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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스트 Sep 17. 2024

운명의 만남

타로 가게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나의 일부였던 당신이 떠나기 전으로 돌리어 나를 놓지 않도록 운명을 바꾸고 싶었다. 그 순간이 온다면 난, 꽹과리 소리 대신 부드러운 음성을 당신에게 속삭일 것이다. 시간을 사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의 운명은 바뀌겠지. 지금 내 옆에 빈자리에 서늘한 기운이 아닌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겠지. 우리가 함께 한다면 신도 우리의 시간을 축복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대가 떠난 텅 빈 마음을 어찌 채울 수 있을까. 주체가 되지 않는 불안감에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지도 어플을 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혼술이 되는 곳,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곳, 무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그런 곳…. 그러다 한 타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설명은 그닥 친절하지 않았다. 운영시간과 연중무휴만 쓰여 있는 그곳. 그렇지만 왠지 마음이 끌렸다. 당신과 나의 운명, 바꿀 수 있나 시험하고 싶어 홀린 듯 집을 나섰다.

 

  딸랑. 작은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에 생각에 빠져있는 듯하다 열린 문을 쳐다보는 여자. 평범해 보였다. 세상 살이 들으며 운명을 점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젊어 보이는 여자. "어서 오세요, 타로 보러 오셨어요?" 하지만 말에 힘이 있는 여자. "저희 샵에 처음 오셨나요? 여기 안 쪽에 앉으시면 되세요" 여전히 홀린 듯 어리둥절 작은 가게를 둘러보았다. 상상한 것보다 깔끔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화려한 장식을 해놓기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소품들. 긴 선반 위에 놓인 탁상 달력, 여행지에서 산 것 같은 기념품들,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사진 몇 장, 선반 위에 비치된 화분, 마치 북카페처럼 진열된 다양한 책들. 동화책, 시집, 에세이, 소설 가릴 것 없이…. 타로 가게스러운 것은 투명한 수정 구슬과 타로 카드 뭉치들 정도. 안 쪽 가장자리에야 상담을 위한 에메랄드색 천으로 감싼 네모난 탁자와 마주 보도록 비치된 의자, 그 위에 한 뭉치의 낡은 타로 카드. 그리고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이를 가로막은 백색의 파티션. 그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차분히 기다려주는 여자.


  "타로.. 보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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