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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30. 2017

#8. 한 공간에 두 사람

무서워요. 내가 자꾸 찾게 된 단 말입니다.

 

 콧잔등이 싸늘해지고 콧물이 흘러내린다.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는 걸 대번에 알 수 있게 만드는 건 차갑게 변한 새벽 아침 공기 덕분이다. 콧잔등에 맺힌 방울방울 물기와 자주 할 수밖에 없는 털갈이는, 바깥공기와 피부와 표피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찬 기운 탓에 자주 체온을 스스로 높임으로써 그렇게 털로 가득한 내 몸을 외부로부터 지켜낸다.


 사람으로 변한 나도 지켜내고 있었다. 마음이 더 이상 새 나가지 않도록 꾹꾹 눌러 담은 채, 다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날이 추우니깐…. 여기 있네 갈색 코트


 옷장을 열며 입을 옷을 고른다.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이다. 사람의 모습으로 세상을 마주 하는 시간.

 6시가 되어 눈을 떴을 때, 오늘따라 발톱과 손톱 끝의 통증이 더해만 간다. 웬일인지 긴장이 서린 하루다. 무언의 기다림을 갈구하는 탓 인 걸까. 거울을 쳐다본다.


 하얀 털이 소복이 내려앉은 듯한 고양이는 어느새, 매끈한 허리 곡선과 어깨 끝자락까지 자라난 옅은 갈색 빛의 곱슬 기가 묻어 나오는 단발머리의 여자가 되어 또 한 사람의 하루를 맞이할 채비를 마친다.


아 추워. 가자마자 따뜻한 우유 한 잔 데 펴 마셔야겠다.


 탕비실에 도착하여 미리 준비해 간 250ml 우유 한 곡을 가방에서 꺼냈다.  전자레인지 위의 원목 트레이에서 고양이 캐릭터의 고헤 라 이름이 새겨진 머그잔을 들었다. 40초. 너무 돌렸나 싶어서 30초가 지날 무렵 중지를 누르고 꺼내려던 찰나였다.

사건은 항상 순식간에 내게 찾아온다.


아 뜨거워!


 고양이였으면 잽싸게 피했을 텐데, 인간 동물들의 민첩하지 못한 감각에는 어쩔 수 없이 나도 당하고 만다.


괜찮아요 헤라 씨


 익숙한 목소리다. 듣고 싶지 않지만, 어느새 고양이 두 귀가 쫑긋 세워지게 만들어 쫓게 만드는 목소리다.


아.. 안녕하세요 일찍 출근하셨네요
네. 다음 주에 출장 가서 준비할 게 많네요. 잘 잤어요?


 마음이 순식간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가 비행기를 탄다. 타고나면 이제 더 이상 못 볼 것만 같아서, 함께 볼 수 있는, 멀리서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진다. 그 생각에 갑자기 슬퍼진다.


시간은 그렇게 잠깐 정지된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급하게 나를 정지시킨다.


아 출장…. 어디로 얼마나 가십니까
하하 헤라 씨 덕분에 아침부터 웃게 되네.
너무 예의 바른 그 말투가 왠지 모르게 익숙한데요. 내가 아는 동물원의 어떤 아가씨는 꽤 당돌했었는데..
아… 동물원
진우가 예쁜 이모를 찾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좀 힘들었지만…
네? 왜..
아 뭐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요. 어린것 같아도 알 건 다 압니다.
엄마 대신 어떤 예쁜 이모랑 갔던 서울랜드를 자랑하고 싶었는지 아침에 출근하는 와이프한테 계속 이모 소리를 해 대는 바람에…
아…죄송해요. 제가 곤란하게 해 드렸나 보네요. 음… 그게 그러니까
아니 아니. 그런 말 듣자고 한 말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요.
네… 진우는. 잘 있죠?
그럼요. 잘 있죠 진우는.
차장님도 잘 지내시죠? 아…


 어느새 그가 나를 좀 더 뚜렷하게 쳐다보는 느낌이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내내 스캔당하는 그 감시 아니 애정 아니 어떤 지 낸들 알 수 없는 그 느낌. 그런데 싫지가않다. 여태껏 다른 남자 동물들의 뚜렷한 눈빛은 불쾌감을 유발하고 어서 사라지기를 기대하곤 하지만, 그는 정 반대의 사람 동물이다. 더 바라봐주었음 하는 마음이 지속되는 신기한 남자 사람 동물이다.


