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igh priestess Jul 28. 2023

아침의 문을 여는 햇살

바람의 빛깔





     아침에 일어나 개운함을 느낀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가볍게 산책을 나왔다가 곱게 활짝 핀 꽃봉오리를 보았다. 사람들의 발자국에 밟혀 눌리고 짓무른 꽃잎과 같이 저버린 세월에 집착하며 슬픔을 놓아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 졌었냐는 듯이 곧게 피어버리고야 마는 꽃봉오리는 흑백 사진 안에 갇혀 있던 나를 모든 빛깔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예쁜 컬러 사진 한 장 속으로 끌어들인다. 


    바람에 휘날리며 피어난 고작 한 송이의 꽃을 지키지 못했다는 시린 마음에 숨죽이며 잠들 곤 했다. 그렇기에 온 마음 다해 소중한 것을 지키려 했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심장을 움켜쥐며 아파했다. 허나 계절이 지나 꽃잎은 아름다운 빛깔 가득한 햇빛을 향해 온 마음을 활짝 연다. 계절이 지나 또 저버린다 하더라도 사랑할 수 있는 순간엔 온 마음을 향해 사랑할 거라는 마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 회피하지 않는 순리에 순종하는 모습에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고 또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예민함이 올라올 때면 평소에 즐겨 듣던 음악조차 듣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애절한 시를 낭송하는 이야기 마저 듣기 힘들어진다.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터진 웅덩이와 같은 상태, 도대체 무엇이 나를 채워줄 수 있을까. 글을 쓰러 책상 앞에 앉아도 주변에 가라앉은 미세한 먼지들이 크게 느껴져 신경이 날카롭다. 무거운 감정들이 쌓이면 어느새 지쳐 침대 위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내 안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부터 모두가 돌아서버릴까 봐 그렇게 나는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도망을 쳤다.



'내 손을 잡아 ‘


'하지만 내 본모습을 보면 너도 질려버리게 될 거야. 그러기 전에 내가 도망갈래'


    




     작고 하얀 아이가 이모를 보러 왔다. 이상하게도 그 아이에게는 무거웠던 몸을 어떻게든 일으키게 되고 내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이 무장해제 되어 천사 같은 너는 좋은 것만 바라보고 좋은 것만을 경험하길 바라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아이의 말랑말랑한 볼과 고사리 같은 손을 만지작 거리다 보면 다소 예민했던 감각들이 가라앉는다. 나에게는 모질게 대하던 거친 말들이 이 아이 앞에선 예쁘고 소중한 천사의 소리로 변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축복으로 태어난 아이를 사랑했다. 



‘사실은 내가 이런 모습이어도, 내가 도망쳐도 끝까지 붙잡아주지 않을래?‘



    삶의 이유를 찾으려는 생각은 그만하고 싶다. 삶이 목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소소한 것들에 기쁨을 느끼며 간직하고 나누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 예민함으로부터 조금은 둔해지고 싶다. 축복받는 삶에 행복을 느끼며 오늘 아침에는 햇빛을 향해 온 마음을 열고 싶다.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 그리고 그 사랑만이 나를 채워줄 수 있다. 하늘을 향해 온 마음을 연다. 감사와 축복의 기도가 나온다. 존귀한 존재들 속에 한명으로 살아가는 내 삶에 희망과 사랑이, 그리고 빛이 가득하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산타 할아버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