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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pr 05. 2020

삶과 죽음, 불가분의 사랑 속에서

다섯 개의 초대장 

사랑은 우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서서 움직이게 만든다. 

사랑은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들을 해낸다. 


- 다섯 개의 초대장 -  





기다리지 말고 현재를 살되, 열려 있을 것을.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온화할 것을...

이 책을 덮은 이후 마음 깊숙이 각인처럼 새기고 싶었다. '사랑'과 '죽음' 그 가치들에 대해서. 물론 그 새김에 영원을 부여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영원히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었을 만큼. '다섯 개의 초대장'의 작가님의 '젠 호스피스 프로젝트' 도 구글링 해볼 정도로 책을 다 덮고 나서 다시금 '삶에서 떠오르기'라는 문구가 부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했다. 지금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더... 



다섯 개의 초대장, 프랭크 오스타세스키, 판미동, 2020.03.15.



책은 '기다리지 말라'라며 시작한다. 

미국 최초로 불교계 호스피스인 ‘메타 인스티튜트’를 세우고 지난 30여 년간 죽음을 앞둔 수천 명의 사람들과 삶의 마지막을 함께한 불교 수행자인 작가는 '죽음'을 마주할 때 알게 되는 5가지 삶의 의미를 정리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다섯 개의 초대장'이다. 




삶과 죽음은 일종의 패키지 상품이다. 그 둘을 분리할 수는 없다. (중략) 


죽어가는 시간이 다가왔을 때, 일생의 과업을 할 수 있을 만큼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안정되어 있고, 정신도 말짱할 것이라는 상상은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도박이다. 이 책은 죽음과 나란히 앉아 함께 차 한 잔을 마시며, 죽음이 이끄는 대로 좀 더 의미 있고 다정한 삶을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 보라는 일종의 초대장이다. 실은, 하나가 아니라 '다섯 개의 초대장'이다.  p.23


기다리지 말라. 이는 충만함으로 가는 길이며 후회와 미련을 없애는 해독제이다. p.51



정말 감사한 다섯 개의 초대장을 4월의 초입길에서 만난 기분이다.



잘 기다리지 못하는 성미를 가진 나로서는 

애써 기다리지 않고 있는 '척'을 잘하는 연습도 몸에 배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내면 아이가 여전히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걸 안다. 그러니 그리 여유롭지도, 너그럽지도 못한 마음이 여전히 있다. 조금 더 나이라는 것을 먹으면 나아지려나... 그래도 이십 대의 치기 어렸던 그것보다는 훨씬 유해진 '나'를 발견하기도 하니, 이렇듯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잠시 웃어보기도 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변의 '죽음'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고, 나뿐 아니라 '너'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아울러 제일 큰 선물은... 바로 사람이 사람을 '키우며' 느끼는 그 온갖 것들일 테다. 그러니 쌍둥이 아이들은 나로서는 선물이 아닐 수 없구나 싶고... 그렇다. 




'기다리지 않기'라는 느긋하고 넉넉하다. 경험에 손을 뻗어 붙잡을 필요 없이 경험이 스스로 다가오도록 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발견이나 드러남, 일종의 계시를 통해 경험을 인식하게 된다. 그 안의 의미를 캐려고 씨름하거나,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존재하도록 조작하거나, 혹은 과거의 앎으로 발목을 잡아끄는 방식이 아니다. (중략) 


특정 결과를 바라면서 다음번 경험을 기대하거나 왠지 바뀔 것 같다는 희망으로 과거로 향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그래야만 우리는 자유롭게 이 순간을 오롯이 인식할 수 있다. p.115 




사실 기다림엔 어떤 용서가 필요하다. 

마음의 성냄, 물결과 요동침, 그것이 잔잔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에는 반대로 나로 하여금 어떤 '용서'가 필요하다는 뜻인데, 결국 용서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책을 읽으며 차분해지다가도 옛 기억이 떠올라 울컥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많이 괜찮아졌구나 싶기도 했었다. 상처로 남았던 과거의 경험은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아픈, 그러나 지나가는 추억으로 그렇게 변해버린 걸까 싶고.. 