아닙니다. 못 지내시지 않다는 거 아는데, 괜히 물어봤네요
하하.. 음.. 아 손. 손 괜찮아요?  
네? 아… 얘기하다 보니 데인 줄도 몰랐네.. 네. 괜찮아졌습니다.
다행이네… 그래도 상처 나지 않게 연고 바르고. 조심하고
네… 조심해야죠
그래요 조심해야죠..


 조심해야 할 건 손 등이 아니라. 내 마음이라는 걸 그는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문득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이 든 건 나 만 그런 건 아닐 거라는 착각에 빠지게 됐다. 그때 그가 다시 말을 건다. 어느새 시간은 정지되다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고작 마음을 감추려는 방식은 언제나 억지로 하다 보면 엇나가게 된다.
아주 바보 같은 형태로.


아. 그래요 미안.. 나도 왜 물어봤지 쓸데없이 물어봤네. 오늘 옷 잘 어울려요. 예쁘네. 민트색 스웨터
네… 고맙습니다. 차장님도 청바지가 참 잘 어울리세요.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 참 잘 어울리십니다..
그래요 좋은 하루 보내요
네.. 출장 잘 준비하시고…. 잘 다녀오십시오.
그래요. 좋은 하루 보내요.


 자신의 감정을 단단하게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세계에는 우연이라는 사건들이 매번 존재한다. 그걸 우연으로 스치고 지나가게 만드는 것도, 아니면 우연을 기회와 사건으로 만드는 것도 모두 사람 동물들이 하는 일이다. 내겐 공원을 지나가다 고구마 말랭이를 발견했을 때 달빛 아래서 유키와 함께 나눠 먹게라도 되면, 더 이상 고구마 말랭이는 그냥 고구마 말랭이로 존재하지 않는다.


 돈이라는 걸 벌기 시작하면서 회사라는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인연들과의 우연도 아직까진 내게 나쁜 느낌은 아니다. 최소한 그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게 되는데, 다행히도 아직까지 고양이를 헤쳐 본 인간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이다. 길고양이를 헤치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순간엔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다.


 

 현지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딥 화나서 자체 휴강’을 남발해야 하는 게 회사라곤 했지만, 다행히도 나는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아니 견딘다는 느낌이 들기도 전에, 사실 일에도 돈에도 사람 동물들 이하는 것처럼 집착하지 않아서 일 지 모르겠다. 별로 큰 감흥도 의미도 찾지 못하는 나날 들일뿐이었다. 다만 오고 가며 마주하는 사람 동물들 속에서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인간의 단상을 보게 될 때면 고양이인 나로서는 꽤 매력 있는 몇 사람 동물들이 있다.


아가, 이거 먹어라 아침 먹고 다녀야지
아녜요 괜찮은데….
매일 아침 일찍 나오고 부지런도 혀, 인사성도 곱고 예쁘고
헤헤. 고맙습니다.
젊은 아가씨가 인사도 잘 하고 잘 웃고, 지난번에 도와준 것도 고맙고 그래서 그려. 어서 받아
아…..


 작은 귤 4개가 들어있는 검은 봉지를 건네주곤 사라지는 그녀와 나는 이미 익숙한 사이다. 따뜻한 사람 동물이다.


몇 번의 우유와, 몇 번의 반창고를 건넸을 뿐인 대.
고구마 말랭이를 건네준 것도 아니지만
사람 동물들은 이런 작은 고양이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나 보다.



헤라 씨 점심 먹으러 안가?
아 저는 할 일이 좀 있어서… 맛있게 드세요


 현지눈치를 봐야 된다고 말했지만, 고양이인 나로서는 그다지 눈치 볼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점심시간에 책을 읽고 싶으면 으레 껏 혼자 사무실을 빠져나온다. 주섬주섬 한 권의 읽다 만 어떤 여행가의 수필집을 열고 있었다.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사람 동물들의 발명품 중에 내게 가장 큰 감흥을 주는 건 스마트폰도 아니고 TV도 아닌 책이다. 이 좋은 걸 밤에 읽을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도서관 고양이 듀이가 마냥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나도 도서관에 취직할 걸 그랬나.


 그 생각에 사로 잡힐 때 즈음 내 눈은 책이 아닌 앞에 스치듯 지나가는 그림자에 시선이 고정된다. 아주 익숙하고 또 선명한 몸체다. 내 눈이 쫓아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익숙하고 싶은 사람 동물이다.


