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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27. 2021

덕업일치 기획자의 기쁨과 슬픔

미치지 않고서야; 

미치지 않고서야 히트는 없다


- 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 



속전속결에 진퇴양난이라는 고사성어가 자꾸만 생각났다. 

어쩌다 기획자, 그리고 얼결에 총괄기획자이자 메인 에디터, 게다가 파트를 이끄는 팀장에 이르기까지. (와우...) 사실은 상상하고 바라기도 한 장면이었다. '리더'가 되어 이끌어 뭔가를 만드는 '나'를. 물론 집에서는 이미 '리더' 이긴 하다. 아들 쌍둥이 양육자는 '집'이라는 집단 공동체가 잘 성장하고 자라며 쉴 수 있도록 생활 속 모든 살림 기획 재정 기획 아울러 운영까지 도맡아 하는 그야말로 만렙 생활 기획자나 다름없으니. (라고 언제나 자뻑에 취해 산다. 그래야 살아지는 삶이다. 다둥이 워킹맘은 그렇다....) 



아주 오래전, 내가 '이끄는' 업에서 반짝이는 '서비스'를 세상에 '짠' 하고 선보이는 것. 

그로 인해 인간이 서로와 서로가 연결되어 어떤 뭉클한 감동을 주고받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그렇게 감성적으로'만' 생각하기에 나는 이미 때가 묻었다. 자본주의 생태계를 얼추 알고 '돈'의 생리도 조금은 파악했다. 아울러 그 자본주의를 활용해야 사실 '사업' 유지 생존 확장 파생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미 너무 잘 알게 된 나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사업에 뛰어든 이상. 메인 선수로 움직여야 하는 이상. 한 단어가 머릿속에 바로 떠올랐다. 



매출. BEP 

입사 2일 차에 project kick- off를 해 버린 이유. 내 멋대로 이 프로젝트의 사업계획과 목표를 박아 버린 이유. BEP 라든지 공헌이익이라든지 고정비 변동비 매출이라는 '용어' 조차 낯선, 가르치며 같이 일을 해야 할 밀레니얼 세대의 크루들에게 공유했을 때. 사실 나는 마치 대표가 아니지만 대표'스럽게' 일을 하는 '우'를 범해버렸다. (이 아줌마가 미쳤구나. 단단히) 



크루들...이렇진 않으셨으리라 믿.......



매출을 만들자는 각오. 그 각오이자 도전 때문이었다. 

아니 내가 뭐라고; 그러나 한편 이곳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대표의 비전은 (해외 론칭?!) 사실 좀 신선했고 게다가 초 직주지니 why not 이었는데 심지어 '덕업 일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 들었으니.  근데 정말 '덕업 일치'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실제로 일주일 정도 회사에 soft landing 해 보니.... 맙소사.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각오가 없기 때문이다. 각오가 무른 사람의 콘텐츠는 느슨하다. 

비즈니스로 하는 일이기에 돈을 벌지 못하면 언젠가 끝이 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제멋대로 굴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 우리는 숫자와 싸워야만 한다. 


- 미치지 않고서야 - 




다 된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건 쉽지만, 쌀을 농사짓고, 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건 어렵다.

내가 시작한 '조직'과 그 조직이 시작한 그 사업의 생태계는 그렇게 느껴졌다. 다 된 밥상이 아니라 밥부터 만들어내는 것의 시작... 이미 너무 많은 '쌀' 들이, 이미 다 차려진 밥상도 수두룩한데. 그럼에도 만들어보는 것. 크게 이해하자면 이건 플랫폼 사업 기획이나 진배없었다. 플랫폼 하나만 제대로 만들면 창발이 폭파해 뭐든 만들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 물론 시작은 아주 귀엽게, 신생아적으로 시작하기 시작했지만. 생각해보면 거기서 '빵-' 하고 터지면 확장 전략이 어마하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빵이 뭐 별건가...빵은 사실 돈.....; ㅎㅎㅎ 



마치 카카오가 메신저로 시작해서 이거 저거 다 하는 것처럼. 배민이 배달로 시작해서 커머스까지 뻗어나가는 것처럼. 책 발전소가 브랜치를 확장하고 커뮤니티 사업에 커머스까지 돌진하는 것처럼. 그리고... 카카오 기획자나 배민 기획자가 아니라 듣보잡 스타트업에서 쌀을 농사짓고 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힘들겠지만 그래서 더 많이 배우고 더 크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긍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주말, 가족과 공원에 가서 치킨을 뜯으며 나는 어느새 핸드폰에 뭘 적어버렸다. 

