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본성은 말할 것도 없이 '사는 것'입니다.
아무리 이성이 절망을 느껴도 가슴 깊은 곳에 잠긴 생명은 살아나가야 하는 의지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어떻게든 산다는 것이 지상 명제이기 때문입니다.
-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경력 단절 이후 몇 개월 지나지도 않은 상태의 나는, 부끄럽게도 파괴되어가는 '나'를 알아채버렸다.
이런 인생의 이벤트쯤이야 '별게 아니다'라고 겉으로는 얼마든지 호언장담했던 나였다. 부끄럽게도... 말은 함부로 '장담' 하는 게 아니거늘. 스스로는 이미 내적 갈등과 커다란 공허함과 충동적 분노에 휩싸인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일부러 애써 모른 척해둔 것이다.
두서없이 이리저리 밀려드는 생각, 그 와중에 헤쳐나가야 하는 책무들
일상의 시간은 그야말로 '지긋지긋하다'라는 형용사로 도배질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 책을 아주 느리게 그러나 단 한 권의 책'만'을 읽어 내리고 아주 잠시였지만, 며칠간 주어진 뜻밖의 혼자 남겨진 시간... 책을 읽으며 생각을 했다. '의미'에 대해서.... 넌 '왜 사니'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생'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우습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진지했다. 심각하게 반문하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게 될 정도로...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시형, 박상미, 특별한 서재, 2020.05.01.
지친 나를 모른 척 외면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일지 모른다.
내면을 바라본다는 게 여전히 어떤 것인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읽다가 생각하고, 그러다 써 보고, 다시 생각하다가 그 끝에서 남겨진 시간들에 대한, 걸어가고 싶은 어떤 '길' 들을 그려 보는 것..... '길'을 떠올리고 상상하다가 머릿속에서 어떤 장면을 그려낸다. 그건 '원하는 바람' 들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를 찾는다. 왜 사는지에 대한, 내가 왜 누구에게 어떤 사명과 존재로 태어나 이 유한한 삶을 살다 죽을 것인지. 이건 정말이지 아주 근본적인, 태어남 그 자체에 자문하는 느낌이다... 생소하지만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리라...
자신의 내면에 잠든 힘을 믿고 자기 자신을 그 힘에 바침으로써 위대한 일은 성취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로고스의 원리를 정신 요법에 응용한 것이 로고스의 테라피, 즉 로고테라피 (의미 치료)입니다. 로고스를 깨움으로써 고차의 생명력과 의식 수준을 회복시키려는 정신의학적 기법이고, 그것은 동시대 인간 존재의 근본을 자각시키는 실천적 철학입니다. p.34
고도 경제성장 시대, 우리는 해보고 싶은 건 얼추 해봤습니다. 더하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개인은 자유롭게 되었고 욕망은 실현되었습니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매일의 생활 그 속에 갇힌듯한 폐쇄감으로 우리는 피로하고 에너지를 빼앗겨 불안, 초조에 휩싸입니다. 이런 인생 왜 살아야 하나,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태어났는가, 살아도 그만 안 살아도 그만이라면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의미도 없는 인생, 아무렇게나 생각합니다. 내 목숨은 내 것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참으로 가당찮은 생각까지 합니다. p.41
프랭클에 의하면 우리는 고뇌를 통해 성장하는 존재라는 것, 인간이란 고뇌하는 것입니다. 고뇌하는 게 인간, 아니 고뇌하기 때문에 인간입니다. p. 47
최근 왜 무력한 열패감에 빠졌는지를 알 듯싶었다.
'현재'에 대한 '부정' 만을 하고 있었다. 결핍감을 느끼고 자존감도 다시 고갈되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었을까. 비교하지 않았던 내가 어느새 누군가와 비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 직장인들과, 남의 배우자 및 그 흔한 '잘 모르는 옆집 여성'과, 한편으로 '잘 산다'라고 '보이는' 사람들과... 그 비교를 통한 '없음'에 집중하는 나를 봤던 것일까. 욕망은 들끓었고 자괴감은 더해간 것이다. 내 곁에 현존하는 사랑들이 가려지더라.... 정말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의 사람들을, 사랑을 잃은 순간이었다...
인간은 사랑에 의해, 즉 로고스에 의해 구원을 받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인 의미라는 걸 직감적으로 지각했습니다. 이런 체험은 그에게 종교적 회심이라고 보입니다. 어떤 비참한 상황에도 인간은 사랑하는 자의 정신적 상을 그려 스스로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와의 정신적 교류에 의해 로고스에 도달, 로고스를 불러 깨웁니다.
'사랑이야말로 인간 존재를 높은 차원으로 올리는 최후, 최고의 진리다.' 프랭클의 선언입니다. p.37
책에서도 말하는 '빅터 프랭클'의 사상과 의미 치료적 심리 철학의 논지는 시련과 사랑이라 한다.
