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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r 08. 2020

퇴사하니 보이는 '좋은 동료'의 기준들

퇴사 후 느낀 찐 교훈 시리즈 2탄) 좋은 동료들의 공통점 

친절하라. 

네가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까. 


- 플라톤 - 





권고에 의한 사직을 하고 마니 이제야 떠오른 '좋은 동료들'의 기준 같은 것들이 세워지는 것 같다. 

발등에 떨어진 불 끄듯 일 마무리시켜내느라 바빠서, 내 밥그릇 챙기기 급급해서. '사람'에 대한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해 본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다. 사실 일은 그런 '사람' 들이 다 해내는 것이었을 텐데. 



인생은 때로 역설적이다. 뒤늦은 교훈을 남겨 준다. 

그래도 감사하다. 자기반성을 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그로 인해 비로소 알게 되는 진한 여운들이 남겨지니. 지난번 회사는 친구를 찾는 곳이 아니라 일을 해야 하는 곳이라던 어설픈 주장을 내뱉은 이후 나는 그럼에도 회사에서 만났던 '친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잠시 꺼내보려 한다. 그들은 한 때의 '동료'였다. 그것도 참 좋은 동료들.... 



일을 주고받음에...'감사함'을 남겨 주었던 좋은 동료들..



좋은 '동료' 들은 몇 가지의 다음과 같은 공통점들을 가지는 이들로 보인다. 



1. 그들은 '일'을 했다. 그것도 정말 열심히.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사실은 이 당연함이 '회사'라는 조직 생활 안에서 그리 또 당연하게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닌 것 같기에 애써 이런 표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 자체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뭐랄까. 그 일을 돌아가게끔 만드는 또 다른 '일들'로 인해 진땀과 에너지를 한껏 쏟아내야 하는 게 사실 대부분의 '일' 일지도 모르고 그것으로 인한 직장인들의 애환은 더해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대내외 '고객님들' 상대하려면 정작 진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부지기수로 보았기에. 

상사 눈치, 후배 눈치는 기본, 라인 타고 정치하고 시스템 구축한다 개선한다 뭐한다 다시 뒤집는다 등등 등등... 그래도 '좋은 동료' 들은 자신의 '일'을 어떻게 해서든 하려고 했다. 그것도 정말 열심히. 그 '일'을 하면서 진짜 '일' 들도 다 해내더라. 야근을 해서라도, 휴일 근무를 해서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모르쇠가 아니라 끝까지 해내려 했다.



2. 그들에게 일은 '전체' 이자 '하나'였다. 

즉 전체 돌아가는 1 cycle을 '알고'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었다. 개발자였지만 개발만 잘하면 장떙이겠지 라는 식의 마인드가 아니었다. 마케팅 사업개발 영업 한다고 '개발이 알아서 물건 잘 만들어 주겠지' 하는 식의 '척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디자인 UX 시나리오 기획도 마찬가지.  결국 좋은 동료들은 각자의 포지션 안에서 어떤 스토리들로 인해 자신의 단계까지 왔음을 '이해' 하려 했고, 그 이해에 의문이 생기면 즉각 질문해서 알려고 했다. 



그러니 자신의 '일' 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그걸 감내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전체 돌아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려고 하고 그중 자신이 맡은 부분이 '무엇' 인지를 알고서 일을 한다. 당연히 그런 동료와의 프로젝트는, 힘들어도 힘이 들지 않더라... 이상하게 힘이 생기고 또 믿을 구석으로 남기에, 여러모로 그런 '선배'와 같이 했던 프로젝트는, 나로선 너무나도 큰 감사한 경험이었다....



그들과 일로 연결되면 그냥 좋았다. 많이 배웠고 성장했다. 너무 감사했다... 2013, 2014, 2015.... 특히. 




3. 그들은 말을 아꼈다. 그러다 '신의 한 수' 같은 명쾌한 메일을 날려 주시는 아웃룩의 '작가'였다. 

현장이 아니라 사무직으로 데스크 앞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들은 어쩌면 대부분 일종의 회사라는 책을 만드는 '작가'라는 생각을 늘 하곤 했었다. (그래서 내가 회사에서도 글을 쓰는 일이 그리 수월했었나 싶고. 주야장천 하는 일이 '메일 쓰고 아웃룩 정리하고 회신하고 파일 만들고 등등 등등이었으니까...) 좋은 동료들은 메일 수신자로 하여금 무례하거나 불쾌함을 느끼지 않게 굉장히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질문'을 하고 '원인'을 묻고 '결과'를 생각해서 '의견'을 제시하곤 했다. 



특히 '유머'를 조금씩 곁들이는 센스 탑재 직장인이었다. 

자신의 주장이나 팩트체크의 레퍼런스들은 '최고'였다. 소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뜬구름' 잡는 메일이 있는가 반면, 그들의 메일은 '팩트'가 확실했고 '의견' 도 명쾌했다. 이런 회사의 작가들과 메일을 주고받는 일은 언제나 신이 났고 나로서도 뭐랄까 보고 배우고 카피해서 성장하고 싶은 동기부여까지 되어 주셨다... 



