 보내버리고 마는 매정하고 무정한 '엄마' 소리를 자청하더라도... 이런 내가 때로 참 못마땅하고 스스로도 가끔 이해 불가할 때가 많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성향의 사람으로 살아보고 있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그걸 생각하면... 뭐가 중요한지 금세 다시 알게 된다... 어리석은 나를. 자책하듯이...



우린 그때 함께 있었다고. 

나는 그래도 계속해서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5세 아이들이 그 마음을 알 턱이 없고, 다만 내 마음 편하자고 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문장을... 그래도 오늘은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 임시 처방은 오래 못 간다 했는데 정말 임시 처방 격인 발언임에도. 그 문장을 말하는 순간, 조금 더 내 사랑이 너희 둘에게 닿을 것 같아서... 보이지 않는 '사랑' 은 언제쯤이면 그들 마음으로 하여금 보이게 될까... 시간은 결국 답이 될까. 회사를 다녔을 적에도, 심지어 퇴사를 했음에도. 마음이 아파오는 건 왜 여전한 걸까. 너희 둘을 생각하면 왜 난 자꾸 눈물이 날까.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때때로 우울해지고 때로 눈물을 흘린다. 



사랑이 흔적을 남기니 그런가 보다 한다. 

너희들과의 사랑이 지금의 흔적으로 기억되니 그러는 것이라고. 

나의 친정 엄마가 그러했을 때처럼.....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어요.... 엄마...



#엄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