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느낀 찐 교훈 시리즈 3탄) 이거 아니었음 어쩔 뻔...
인간이 획득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행동은 이해하기 위한 배움이다.
이해하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 스피노자 -
퇴사 후 꽉 찬 일주일이 지나가 2주째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 말, 권고 사퇴를 당했고, 한 달 정도는 미처 읽지 못했던 책들도 글들도 공부들도 왕창 하면서 쉬기로(?) 했다. 애써 다시 직장에 돌아가려는 마음을 먹지 말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성격 상 어딘가로 다시 가려는 관성적 움직임이 앞서려 했지만 조금씩 다독이는 중이다. 아직 어디에도 가지 말자고. 그래서 이력서를 그 어디에도 오픈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현실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한다. 배우자가 벌고 있기에... 그 덕에 지금 이 글도 조금은 여유(?) 롭게 쓰고 있는 걸지도 모를 일이다. 감사한 건 그저 감사하고 더 잘해주기로 한다.
아침에 오랜만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가에서
문득 생각에 빠졌다. 여전히 '내 발로 나온 게 아니라, 내가 왜?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으려 하는 통에 알 수 없는 우울함이 다가오는 순간이 있지만 한편으론 그 우울함에 아주 깊이 빠지진 않는 나여서, 궁금했다. 이 원동력,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하고.
세 가지 습관이 나를 살린 것 같다고.
퇴사 후에 비로소 보이게 된 찐 교훈 중 단연코 하지 말았어야 할 것들의 후회와, 해서 너무 잘했다는 것들이다. 그중 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세 가지는 단연코 '습관'과 연결이 되어 있었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 세 가지에 잠시 눈을 감고 감사하기로 했다. 이 3가지 습관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려는' 나를 쉬이 만나지도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1. 직장 다니기 시작한 처음부터 돈 관리 스스로 했다. 하려고 했고 익혔다.
고정 수입이 끊긴 지금에도 나는 끄덕.. 없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반대로 나름의 불안이 덜할 수 있는 건 바로 돈 관리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정말이지 생존의 문제다. 중요하다. 이건 누누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루 10분 거꾸로 가계부'와 '90일만 쓰면 부자 되는 가계부' 그리고 '하루 10분 엄마의 돈 공부'를 쓸 때, 한결 같이 진심으로 전해지기를 바랐던 건 결국 '관리력'과 '유지력'과 '졸꾸'에 대한 것들이었다. 투자의 세계는 냉정하다. 관리 없인 지켜낼 수 없다. 휘둘리기도 십상이다. 내 부자 기준 없이는.
요즘 경제 장난 아니다. 전날 증시 대비 낙폭 -3% 가 세네 번을 오고 간단다.
잠실 리센츠 급매 나왔으며 강남 몇십억 아파트 5억 정도 급 빠지고 매물로 나왔다지. 게다가 내 생전 유가와 미국 증시가 그런 식으로 빠져나가는 걸 생전 보질 못했다. 본다 한들 그때 나는 뭣도 모르는 경알못이었기에 판단 조차 못했겠지. '돈'이라는 '화폐 가치'는 시장의 등락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물량에 장사 없고 수요공급 무시하면 큰 코 닥친다는 것을. (아.. 글이 산으로 가려한다. 재테크 개똥철학은 블로그에나 올리는 걸로)
2. 동료들과 '많이' 어울려 다니지 '않았다'
정말 마음을 주고받으며 긍정 기운을 불러일으키며 말이 좀 통하는 소수의 좋아하는 동료 선배를 제외하고. 나는 어울려 다니지 않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면 아웃사이더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상관없다. 초년생 땐 홍일점이었고 나름 남초 회사라 어울리고 싶어도 어울릴 만한 환경설정이 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환경이 참 또 고마운 환경이더라. 만약 어울려 다니는 게 습관이 되었다면 아마 이래저래 관계들로 하여금 상처 받기 '더' 일쑤였겠다 싶다. 그렇다고 어울리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일' 로서 어울려야 한다는 거다. '협업' 은 결국 '일'이다. '사모임'이 아니라는 소리다.