 그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 으레껏 인사를 먼저 건네겠지만, 이제는 먼저 인사하지 않는다. 그저 말없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렇게 스치듯 그는 지나가고, 나는 멀리서 읽다 만 책의 한 문장에 시선을 내리 꽂지만 이내 마음은 온 통 그 사람 동물 생각으로 사로 잡힌다.


출장은 어디로 가는 걸까… 물어볼 걸 그랬나


 점심시간이 다 끝나갈 무렵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섞여 있는 그가 보인다. 또 마주한다. 이번엔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문 채 조용히 눈으로 인사를 한다. 그는 나를 바라보지 못한 듯싶었다.


사람들이 내리고 우리 두 사람만 남았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단 10초의 마주함 이후에 그가 내린다. 그리고 나도 따라서 내린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공기가 우리 둘을 감싼다.
나는 분명 그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을 뿐인데 억울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온다.


퇴근길 공기는 여전히 점점 차가워진다. 외투를 한껏 움츠려 든 채 퇴근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야근을 하기 위해 저녁을 먹으러 바깥으로 나가는 데 그가 보인다. 술자리가 있는 느낌이었다.


좋겠다…. (야옹)
어 헤라 씨?
아. 안녕하세요
어?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이예요? 야근?
아, 네.
아 나도 야근인데, 잠깐 반주 같이 할래요?
아 아닙니다..


좋아요 라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내 마음을 들킬 것 같아서.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왜 그때 내 입술을 지그시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서울랜드에서의 반나절의 시간은? 그 의미 따위는 고양이 여자인 내게 별로 중요치 않다. 이미 그저 그와 마주한 순간들의 연속만을 기다리고 있는 나로 변했다는 걸 알게 된다.


 마음이 쓰라려 온다. 현지랑 유키가 한 말이 마음에 파고들었다.



시작하려 하고 있잖아. 고헤 라



그래. 이게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닌,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저녁 8시가 좀 넘어서 주섬주섬 사무실을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는 순간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9층에서 열리는 순간 그와 마주한다. 우연은 정말 순식간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을 기회로 만드는 것도, 그리고 그냥 스쳐 보내는 것도 한순간이다. 마음먹기 한 순간. 내 마음은 어느새 달려가기 시작한다. 먼저 말을 건넸다.

 

이제 퇴근하세요?
아… 반주하고 이제야 들어왔네요 출장 준비하고 나머지 일도 해야 하는데…
네…
아 지금 가요?
네 이제 가려고요.
헤라 씨
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했지만 나는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보내 버린다. 그리고 대신 그가 부르는 목소리를 붙잡는다.



아. 아니에요. 음 데려다줄까요?
아…… 괜찮으세요? 음주운전
하하 정말 약간 이예요 많이 안 마셨습니다. 거절인가?
아니 저는…
같이 갑시다. 잠깐 기다려요 지하에서 차 빼서 올 테니깐. 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려나?
저희가 이상한가요?
음…. 아 모르겠네 음 아무튼 정문에서 기다려요 빼가지고 나올 때 전화할게요
아 …. 네



 10분. 그를 기다리는 10분 내내 꼬리가 주체 없이 타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고양이 상상들로 머릿속이 가득한 채. 고구마 말랭이를 100개 정도는 우연히 마주한 듯한 있을 수 없는 기적과 같은 느낌이랄까.



타요. 헤라 씨
아 네.
많이 춥죠 히터 틀었으니깐 곧 따뜻해질 겁니다.
네…
음악 좋아해요?
네. 엄청 …
. 아 하하. 그래요 엄청
네. 아 저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는데
그래요 들어요. 블루투스 있죠
네.
들으면서 갑시다. 헤라 씨가 좋아하는 그 노래
네..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니 좋아하는 게 뭔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볼 기회도 없었네요
네…. 기회가 없었습니다.
기회를 만드는 게 힘들죠.
네… 힘들죠. 기회를 만들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알아서요
……. 어른이군요 헤라 씨
아…



 점심때 책을 보며 들었던 가사 없는 인디밴드의 몽환적인 멜로디가 차 안에 온통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가 볼륨을 좀 더 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없이 우리는 달렸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와 내가 지금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에 온 신경 감각이 날 세워진 채

그렇게 우리 둘은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만 의지하고 있었다.



 조금 가까이,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사이란 이런 느낌이라면, 그래서 사람 동물들이 결혼이라는 걸 하는 걸까? 사랑을 하는 걸까? 근데 그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아내는 왜 다른 사람의 차를 탔는지, 그는 왜 피곤한 얼굴만 가득인 주말이었는지, 이 궁금증들을 다 물어보고 싶다. 그런데 쉽게 물어볼 엄두도 아니 감히 물어볼 자격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머릿속엔 정제되지 않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묻는다. 그러다가 말은 갑자기 새어 나왔다.


