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일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사소한 일이라도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 된다. 꾸준히 하면 더욱 좋다.
아이 덕분에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소중한 자연을 지켜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일회용품 덜 사용하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길 가에 떨어진 쓰레기 줍기, 재활용하기, 그리고 절약하기.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이 있다. 사소한 일부터 힘들지만 약간은 노력해야 하는 일까지.. 알고 보면 이미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중고거래를 하는 일이다. 나는 중고 거래가 제로 웨이스트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필요 없는 물건은 곧 쓰레기가 된다. 남이 필요 없는 물건도 곧 쓰레기가 된다. 서로 필요 없는 물건들을 팔고 사면서 원하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도 있고, 필요없는 물건을 없애면서 금전적 이득이 생긴다. 동시에 버려지는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이게 바로 제로 웨이스트라고 생각한다. 꿩 먹고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나는 중고 물건에 편견이 없다. 편견이 없다기보다 중고 거래를 좋아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전에도 물건이 필요할 땐 중고 장터를 먼저 둘러보았다. 새 것은 아니지만 멀쩡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었으니까.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물건 사는 일은 현저히 줄었지만, 아이의 물건을 사거나 팔 때 아직도 애용한다. 아이의 물건은 계속 바꿔줘야 하고, 시기마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기마련이다. 중고거래는 특히 아이 물건을 사기에 제격이다. 금방 자라는 아이는 한철에 한 번씩 옷을 바꿔줘야 한다. 장난감은 거의 사지 않지만 꼭 필요한 경우 중고장터를 이용한다. 부담도 줄이고 원할 때 바로 가져올 수 있다.
우리 집 3살 꼬맹이는 우리 집 프로 제로웨이스터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실천 중이다. (비록 자의는 아니지만, 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준다.)
하루 두 번 대나무 칫솔로 양치하기, 엄마 따라 쓰레기 줍기, 재활용 장난감 사랑해주기.
아이 방의 장난감들은 90퍼센트가 중고 장난감이다. 물려받기도 하고 중고거래로 사기도 한다. 아이는 불평불만 없이 물려받은 장난감들을 잘 가지고 논다.
"이 장난감 형아가 준거 지이? 승현이 이 자동차 너무 재미있다."
어젯밤이었다. 친한 이웃 언니가 자전거 사진 한 장과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자전거 드림한대~ 승현이 쓸래? 내가 우선 줄 서놨어~"
중고거래는 선착순이기 때문에 누가 먼저 댓글을 다는지가 중요하다. 마침 아이 자전거가 작아져서 발이 끌렸는데, 그 모습을 봤던 언니가 중고 장터에서 무료로 드림한다는 자전거를 보고 승현이 생각이 나서 줄을 섰다고 했다. 사진을 보니 상태도 괜찮았다. 다음날 아침, 집에서 15분 거리인 옆동네로 자전거를 찾으러 갔다. 조금 녹이 슬고 거미줄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바퀴를 구르는데 지장이 없고 뽀로로 노래까지 나오는 자전거였다. 크기도 아이에게 딱이었다. 오늘따라 뽀로로 자전거를 보여 줄 생각에 아이의 하원 시간이 기다려졌다.
하원 후, 아이에게 뽀로로 자전거를 보여주었다. 뽀로로 자전거를 본 아이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자전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뱅글뱅글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아 뽀로로 자전거다! 노래도 나온다. 신난다~ 뽀로로 자전거 타볼래요~"
아이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아했다. 바퀴엔 미처 제거하지 못한 거미줄이 있었지만..
아이와 중고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를 산책했다. 신나하는 아이를 보니 나도 뿌듯했다. 아이에게 고마웠다. 깨끗하고 삐까뻔쩍한 자전거가 아님에도 행복해하는 아이. 우리 집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은 우리 집 3살 꼬맹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뽀로로 자전거를 구해준 언니에게도 좋은 드림을 해준 당근 마켓 거래자분에게도 감사하다.