그는 고통과 시련을 경험한 자만이 의미 치료의 진수를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살면서 시련이나 좌절, 고통을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내 존재의 일부로, 태어난 인간은 모두 다 불행하고 고통스럽다는 '환경설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라면, 사실 시련은 별게 아니지 않을까 싶은 것이었다... 니체의 말을 다시금 떠올려보며.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시련도 견뎌낼 수 있다.
의미 발견을 위한 3가지 자문을 해봤다.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할 것을 요구받고 있나, 돌봄과 보살핌을 주로 요구받는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그것은 내 생의 책임이자 책무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현재 나의 일을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그리고 그들을 위해, 그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떠올리다 보니 답이 명확히 그려지고 있었다. 곁의 현존하는 사람들, 이 생을 같이 통과하고 있는, 시차 있는 사람들, 나의 아이들과 내가 선택한 남자. '가족' 들, 그리고 그 가족과의 시간 이외의 시간 속 '나'에 대해서.... 이것이 만약 한 편의 '연극'이라면. 그래. 나는 책에서 말한 대로 이 한 편의 드라마를 잘 찍어보겠다 싶은... 우스운 각오를 내세워보기도 한다..
지금의 인생을 연극으로 칩시다. 이 연극에서 당신은 의미가 있는 훌륭한 전개를 해야 합니다. 매력적인 배우가 되어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스토리를 연기하는 겁니다. 그런 우리를 초 세계라는 객석에 있는 관객이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로고스요, 정신적 존재가 되니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의 사명은 관객을 즐겁게, 그리고 감동을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연극이어야 할까, 우선 스토리의 전개가 중요합니다.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이 살다가 죽는 평범한 스토리에 무슨 재미며 감동이랴, 대체로 스토리엔 여러 가지 시련과 곤란이 이어질수록 재미가 있어지고, 거기에 향하는 주인공의 자세에 의해 감동적인가, 아닌가를 결정하게 됩니다. 곤란이 닥치면 우선 피한다거나 좌절한 채 끝나버리는 전개라면 누구도 매력을 느끼진 못합니다. 일시적으로 좌절과 절망에 떨어진다 해도 최후엔 용기를 갖고 어떤 장해도 도전하는 자세에 우리는 감동을 합니다. p.110
현대 시대는 이미 너무나 풍요로 진 물질 만능 성과 위주 인간 본연의 성심이 결여된 시대라
'당연 심리'에 빠져 하찮은 것들에 감사를 모르는 저질 품성을 갖기 쉬운 시대라는 점의 나는 커다란 공감을 하고 말았다. 나조차도 이미 이 시대의 어떤 만연적인 풍토에 자괴감을 느끼고 이골이 나서 스스로 어떤 부분은 '단절' 시키고 마는 폐쇄적인 나를 발견했기에. 어떤 집단 혹은 어떤 개인에게 추종되는, 소위 '잘난' 이들의 겸손한 '척' 사실 부분을 아는 것으로 전체의 본질을 알고 있다는 인간의 겸손함이 빠진 현대의 독선 성과 비인간적 태도들을 느끼고 마노라면... 자꾸만 '본질'과 '본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해보게 된다. 생명의 본성이라 일컬어진 책 속 문구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도 그 이유 덕분일까.
생명의 본성은 말할 것도 없이 '사는 것'입니다. 아무리 이성이 절망을 느껴도 가슴 깊은 곳에 잠긴 생명은 살아나가야 하는 의지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어떻게든 산다는 것이 지상 명제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생명은 자신의 지혜를 총동원, 절망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갈 기둥'을 찾게 됩니다. p.58
'충족시켜야 할 의미, 실현해야 할 사명' 이 주어진 게 원래 인간의 생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 속에서 발견되어 실현되길 기다리고 있는 ' 삶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도 어쩌면 나의 책임이 아닐까 싶었다. 나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를 필요로 한다면, 우습지만 다시 나의 존재로 인해 그 누군가가 '사랑'을 떠올리고 다시 사랑하려 한다면 얼마나 기쁠까
사랑은 모든 것을 치유한다.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사랑은 우리가 계속 나아가도록 만든다.
빅터 프랭클
훌륭한, 잘난 사람보다 요즘은 뭐랄까.
사랑을 하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고 필요한 '어른'으로 늙고 싶은 마음이 다시금 강해졌다. 현재의 사랑들을 지키면서 동시에, '나'를 찾아가는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그렇지만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나의 존재로 하여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지 않을까 싶고.... 그래서 말미엔 두 사람이 떠오를 뿐이었다. 지금은.... 지금의 나로서는 그렇다. 이것이 의도이든 그렇지 않든. 이 시간을 사는 것 또한 감사하게도 한 여성의 몸을 빌어 태어나고 덤으로 주어진 '나의 삶'이라고 생각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