4. 그들은 친절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언어'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타인을 '배려' 할 줄 아는 동료였다. 

개발자가 아닌 나로서는, 그리 대단한 위치에 있는 의사 결정력이 있는 사람이 아닌 나로서는... 그런 사람을 회사에서 만난다는 것이, 하물며 같이 일로 엮이고 있노라면 일이 참 매끄럽고도 기분 좋게 출퇴근하게 만드는 '행복 바이러스'와 같았다. 소위 '외계어'를 구사할 법한, 혹은 자신의 보유한 지식과 경험으로 하여금 '있어빌리티'를 뽐낼 수 있는 다채로운 '자랑'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수 있는 '스펙'과 '위치' 임에도... 그들은 일관되게 친절하더라. (일관이 중요하다) 이것이 사실 내가 꼽고 싶은 가장 '좋은 동료'의 기준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상대는 의도치 않았어도 직장이라는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무례하고 불친절함을 유발하는 이들과 마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듯싶다. 비록 그 상대가 정말이지 의도치 않았어도 말이다. 정말 좋은 동료는... 퇴사 후 '친구'와 같은 관계로 밖에서도 얼굴 보며 지내게 된 몇 소수의 동료들은 나름 그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친절' 하려고 노력한 이들이었다. 친절이라는 태도는 정말 중요하다. 그건 일 뿐 아니라 그 사람 자체의 '삶'과 '인성' 마저도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개개 인성이 있기에 어쩔 수 없는 불협화음이 생길지라도, 그걸 퍼즐 조각 맞추듯 맞추려 애쓰는 좋은 사람이 있었다...




5. 그들은 사소한 것도 디테일했다. 

이건 사실 기본이고 핵심이라 볼 수 있다. 회사에서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보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조차도 사소한 것도 '상세' 하게 '챙길 줄' 아는 태도 말이다. 직원 수가 꽤 되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특히 그 사내 시스템에서 보이지 않게 상세한 '자질구레함'과 같은 업무들을 잘 사용하면서 디테일하게 챙기는 그 소소한 깐깐함, 그로 인해 결국 '돌아가는 일' 들에 대한 중요성을 아는 동료들.... 결국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서 실수 나지 않도록 작은 일도 실수 없이 깔끔히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비록 고과나 성과나 하다 못해 '보이는' 칭찬들에 1도의 영향을 끼치지 않아도... 그러나 결국 그런 기본들이 쌓여서 그들의 역량과 커리어적 무기가 되는 건 아닐까 싶다... 



몇 가지만 나열해도 글이 꽤 길어진다는 건 반대로 내가 그만큼 '반성' 하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저 위의 것들은 내가 그토록 지켜내고 싶었던 '일을 하는 마음'에서의 기본적인 원칙들이었다. 최소한 일을 함에 있어서는, 회사를 다니면서는 저 5가지 나만의 원칙들은 반드시 지켜내고 싶었다... 나의 원칙들을 잘 지켜내 주시는 분들은 정말 놀랍도록 큰 성과를 만들어 내는 '선배' 들이었고 그런 선배들의 좋은 모습을 본받으려고, 따라 하면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성장하려고 나름 부단히 애썼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저 5가지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반대로 상처를 주면서 일을 했던 건 아니었을까를.

한편으로는 되새겨본다. 너무 상세하고 꼼꼼하게 파고들려 해서, 누군가를 지독히 힘들게(?) 만들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어서. 나의 유머가 수신인에게는 유머가 아닐지도 모를 일이고...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에서도 언급되듯, 나의 옳고 그름이 남에게 옳고 그름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나의 초록색 신호 등불이 누군가에게 빨간색 신호 등불과 같았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좋은 동료가... 되고 싶었다. 

회사에서도 같이 일하고 싶게 만드는, 열정과 밝은 미소가 소박한 힘이 되는 동료애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사람... 그러나 또한 나는 이제 안다. 퇴사를 하고 보니 이제 그런 생각은 때로 부질없었다는 것 마저도. 결국 회사는 좋은 동료들이 지키고 있다 해도, 오늘의 좋은 동료가 내일의 좋은 동료를 서로 지킬 수는 없는... 시장과 숫자의 논리로 결국 움직이는 냉정한 노동의 현장이라는 것 또한 이제는 잘 알기에. 



다만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그럼에도 오늘의 좋은 동료들이 내일의 좋은 동료를 만들어 주시기를...

일요일 오후 11시가 지난 이 시간, 퇴사 후 남은 내 곁의 좋은 '옛 동료' 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월요일, 출근길이 조금은 더 밝고 따뜻한 '봄' 이기를 바라면서. 당신들의 행운을 이렇게 떠난 자리에서 멀리서 응원한다고. 



나는 숨죽여 생각을 애써 숨긴다. 

한편으로는 당신들의 그 출근길이, 내가 부러워하게 될 줄은 사실 몰랐다는, 옅게 우울한 이 속내를....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젠 나의 책상을... 좀 더 보살피려 합니다. 자신은 여전히 없지만.. 괜찮아요.. 괜찮아질 거예요. 




#좋은 동료님들,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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