다행스럽게도 용서에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 바로 당신만 있으면 된다. 용서는 자신의 고통을 내려놓기 위한 좋은 실천이다. 상대와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다. 물론 그 상대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용서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니다. (중략) 


용서는 고통에 더 가까이 다가가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하면서 상처를 다정한 배려와 이해심으로 어루만질 수 있는, 우리 안의 더 큰 연민을 발견하라고 조언한다. 이 과정을 통해 차츰 우리는 고통을 두려워했던 사람에게 고통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 간다. 용서를 실천하면 마음이 갖고 있는 타고난 연민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된다. p.140-1


나는 아픔을 느끼는 것이 어떤 건지 잘 알았다. 아픔에서 도망치고 아픔을 숨긴다는 게 어떤 건지도 잘 알았다.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는다는 게 어떠한지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 고통스러운 경험이 상흔을 남기고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인간에 대한 신뢰에 시련을 던지는 동안 내 안의 중요한 기본이 철저히 부서지고 무너져 내렸다. 


고통과 기꺼이 함께 하려는 의지가 생길 때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내면의 지혜를 얻게 된다. 고통이든 상처든, 우리가 공간을 내주는 것들은 그 무엇이든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된다. p.195



흐려지다가도 기다리다 보면 선명해지기도 하듯...



우리 안의 불편함이나 불안함, 좌절이나 분노가 생기면 삶은 안온할 수 없다.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하면 그게 어디 인생일까. 그렇지만 되도록 그렇게 잔잔하고 고요한 삶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사실 그 어떤 대부호도 부럽지 않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돈이 많다고 하여 마음이나 삶의 편안함과는 완벽히 비례하지 않는 것처럼. 수중에 돈이 있든 없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해의 바다'라는 삶 속에서 아픔을 겪기 마련일 텐데, 어쩌면 우리의 삶은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그렇게 치유받고 또 정화시켜나가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본질은 바로 우리의 내면, 그 한가운데의 '마음'의 고요일지도 모를 일이고. 




명상 연습을 시작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제멋대로 굴지 않게 되었다. 마음 챙김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고 노력하는지 알게 되었다. 여기 직관을 거스르는 한 가지 제안을 해 보자. 그 모든 것을 다 허용해 보자. 생각이든, 감정이든, 그것과 관련된 에너지 패턴이든 아무런 방해를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 모든 것이 제 스스로 멈추게 하자 그러면 당신의 소는 훨씬 더 행복해할 것이다. p.393




어쩌면 우리는 죽음을 목전에 뒀을 때야 비로소 깨닫는 삶의 진정한 의미들을 아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증시가, 오늘의 부동산이, 자산 수준이, 더 가지려 했던 것들이 과연 '죽음' 앞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우습게도 그런 걸 걱정하며 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다만 최소한의 생존과 생계, 나아가 보다 조금 나은 삶의 '기회'를 위해 '부'는 필요이자 필수조건일지도 모를 일이다만. 



그렇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보자면 어쩌면 '죽음'을 기억하면 할수록 

우리는 용서라든지 선명한 생의 깨달음이나, 진정한 사랑 등, 어쩌면 내일 죽는다고 통보받았을 때, 기어코 우리가 '어떻게 지금을 살 것인가'를 더욱 확실하고 절절하게 느끼게 되는 것처럼...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다가온다면 반대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자꾸 잊으려 할 때 계속해서 기억하며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인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를.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할 때, 우리는 순간순간 발걸음 하나하나 주의 깊게 길을 느끼면서 온전히 현재에 머물러야 한다. 실제 경험에 가까이 머물러야 한다. '알지 못함'의 상태에서는 오래된 사고 습관이나 타인의 관점에 제한받지 않으므로 무엇이든 가능해진다. 우리는 보다 큰 그림을 보게 된다. 알지 못함은 지혜가 깨어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그 상황 자체가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p.462 



물결이 칠 때. 좋은 파장엔 지혜가 담겨 있다.




수많은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보며 알게 된 삶의 의미

그 다섯 가지 항목인 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말고’, 매 순간 삶을 ‘환영하고, 부딪히면서, 평온한 마음으로, 열린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면서 “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기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직시하면서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비밀 스승’으로 삼자”라고 조언하는 작가님의 목소리를 몇 번의 재독을 통해 계속해서 기억해보려 한다.  죽음이라는 스승이 건네는 '대면하기 어려워 기피했던 삶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것처럼. 



아울러, 결국 말미엔 이 가치가 더욱 생생히 다가온다. 그것은 '사랑' 

'상처 받지 않는 영혼'을 몇 번이나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려 나갔을 때에도 이 가치는 한결같았다. 결국 우리 삶에서 고통을 마주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 두려움 없이 열린 태도를 가지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사랑은 치유한다'라고 했던 그 문장이 이 새벽녘, 내내 마음에 남는 지금이다.  



생화는 결국 죽는 것처럼, 그러나 생화는 사랑을 담고 있다. 가짜인 조화가 갖지 못하는 생생한 사랑...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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