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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스트 Sep 13. 2024

사랑의 크기

어느 날의 고백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열병에 시달린 적이 있나요?


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기면

그보다 지독한 고통은 없습니다


삶에서 내가 사라지고

내 안에 그대가 살게 되면

하루하루 메말라 갑니다

꽃에게 물을 아무리 줘도

태양을 보지 못하는 꽃은

죽기 마련입니다


사랑은 이처럼 우리에게 너무 크게 다가오면

감당할 수 없는 절망이 되기도 합니다

사랑은 이처럼 우리에게 너무 거대하게 다가오면

해결책 따위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의지할 뿐

거대한 자연에 섭리에

경험하지 못 한 무력감을 느끼게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랑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어리숙한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차라리 묽은 물감처럼

천천히 나에게 스며드셨다면

잔잔히 내 곁에 머물다 가셨다면 좋으련만

왜 이리 거대한 산처럼

넘을 수 없이 끝없이 펼쳐진 성벽처럼

나에게 다가왔는지요


좋은 마음만

예쁜 마음만

가지고 싶었는데

감당할 수 없는 크기에

사실 저는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어쩌면 사랑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쩌면 당신을 담기에는

부족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멀리 태양이 떠 있는데

빛나는 그대를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울적한 마음만 달랬습니다


저는 어쩌면 당신을 향한 마음이 진심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치기 어린 마음에

당신을 향한 욕심을 품었기에

이런 열병을 겪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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