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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01. 2020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랩걸' 이후에도 역시나 좋았던 책... 

여러분이 들어주신다면, 내가 속한 이 세상에, 당신이 속한 이 세상에, 

우리 모두가 속한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이 세상은 변해버렸다.


-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 





저자의 이전작인 '랩걸' 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자연과학장르로 분류하기에 어딘지 에세이가 분명하고, 과학자로서의 삶과 사랑, 그리고 한 여성의 서사는 마치 문학을 방불케하기도 했으니까. 문학적 감수성이 살아 있지만 엄밀히 '현실' 을 이야기 하는 그녀의 신작인 이 책은 랩걸보다는 조금 더 진지할 수밖에 없었던 건, 다름 아닌 '인간' 으로서의 행동을 다시금 살펴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하는 '자연' 과 '지구' , 그리고 '환경' 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니 어딘지 모르게 나의 '오늘' 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김영사, 2020.09.04.



'우리' 라는 인간이 사는 이 세상, 지구. 그 지구에서 살아 남기 위한 인간의 생명과 식량, 에너지와 지구

말미에는 '환경' 과 관련된 이야기들까지. 총 4개의 파트와 부록으로 배열된 원고 한 챕터를 넘길 때마다 묘한 경각심이 살아난다. 특히 자본주의, 경쟁 사회, 생존의 문제, 먹고 살기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행동들, 그러나 그 모든 초점은 '사람' 에게 맞춰져 있지 '환경' 이나 '지구'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닌 '이웃' 의 삶에 맞추기가 어디 쉬울까. 일상 속에서.... 우리가 쉽게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이 다름 아닌 그 단순하고도 소박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니던가... 


가제본, 실제 완성본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며 읽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확인하는 이 세상의 결핍과 고통은 필요한 만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구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나눌 줄 모르는 인간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헨리 조지의 말은 맞았고, 그와 관련해서 책 뒷부분에서 다시 살펴볼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바람에 다른 더 많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p. 27, 생명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 매일 1달러가 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야 하는 10억 명은 고향인 시골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시골 사람 4분의 3은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 어두워진 후 책을 읽으려고 불을 켜지 못하고 우유와 고기를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를 돌릴 수도 없으며, 의료적 처치도 받을 수 없다. 매년 수백만 명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골을 떠나 도시의 빈민가로 이주해 온다.  p.40. 생명 



누구에겐 풍요 그러나 누구에겐 빈곤...


'우리' 에 대한 단상들



식량과 에너지 관련된 내용은 점입가경 식으로 위기감을 선물(?) 하는 느낌이다. 

먹는 것은 일상이나 그 일상의 '먹거리' 와 '환경' 에 대한 생각을 얼마나 하고 사는지. 환경을 생각하려는 마음, 식량난민(?) 을 잠시 상상하게 될 정도로 우리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생각들. 아무리 '친환경' 을 향한 소수의 노력에 의지한다 해도 결국 다수의 애씀과 적정 부분 국가적 차원의 '시스템' 이 고루 갖춰져 있지 않은 이상, 좋아지기는 쉽지 않을 어떤 문제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미래는 상당 부분 불명확하지만, 사람들은 무언가 먹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체 인구가 늘어가고 있기에, 그들을 모두 먹일 수 있는 방법을 일찌감치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지금 이 문제를 무시한 채 포크를 손에 들고 고기 한 조각을 더 먹는다면, 매일 세 번씩 손자들의 삶보다 우리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p.74, 식량 



지금 지구상 20억 명 이상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치우고 정화하는 그 어떤 시스템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10억 명의 사람들은 오염물을 완전하게 걸러낸 음용수를 마시지 못하는 채 살고 있다. (중략) 


농장에서 재배된 식재료가 식탁의 포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는 음식이 낭비되는 수많은 접점이 있을 것이다. 채소는 너무 크다고 혹은 너무 작다고 거절당하고, 곡물은 컨베이어 벨트로 운반되는 와중에 쏟아져 내리고, 우유는 트럭으로 운반되는 도중 상해버리고, 과일은 진열장에서 물러 터지고, 고기는 포장된 채 유통기간을 넘겨버리고, 저녁 뷔페 음식 중 남은 것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p.107, 식량 



특히 쓰레기....... 되도록 쓰레기를 줄이려 하는 나의 작은 노력은 여전히 부실해보일 뿐이다.




많이 먹을수록 (식량), 그리고 많이 쓸 수록 (에너지) 우리는 뭔가 더 많은 부분을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을 자꾸만 들게 만들어 요상하게 불편해지는 책이다. 그러나 언제나 독서를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것들을 새롭게 '알고' 혹은 알려 '노력' 하고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일상의 '변화' 를 좋게 만들려는 어떤 개인적인 다짐과 실천을 행하기 때문에.... 나 뿐 아니라 나의 '아이들 (후세대) ' 을 위해서라도... 



덧) 그 어떤 자기계발서나 '돈' 과 관련된 소비 투자주의적 경제 경영서 뿐 아니라 사실 이런 책이야 말로 모두에게 읽혀야 마땅하지 않을까....그런 생각 또한 잠시 해 보며. 


아이들의 내일엔 초록이 더 많이 보였으면 싶어서. 너무 돈에만 갇혀있지 말고 시선도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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