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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28. 2017

35. 서른넷, 흘러가 보는 중입니다.

서른넷에 다시 쓰는 진짜 이야기들 

불완전하니 불안한 건 정상이다. 

  우리는 사랑하고 이별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다가도 싫어진다. 결혼을 하고, 이혼도 한다. 싸우다가도 다시 화해한다. 실패를 하고 성공도 한다. 가난한 시간에 울적함을 느끼고, 부유한 시간조차 외로움을 느낀다. 영화 한 편에 울고, 내 옆의 누군가 때문에 웃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생각에 잠기며, 글을 쓰다가 잠시 멈춰보기도 한다. 안 되는 어떤 일에 깨져서 씩씩 대며 화를 내 보기도 하지만, 결국에 다시 툭툭 털고 시작할 준비를 한다. 


 분노와 우울 때문에 마음을 닫아보다가도, 타인인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다시 마음을 잠시 열어보기도 한다. 이별과 상처가 아파서 다시는 사랑하지 않기로 결심하다가도, 결국 다시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살아간다. 


 나라는 사람의 삶을, 너라는 타인의 일상을. 그렇게 '나와 너'는 다시 살아가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들은 이렇게 기쁘고 슬프며 행복 또는 불행하며, 오늘이라는 시간을 안전하게 때론 불안하게 흐르고 또 흐르고 있는 것이겠다. 


 그렇다. 이 모든 것들은 지금 흐르고 있는 중이다. 

 방금 전까지 바라봤던 시계는 겨우 아침 7시를 지났었다. 정신없이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식구들을 챙기며 부산스레 집안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들의 잠시 동안의 부재에 다시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오후 2시를 지나가고 있다. 24시간 중 14시간은 이미 흘러서 과거가 되었고, 앞으로 남은 오후와 저녁 시간은 현재와 미래로 나에게 다가오겠지만, 그것 또한 내일이 되어 지나가면, 흐르는 과거에 불과하다. 


자연에는 시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그저 반복될 뿐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하고 생각하는 게 가능하다는 건, 내가 지금 '이 순간'을 흐르고 있다는 것이겠다. 그건 아직 죽음이 내 곁에 오지 않았다는, 살아있다는 반증이겠다. 


그래. 나는 아직 이렇게 살아있다. 
시간의 흐름과 생의 호흡을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살아내고 있다. 



당신과 비슷한 별반 다르지 않은 서른넷의 이야기들 

  평균 나이가 100세 시대라면 나는 고작 그 평균의 1/3을 이제 막 지나고 있다. 한두 살이라도 더 젊게 보이고 싶을 땐 약국 봉투에 적힌 만 나이로 말하고 다니는 속물이 바로 나다. 그러나 오늘은 그냥 허심탄회하게 말해본다. 다음 달 말이면, 고작 서른넷 밖에, 아니 서른넷씩이나 먹었다고 말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젠 내겐 새삼 별것이 아닌 게 되어 버려서 그런가 보다. 나이는 그저 흘러가는 도중에 자연스레 내게 붙는 숫자들의 합에 불과해졌으니깐. 이젠 그 나이보단 흘러가는 24시간 속의 시곗바늘 속 숫자가 오히려 아쉬워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오늘은 문득 그 당신과 비슷한 별반 다르지 않은 서른넷의 나의 이야기가 고마워진다. 아팠고 감추고 싶었고, 자랑해내고도 싶었고 인정도 받고 싶었던, 그 모든 34년의 흐름들이 말이다. 


 참 하찮은 이야기들에 불과하다. 한데 따지고 보면 나에겐 그 하찮음들이 모아져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성껏 여기까지 흘러와 준 나를, 힘껏 안아주고 싶은 오늘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하찮은 나의 이야기들을, 앞으로는 좀 더 호흡은 짧게 쉽게 읽히며, 다만 생각은 깊고 마음 한 켠에는 오래 남는 이야기가 되어 보기로 결심해본다.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니 말이다. 오늘의 이야기가 나를 찾아와 준 특정 귀인이 되어 주실, '당신'께 읽히게 되기까지. 난 참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기억해? 인내란, 좋은 일이 생길때 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을...난 그 말을 여전히 생생히 마음에 기억하고 있었어.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고. 우리는 드디어 만났다. 흘러가고 흘러가는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처럼 우리가 각자의 길을 걸으며 닿아지진 않아도 말이다. 


이렇게라도 나의 이야기와 당신의 눈과 귀로 만났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오늘을 여전히 쓰고 있는 지금의 내가 이렇게 찾아와 연결된 고마운 ‘당신’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어 진다. 


 여전히 삶을 흘러가는 중인 당신의 그 순간이,
부디 덜 힘들고, 더 기뻤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희망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나의 긴 기다림이,
당신과의 스치는 짧은 만남이 아니었음 한다. 


 되도록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 그렇게 우리가 각자의 길을 걸어감에, ‘나’이기도 할 당신의 오늘, 그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고 돌아보며 그렇게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 주시길 감히 바라본다. 


호흡은 짧고 쉽게 읽히며 다만 생각은 깊고 마음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이야기해내고 싶은 오늘.


나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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