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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스트 Jul 13. 2024

극단적 상실

생명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천지와 만물이 생겨났다.


생명이 탄생하였다.


.


생명은 시간으로부터

영원을 향해 나아간다.



태어나고 소멸하기를 반복,

끝없이 거듭나나

끝없이 소멸한다.



꽃은 피어나지만

피고 지는 순환의 반복


하루하루 죽어가는 생명

그러나 또다시 피어나고야 마는 순리


.


영원으로부터

시간으로부터

죽음으로부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루살이 인생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



시간의 죽음을 겪지만

이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값진 가치들


.

.


한 때는

어디로 가는지가 궁금했다.



우리의 시간이

영겁(永劫)인가

영원(永遠)인가

나는 무엇인가



순간순간 밀려오는 의문들은

흑백논리 또한 오류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



생각은 길게 가지를 뻗어 나아가

우주 저 멀리로도 나아갈 수 있지만,



난 이제 이 거대한 나무가 대지에 뿌리를 깊게 내리기를 바랐다.



.

.

.




폭풍우 치는 비바람에서 잠시 떠나

항해를 멈춘다.


하늘을 향해 힘껏 가지를 뻗은 나무의 거친 살결을 만진다.


'참으로 많이 버텼구나'


웅장히 그늘로 나를 가득히 보호해 주는 나무

푸르스름한 풀밭에 고요히 누워

짹짹 거리는 새들과 풀벌레 소리,

내리쬐는 햇빛과 선선한 바람

모든 것이 다 충분하였다.


무엇을 더 알고

무엇이 더 필요할까




이 순간 벅차오르는 숲내음 한가득이면

그것으로 모두 이해 가리니



.

.

.



모든 것 다 잃더라도

내 생명 살아있다면,


모든 것 다 가진 것이라고

그것이 이 세상이 주는 위대함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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