마음이 새어 나오는 순간이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고양이 우유였다.



차장님, 사랑하고 계세요?
아… 그게 무슨
그냥 사랑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서요. 아 죄송합니다 너무 터무니없는 질문이었네요
그게 헤라 씨 매력이니깐. 음.. 생각해 보게 만드는 질문이네요.
회사에선 보통 그런 말 하지 않으니깐. 일을 하는 곳이죠 회사라는 곳은.
아 죄송합니다.
여긴 회사가 아니라 내 차 안이니깐 우린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요
아…..
그가 나를 놀리는 듯 웃으면서 옆에서 바라본다.
 운전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다른 모습이다. 좀 더 편안한 미소. 긴장이 풀린 듯한 미소. 처음에 내게 인사를 건넨 그 미소다.
사랑해서 결혼했겠죠?
네… 당연한 걸 질문했네요
헤라 씨도 결혼해 보면 알 겁니다.
네. 저는 아직 모르겠어서… 제가 쓸데없는 걸 물어봤네요 죄송합니다.
아니. 쓸데없지 않아요. 가끔 그런 생각 나도 혼자 하곤 하니깐.
네..
헤라 씨.
네?
음…. 느낄지 모르겠는데
……네?


잠시 주춤했던 꼬리가 다시 타 들어갈 것 같은 순간이다.


습관이 될 거 같아서 무섭네
아….
자꾸 찾게 되네. 내 시선이.



 인간 동물들은 인정과 확인이라는 심리를 거친다고 했다. 유키가 한창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물을 쓰고 있을 때 몇 권의 사람 동물들의 마음을 연구한 책들을 읽고 호기심 어리게 내게 해 준 말이 생각난다.


헤라야. 사람 동물 되게 신기해 우리랑 진짜 달라
어떤 면에서
사람 동물이 분노나 미움, 혹은 슬픔이나 기쁨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땐 동시에 반대로 인정과 확인을 받고 싶어 한대. 신기하지?
그러게…. 감정은 그냥 지나가는 거 아냐?
그니깐. 우리가 공원을 걷거나 우유를 먹을 때 그 이후의 것들을 생각하지 않은데 역시 복잡한 동물들이야,
그렇구나,,
근데 제일 복잡한 게 사랑이라는 감정이래. 우리들이 흔히 교미를 할 때의 느낌 정도?
아…. 교미할 때 인정과 확인을 꼭 받아야 해?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린 끌리면 본능적으로 교미를 생각하지만 배려라는 걸 해 주잖아. 그건 사람 동물도 비슷하다고 하더라고. 근데 차이가 있어
어떤?
그전에 아주 수많은 교미 이전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가령 끌리고 기쁜데 동시에 확인과 인정을 상대에게 받고 싶어 한단다.
상처받기 싫어하나 보다..
바보 고양아. 상처받기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냐
하긴 그건 비슷하네? 유키야 그럼 우리도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글쎼…고양이 사람도 사람일까… 그건 모르겠다. 젠장 갑자기 슬퍼진다….. 뭐냐 우리들의 정체는.



유키도 나도 정체를 알 수 없다.
우린 그렇게 정의되지 않은 종족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다.
사람처럼, 사람의 모습으로 섞여서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한 사람 동물을 만나서 그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반대로 확신과 인정을 받고 싶었던 건, 나도 반은 사람이어서였을까


절 찾고 계시나요
바빠서.. 정말 바빠서 신경 쓸 틈이 없지만, 여유가 생기면 생각이 나게 되네요 휴..
네….
이 감정 뭔지 알겠어요?
저랑 비슷한 감정...
아….
저도 찾고 있어요. 요즘은 내내 찾게 됩니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무서워지는군요. 내가. 자꾸 찾게 된단 말입니다. 문득 말이죠.
저는….
…..
문득이 아니라서 더 무섭습니다.
아…..
문득이 아니라 내내 그래지고 있는 제가 무섭습니다.



그가 나의 손을 잡았다. 집이 코 앞인데 그와 나, 그리고 음악으로 꽉 찬 공간은 멈출 줄을 몰랐다.


우리 두 사람처럼.


이방인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지는 순간이다. 그도 나도, 그에게조차 내 정체를 들키지 않아도 되는 아주 낮선 공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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