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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r 28. 2020

누구도 완벽은 없다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거야 


- 도쿄 타워 - 



."


불륜이 '남'의 이야기의 드라마 속 소재일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내 주변 의외로 '흔히' 있을 수 있는 것이 또한 '불륜' 일지도 모른다. 이전 직장에서도 흔히(?) 들었던 익숙한 소문 중 하나는 그 '소재'를 둘러싼 '소문' 들이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도 그 소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었다. 그이와 조용히(?) 만나던 그 시절, 나이 차이가 꽤 있었기에 아마 어쩌면 조금 더 다정하고 살갑게 서로를 챙기려던 것들을 누군가 보고 소문을 흘렸던 것이리라. 더군다나 그이와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던지던 소문들에 결국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에둘러 '둘 다 미혼이야'라는 말을 해줘서 금방 사그라든 소문이었지만. 



반대로 나는 실제 '목격' 하기도 했었다... 그 소재의 주인공 둘을. 

당시 우리는 결혼하기 막바지 전, 서울에서 데이트를 하고 버스를 타고 막 공사 중이었던 우리들의 신혼집으로 향하던 여름이었다. 익숙한 남자가 보였고 나는 몸을 숙였다. 당시 연애를 비밀로 하고 있었기에.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몸을 숙여야 했던 건 내 쪽이 아니라 그들의 쪽이었다. (당시) 내 소속 부서의 부서장과 옆 팀의 여자 대리님이었다. 분명히 보았다. 남자는 너무나 익숙한 사람(?)이었고, 여자 쪽은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있었으나 분명 그녀였다. 그이는 조용히 모른 척하라고 했으나 침착하고 논리적이었던 그 조차도 다소 놀란 눈치였다. 반대로 나는 처음엔 잠시 놀랐으나 생각해보면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뒤늦게 알았지만 내가 본 그 광경은 나만 알고 있던 건 아니었던 듯싶었다. 

꽤 여러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 그 상대방 중 한 명은 꽤 힘(?) 이 세신 분이었고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권력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 또한 워낙 쾌활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큰 무리(?) 없이 회사를 잘 다니시는 듯싶었다. 사실 나는 그녀를 좋아했었다. 일을 잘했고 똑 부러졌고 성격도 쾌활했고 무엇보다 참 예뻤기에... 여러모로 좋은 분이어서 그녀를 내심 좋아하고 따랐던 나였다. 내 머릿속에 그녀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상간녀' 이기 이전에 그냥 좋은 '여성'이었고 '여자 선배' 였으니까. 




"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

"모든 게 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두가 완벽하게 나를 속이고 있었다. " 


- 부부의 세계 - 





@ 부부의 세계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드디어 시작됐단다. 

사실 보지는 못했지만 이미 시작을 했고 '불륜'이라는 우리들에게 언제나 파격적이라고 하는 설정과 소용돌이치는 급전개, 더군다나 연기파 배우의 심리 감정선이 가히 압권이어서 이미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단다. 우연히 기사 몇 개를 보게 되었는데 기사 속 '헤드'에 나오는 대사만 봐도 매력적일뿐더러 영상 클리핑 몇 개를 찾아보니 나로서도 책 대신 이 드라마를 보고 싶은 충동에 빠져버릴(?) 지경이었으니. 



이 드라마를 떠올리니 갑자기 그 해 여름의 '두 사람' 이 생각이 났었던 건 왜일까. 

한편으로 '불륜'에 대해 매스미디어에서 다루는 뻔한 부정적 관계 '프레임'에 조금은 다른 시선의 소유자라 그런 걸 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나에게 그 대리님은 누구보다도 좋은 여성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 '개인'을 판단하려 했지 그 "관계"를 자꾸 엮어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두 사람의 사연을 모른 체 함부로 욕하고도, 뒤에서 수군거림에 동참하고도 싶지 않았다. 나는 그때 귀를 막아버렸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그건 분명 '염치없는' '파렴치한' 행각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어떤 관계들에게는 그 행각이 사랑이고 어쩔 도리 없이 하는 게 아니라 '빠져드는' 미처 끊어내지 못한 '연' 은 아니었을까 싶어서. 한 때 내가 '도쿄 타워' 의 '시후미' 가 되고 싶다는 상상을 했던 것처럼.



밤은 꽃을 더 예쁘게 만들어 버리는 잔혹함을 가지고 있다. 사랑의 잔혹함은 때론 그런 '밤' 같다. 




그럼에도 내가 만약 '부부의 관계'에서의 남편의 불륜을 알아버린 아내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때 그 VIP의 여자 친구(?)의 존재를 알아버린 그분의 배우자가 만약 둘의 관계를 알았더라면 어떤 기분일까를 생각하니. 솔직히 그리 좋은 표정을 지으며 '아 그래? 잘해봐'라고 하진 못할 것 같다. 오히려 겁이 날 것도 같다. 기혼 제도에 속한 그리 자유롭지(?) 못하는 영혼들은 아마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분노보다 앞서지 않을까. 사실 개인 하나 깨지는(?) 건 괜찮지만 그로 인해 애써 지키던 어떤 것들이 무참히 붕괴돼버리는 참담함을 견디는 게 사실 더 어려운 일일 테니까. 



결혼이란 드라마 속 대사처럼 '판돈 떨어졌다고 손 털고 나올 수 있는 게임' 이 정말 아닌 셈이니까. 

특히 유자녀 기혼 제도의 남녀에게는. '내 인생, 내 자식의 인생까지 걸려 있는 절박한 문제'는 분명 맞으니까. 누군가의 완벽한 세계라고 생각했던 건 완벽한 착각이 되기도 한다안온했던 '부부의 세계'가 붕괴되어가는 과정을 아마 브라운관 속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가끔 이전 회사의  '두 사람'을 기억해낼 듯싶다. 그렇지만 분명 내 마음속의 두 사람은 드라마와는 정말 많이 다른 모습인 것도 분명하다. 여자쪽이 그렇게 밉상 여우(?) 같은 모습을 한 것도 아니고, 반대로 남자 쪽이 그렇게 대단히 잘생기거나 멋진 것도 아니다. (아, 돈은 많....다...) 한편으로 그들과 그들 주변인들의 평화(?)를 바라기도 했던 한 때의 내가 있었으니까. 두 사람은 일터에서 분명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었음에. 그들의 사생활에 왈가왈부 할 '자격' 은, 두 사람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없을 테니까. 물론 이 생각도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것으로.




어쨌든 누구에게도 완벽은 없다. 

겉 보기에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결국 그렇게 불완전한 사랑(?)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걸 그 시절의 '두 사람'을 보고 나는 알게 되었으니까.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흔들리고 상처 받고 때로는 폭풍이 몰아닥칠 것을 각오하면서도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토요일_저녁_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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