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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Dec 09. 2020

중고거래는 제로 웨이스트다

우리 집 프로 제로웨이스터

  지구를 지키는 일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사소한 일이라도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 된다. 꾸준히 하면 더욱 좋다.


 아이 덕분에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소중한 자연을 지켜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일회용품 덜 사용하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길 가에 떨어진 쓰레기 줍기, 재활용하기, 그리고 절약하기.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이 있다. 사소한 일부터 힘들지만 약간은 노력해야 하는 일까지.. 알고 보면 이미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중고거래를 하는 일이다. 나는 중고 거래가 제로 웨이스트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필요 없는 물건은 곧 쓰레기가 된다. 남이 필요 없는 물건도 곧 쓰레기가 된다. 서로 필요 없는 물건들을 팔고 사면서 원하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도 있고, 필요없는 물건을 없애면서 금전적 이득이 생긴다. 동시에  버려지는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이게 바로 제로 웨이스트라고 생각한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나는 중고 물건에 편견이 없다. 편견이 없다기보다 중고 거래를 좋아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전에도 물건이 필요할 땐 중고 장터를 먼저 둘러보았다. 새 것은 아니지만 멀쩡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었으니까.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물건 사는 일은 현저히 줄었지만, 아이의 물건을 사거나 팔 때 아직도 애용한다. 아이의 물건은 계속 바꿔줘야 하고, 시기마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기 마련이다. 중고거래는 특히 아이 물건을 사기에 제격이다. 금방 자라는 아이는 한철에 한 번씩 옷을 바꿔줘야 한다. 장난감은 거의 사지 않지만 꼭 필요한 경우 중고장터를 이용한다. 부담도 줄이고 원할 때 바로 가져올 수 있다.


 우리 집 3살 꼬맹이는 우리 집 프로 제로웨이스터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실천 중이다. (비록 자의는 아니지만, 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준다.) 

하루 두 번 대나무 칫솔로 양치하기, 엄마 따라 쓰레기 줍기, 재활용 장난감 사랑해주기.

 아이 방의 장난감들은 90퍼센트가 중고 장난감이다. 물려받기도 하고 중고거래로 사기도 한다. 아이는 불평불만 없이 물려받은 장난감들을 잘 가지고 논다.

"이 장난감 형아가 준거 지이? 승현이 이 자동차 너무 재미있다."


 어젯밤이었다. 친한 이웃 언니가 자전거 사진 한 장과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자전거 드림한대~ 승현이 쓸래? 내가 우선 줄 서 놨어~"


 중고거래는 선착순이기 때문에 누가 먼저 댓글을 다는 지가 중요하다. 마침 아이 자전거가 작아져서 발이 끌렸는데, 그 모습을 봤던 언니가 중고 장터에서 무료로 드림한다는 자전거를 보고 승현이 생각이 나서 줄을 섰다고 했다. 사진을 보니 상태도 괜찮았다. 다음날 아침, 집에서 15분 거리인 옆 동네로 자전거를 찾으러 갔다. 조금 녹이 슬고 거미줄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바퀴를 구르는데 지장이 없고 뽀로로 노래까지 나오는 자전거였다. 크기도 아이에게 딱이었다. 오늘따라 뽀로로 자전거를 보여 줄 생각에 아이의 하원 시간이 기다려졌다.

 하원 후, 아이에게 뽀로로 자전거를 보여주었다. 뽀로로 자전거를 본 아이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자전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뱅글뱅글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아 뽀로로 자전거다! 노래도 나온다. 신난다~ 뽀로로 자전거 타볼래요~"


 아이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아했다. 바퀴엔 미처 제거하지 못한 거미줄이 있었지만..

아이와 중고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를 산책했다. 신나하는 아이를 보니 나도 뿌듯했다. 아이에게 고마웠다. 깨끗하고 삐까뻔쩍한 자전거가 아님에도 행복해하는 아이. 우리 집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은 우리 집 3살 꼬맹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뽀로로 자전거를 구해준 언니에게도 좋은 드림을 해준 당근 마켓 거래자 분에게도 감사하다.

뽀로로 자전거를 보고 뛰어가는 아이
큰 자전거를 타고 제법 형아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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