많이 어울려 다니지 않았다는 것은 즉 '일 이외의 것들'로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 생각해보면 이런 환경 덕분에... 초년생 때 공부도 책도 꽤 많이 읽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관계로 인한 힘듦은 직장 다니는 내내 따라다니기도 했다.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월급이라는 건 투입되는 물리적 인적 노동 이외의 '감정 노동' 이 지극히 섞여 있는 것이기에...
3. 딴짓 = 나로선 자기 계발을 했다. 틈틈이. 그건 다른 말로 회사라는 곳에 적당히 충성했다는 소리다.
양심껏 일 펑크 내지 않는 선에서 나는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첫 책을 쓰기 시작한 그 해가 첫 피크였던 것 같다. 자기 계발을 엄청 했었다. 운동, 경제공부, 독서, 글쓰기. 사실 외국어는 뭐 회사 일 하면서 원체 써야 하는 것이니 고마운 환경설정이었고 그 외의 자기 계발을 정말 디립다 팔 정도였으니까. 직장 다닐 때 일 이외의 시간은 단순하다.
아침에 누구보다 일찍 나와서 업무 시작하기 전, 점심시간, 퇴근 후 남는 시간.
시간관리를 엄청나게 했다. 다이어리 2권은 기본이었다. 하나는 필사 아이디어 기획 노트, 하나는 시간 일정관리 노트. 그 시간들을 관리하면서 틈틈이 좋아하는 자기 계발을 했다. 책 읽고 글 쓰고 가계부 자산관리 좀 하고. (그래도 애 키우는 것 만한 종합 노동은 없다..... 글이 산으로 가려 하기에 잠깐 중지) 그 자기 계발은 까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딴짓'으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관없다. 그 딴짓이 지금의 나를 살리고 있으니까.
지금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은 그럼에도 '위너' 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경제가 정말이지 심상치 않다. 내가 보기엔 위기 신호로 보인다. 이 시국에 고정월급을 받는 안정적인 곳에 있다고 해서, 다들 사업한다고 스타트업이다 뭐다 난리 쳐대니까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대 아니다. 직장인은 루저가 아니다. 오히려 직장인만큼 정직한 돈 버는 노동자도 없다...(사업하면 별걸 다 신경 써야 한단다. 일 외의 것들이 수두룩 밥상이라 하더라) 회사라는 곳은 누군가에게는 없어서 못 다녀서 부러워할 감사한 환경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주하시라는 게 아니다. 결국 나처럼 불시에 책상 빼게 되는 순간 '훅' 다가오는 어퍼컷에 그걸 견딜 '맷집' 없다면 금방 쓰러지기 일쑤다.
직장 다니면서 결국 제3가지 습관들은 나로 하여금 정글에서 버티는 맷집을 길러줬다.
돈은 생존과 관련되어 있고, 사람은 결국 불필요한 에너지 뱀파이어 같은 캐릭터들과는 조용히 '일'만 하려 하면서 경계를 했다. 그로 인해 숱한 오해도 받았지만 알게 뭔가. 내 인생 한 번이고 그들이 내 인생 안 책임져주는데. 아울러 원했던 목표와 그 목표를 성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악착같이 스스로 분투하듯 자기 계발을 미친 듯이 한 덕분에....
나는 지금 '덜' 우울하다.
우울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 인간은 모두 외롭고 우울한 동물이니까. 그럼에도 덜 우울할 수 있었던 건 저 감사한 세 가지 선물 같은 내가 만들어 낸 습관 덕분이었노라고. 아울러 회사라는 엄청난 '훈련의 터전'에서 나는 배운 게 꽤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업 하기 이전에 직장 오래 다녀보길 정말 잘했지 싶다. 이제는 '회사'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대충 알 것 같기도 하다.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그 '회사'라는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일의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그곳은 내게 고마운 곳이었음을 기억하며, 나는 이렇듯 그 시간에 감사함만 기억하려 오늘도 노력하는 중이다...
#퇴사후찐교훈3탄
#4탄은_후회했던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