사방을 둘러보자 보이는 몇 개의 장면들이 모두 아이디어로 연결되더라. 두서없이 키워드만 핸드폰에 메모해 두고 집안일 시작. 식구들의 점심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다시 노트북을 켜고. 그러다가 30분. 다시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다시 노트북을 켜고 뭔가를 생각하고 적고 그려보고...(미치지 않고서야;) 우선순위가 약간 틀어져 있는 상태에서 중간 투입되었을 때의 가장 큰 'hole'부터 정의하자는 각오로. 



- 판 정의 (왜 하는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 하..... 이걸 우선 하고 고정비를 태우셨어야 했...;; 

- 브랜딩 콘셉트 확정. 모토와 슬로건. 디자인 정합성. 일관적 정체성 

- 메인 에디팅 기준 : 기준 스토리텔링. 브랜드가 엔드유저에 내세우는 '무엇' 

- 채널 생성 - 관리 - 확장

- 랜딩 페이지

- 펀딩

- 관련 기타 등등 : 기타 등등은 중요하다.... 


정리하는 성격이 나름 다행이지 싶었다..... 



미치고 싶었나 이 아줌마(기획자)가. 

그래. 어쩌면 이 일을 시작하고 3권의 책이 떠올랐는데. 공교롭게 모두 일본 저자에 다들 한끝발 하는 인간들의 책들... 미치지 않고서야, 지적자본론, 가자 어디에도 없던 방법으로. 자꾸 스스로 그런 책을 읽으며 동기부여 의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곳에서는 나를 이끌어 주지 않기에.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하는 건 어떤 '감동' 이기에. 그 감동을 정의하는 것. 방법론을 강구하는 것. 실패 경험을 쌓아 성공사례를 만들고 '빵' 하는 운과 만나는 것.....그리고 기타 등등.  



어제. 크루들에게 첫 프로젝트 주간회의체를 셋업하고 각 업무보고 틀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전날 밤 급하게 준비해 둔 책과 노트 그들에게 선물 했다. 물론 내 전매특허인 '손 메모'까지 그럴싸하게. (훗)  그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 아아.... 와아.... 오오... 하아...


그리고 나는 기쁘고도 놀란 (이라고 믿고 싶다. 그들의 표정은 그래 보였으니까) 그들을 보고 말했다. 마치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로 빙의된 것처럼 (허허허... 의 느낌이었을까;) 



- 지금 여러분들이 선물을 받은 그 느낌. 오래 간직해주세요. 바로 그  '와-오-아-하' 하는 감동을 우리는 앞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end user. 고객. 소비자. 사람. 우리는 그들을 향해야 해요. 비록 되게 쪼끄맣게 시작하지만 마음만은 그렇게 시작합시다. 이 '서비스, 기획 생태계'에서는 사용자에게  '무엇을 받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어떤 감동을 만들 수 있는가'의 철학이어야 결국 오래 남고 진정성도 생깁니다. 하루 이틀 장사하다 매출 뽑고 커지다가도 결국 망하는 기업들은 그 철학이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크루들이 업을 그렇게 시작하고 배우고 성장하면 여러분은 어디 가서든 일 잘하는 '슈퍼루키'가 될 겁니다. 



사실 내가 받고 싶은 건 남에게 먼저 해주는 것이다...... 허허허 



내가 말하고도 좀 놀랐다. 아니 내가 뭐라고. 

이전 일터는 B2B 제조업이었고 그래서 고객층이 대략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내 일'만' 하다 보면 '그 일'만 알고 우물 안에서 하게 되기 쉬운 환경이었다. 그래서 머리도 마음도 딱딱하게 굳기 딱 좋은 거대 조직.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360도 달라졌다. 다행히 예전부터 혼자서 좋아하는 '일'이나 '업'에 대한 공부를 했었고 (PM이나 기획이나) 스스로 작게나마 만들어본 경험들이 지금에 이르러 큰 도움이 되었다 생각한다. (본캐든 부캐든 뭐든 경험은 소중하다) 그런 경험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회사에서 러브콜도 받진 못했겠지만. 



아무튼. 덕업 일치 기획자의 기쁨과 슬픔은 '미치지 않고서야' 일과 모든 일상이 연결되는 것일지 모른다. 

일상 속에서 자꾸만 '일'과 연결되는 생각이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고 마니 (나 원 참) 미치게 신나고 미치게 즐겁고 미치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중인 걸까... 좀 두렵다. 한동안 버닝 하다 결과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을 때 한순간 퍼져버릴까 봐. 그러나 나는 한편 생각한다. 



지금 이 시절도, 지나가고 없어지면 그리워지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미칠 수 있을 때 도전해 보는 건 삶에서 오래 남을 수 있을, 아주 괜찮은 시간이라고. 



3월이 기대되는 아줌마 기획자 일기 끝........석양이 짜릿할 것 같다 앞으로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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